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대한민국의 성장은 끝났다...그렇다면 이제는?


입력 2017.02.26 09:05 수정 2017.02.26 09:11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지금의 2%대 성장은 억지성장 호르몬

자동차 앞좌석에 앉아서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내가 앞으로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길과 땅이 내 앞으로 달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전부터 이 점에 대해 가끔 왜 그렇지?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처럼 사색과 사색의 결과 얻는 통찰은 생활의 사소한 구석에서 발단이 된다.

꽤나 생각을 했으니 당연히 그 답을 얻었다. 차는 빠르게 달려가고 있지만 나로선 힘을 쓰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는다는 사실이었다. 두 다리를 써서 뛰어보라, 달려간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을 것이고 뛰고 나면 숨이 차서 헐떡댈 것이다.

결국 동력(動力)을 제공하는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 하겠다. 다시 말해서 내가 힘을 쓰느냐 아니면 자동차 엔진이냐 또는 길이 제공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진다. 내가 힘을 쓰면 달려간다는 느낌이 확연해지고 자동차가 달리면 길이 내 앞으로 달려든다.

또 하나 변수가 있다. 앞으로 달려갈 때의 저항이다. 가령 자동차의 앞 유리창이 없다면 거센 바람을 받아야 하니 내가 달려가는 느낌을 확실히 받겠지만, 자동차 안에선 강화 유리창이 그 바람을 받아서 뒤로 넘겨준다. 그러니 나는 가만히 있고 길이 내 앞으로 달려온다.

예전에 보잉 747 여객기를 타고 높은 허공을 날고 있었다. 창 아래로 몽실 구름이 떠가고 있었고 수평선 멀리 펼쳐진 남색의 하늘은 그저 평안했다. 기류 문제도 없어서 그냥 하늘에 둥실 떠있었다. 전혀 날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나중에 보잉 747의 순항속도를 알아보니 시속 370 노트, 즉 685 킬로미터였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이건만 느낌은 그저 하늘에 떠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비행기는 엄청난 밀도의 기류를 가르고 또 헤치며 고속으로 날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힘을 쓰는 것은 사실 괴로운 일이다.(살 좀 빼느라 러닝머신을 달리는 것만 해도 얼마나 힘든가 말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내 다리를 써서 앞으로 달려가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산다고 하지 않고 살아간다는 하지 않는가!

그러니 왜 사는 게 어려운가? 하고 묻는다면 그 대답 또한 간단하다. 내 모든 힘을 무진장 써서 앞으로 달려가기 때문이다. 힘을 써야 하니 고달플 수밖에.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가능해진다. 우리가 살다 보면 때론 사는 맛이 날 때도 있고, 사는 것이 즐거울 때도 있다는 점이다. 산다는 것이 늘 힘을 쓰면서 달리는 것과 같다면 어째서 그런 때가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이건 왜 그런 것일까? 사는 것은 힘을 쓰는 일이니 힘들어야만 정상일 터인데 왜 가끔 이런 때가 있는 것일까?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 또한 간단명료하게 준비되어 있다. 그 답은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이다. 장거리 달리기나 마라톤을 하다 보면 몸은 죽어라 뛰고 있건만 기분이 아주 좋아지는 구간이 있으니 러너스 하이란 것이 그것이다.

우리 몸이 극도로 힘들어질 경우 우리 신체는 신기하게도 그 고통을 잊게 해주는 호르몬을 분비해준다. 그 덕분에 오히려 기분이 상쾌하고 쾌적해지며 때론 더 없는 황홀감까지 맛볼 수 있게 된다.

부처님 말씀대로 인생은 고해(苦海), 고통으로 가득 찬 바다와도 같다. 하지만 바다는 그저 바다일 뿐이지 바다가 나쁘거나 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바다를 원망할 일은 아니고,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그 바다를 힘겹게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괴로운 바다 즉 고해가 된다.

그처럼 삶이 힘든 까닭은 뭔가 얻기 위해서, 간단히 말하면 먹고 살기 위해선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또한 힘들게 열심히 달려가다 보면 때론 우리 몸에서 신기한 호르몬이 분비되어 ‘러너스 하이’ 상태를 만들어준다.

그런 순간이나 때가 되면 사는 맛이 난다고 하고 사는 게 즐겁다는 말도 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몸은 여전히 괴롭고 힘들지만 뇌의 작용으로 인해 호르몬 분비라고 하는 보상이 주어질 뿐이다.)

