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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정경유착' 잡다 '기부문화' 위축하지 말아야


입력 2017.02.26 09:00 수정 2017.02.26 16:33        이홍석 기자

10억이상 기부금 이사회 의결 의무화, 투명성 높이는 계기 될 것

경제계 노력에 정치권 응답해 기업 기부문화 위축 막아야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양재사옥, 여의도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 사 주요 대기업 사옥 전경. 왼쪽부터 삼성서초사옥, 현대차양재사옥, 여의도 LG트윈타워, SK서린빌딩.ⓒ각 사
기업에게 있어 기부금은 사업과 직접 관계없이 타인에게 무상으로 지출하는 증여금액을 말한다. 공익성에 따라 법정기부금과 지정기부금으로 나뉘는데 전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후자는 문화예술단체와 환경보호단체 등에 내는 것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은 모두 후자에 속한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와 SK그룹 등 몇몇 기업들이 앞으로 10억원이상 모든 사회공헌기금과 후원금 등 기부금 성격의 돈을 지원시 이사회 의결을 의무화하고 그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게이트로 불거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기부금 사용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사실 그동안 기업들이 내는 기부금은 대표적 준조세다. 자발적으로 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정권의 눈치나 압박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내는 경우도 많았다. 최순실게이트로 다시 불거진 정경유착의 고리는 경제계 보다는 정치권에서 만들어지는 게 보통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불분명한 목적의 기부금을 집행 전 사전에 심의해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이번 결의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앞으로는 정치권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 단호히 거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향후 이를 적용할 기업들이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사회공헌기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드는 게 사실이다. 물론 대기업들의 규모를 감안하면 기부금 규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을 수 있다. 이번 결정을 가장 먼저 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201조8700억원으로 매년 2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이홍석 산업부 차장대우. 이홍석 산업부 차장대우.
그러나 좋은 의도로 냈던 기부금이 최순실게이트와 같은 정치적 스캔들과 엮이면서 큰 파장을 낳았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전에는 선뜻 내놓았던 기부금도 쉽게 내놓지 못하게 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에 강화된 규정이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이기는 하지만 기업들이 좋은 의도로 기금을 내놓는 활동들이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어쩌면 당연하다.

특히 유명한 단체들은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아 오히려 도움의 손길이 더욱 필요한 단체들에 대