몸이 제 아무리 힘들다 해도 우리 뇌 속에서 신기한 호르몬을 분비한 결과 기분이 좋고 즐겁다면 그건 역시 좋고 즐거운 것이라 해도 맞는 말이다.

러너스 하이를 만들어내는 호르몬의 이름을 BDNF라 하는데, 이는 일종의 ‘성장 호르몬’에 속한다. 즐겁게 해주는 호르몬이 성장 호르몬이란 사실을 좀 더 확대해석해보면 성장하는 동안에는 즐겁다는 말도 된다.

가령 경제도 성장률이 잘 나올 적엔 전 국민이 즐거워한다는 말도 되는 셈이고, 개개인에게 있어서도 뭔가 자라고 커가는 느낌이나 성취감이 드는 동안엔 역시 즐거운 기분으로 지내게 된다는 말도 된다.

나아가서 공부하는 것 역시 힘든 일이지만 점차 실력이 늘다보면 재미가 나고 또 그 재미 때문에 성적이 더욱 향상되는 선순환 역시 성장의 효과가 아니겠는가 말이다. 공부하는 재미가 바로 그것이다.

이쯤에서 정리해보자.

사실 살아간다는 것은 힘을 써는 일이라 괴롭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러너스 하이란 것이 있어 때론 즐겁고 심지어 황홀경에 들기도 한다. 사실 몸은 여전히 힘들지만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신비한 호르몬 때문에 러너스 하이가 존재한다. 그리고 러너스 하이를 만드는 것은 성장 호르몬의 일종이니 성장은 그 자체로서 즐겁고 신나는 일이다.

사람이 즐거운 것은 꼭 돈을 많이 벌었거나 명예를 얻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성장 호르몬이 마구 분비되는 동안에 즐거운 것일 가능성이 더 크다. 힘들어도 재미가 있으면 즐겁지 않은가 말이다. 현실은 여전히 고통의 바다이건만 누구는 즐겁고 누구는 괴로운 차이는 바로 성장 호르몬의 차이란 생각도 든다.

이제 그렇다면 그와 반대되는 얘기를 좀 해보자. 다시 말해서 이제 더 이상 성장이 되지 않거나 성장이 멈춘 상태에 대해 얘기해보자는 것이다.

성장이 끝나고 멈추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성장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는다는 얘기와도 같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성장하는 동안에도 몸은 사실 대단히 괴로웠으나 성장 호르몬이란 보상 때문에 그를 느끼지 못하고 즐거웠다. 그런데 이제 그간에 누적된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와 괴로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팔다리가 마구 쑤셔대니 골골대면서 힘들어질 것이다.

이제 나 호호당이 창안한 자연순환운명학의 관점에서 지금까지의 얘기를 정리해보자.

우리 경제의 성장기는 이미 끝이 난 지 오래다. 지금도 2% 대 성장을 만들고 있지만 사실 이는 재정투입과 대출 증가를 통해 만들어낸 억지 성장 호르몬이기에 전혀 즐겁지가 않다.

자연순환운명학의 견지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이 완료되고 또 멈춘 것은 2012년이었다. 그 이후의 성장은 전적으로 불량 성장 호르몬을 그것도 체내 분비가 아니라 외부에서 주사함으로써 만들어지고 있기에 국민 모두가 전혀 즐겁지가 않다.(게다가 더 문제는 불량 성장 호르몬 역시 엄연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모습은 그간에 누적된 우리 경제의 힘줄과 마디 전체에 누적된 젖산이 우리 경제를 힘들게 하고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과 같다.

노인빈곤 문제, 청년백수 문제, 이혼률 문제, 출생률 문제, 자살률 문제, 산업과 수출 경쟁력 저하 등등 문제가 어디 한 둘이 아니다. 정말이지 문제가 산적해있는 우리 경제의 실상이다.

개인의 삶 또한 마찬가지.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 60년을 하나의 주기로 해서 순환하는 운명의 여름에서부터 가을까지 성장 호르몬의 분비로 인해 즐겁다가도 겨울이 시작되면 분비가 그치면서 괴로워진다.

사실 우리는 어차피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기에 늘 달려가고 있는 것과 같으니 몸은 괴로운 것이 사실이지만 성장 호르몬 때문에 때론 괴롭고 때론 즐거운 인생인 것이다.

더 줄이면 우리는 늘 달려가고 있다. 대신 달려줄 자동차는 없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www.hohodang.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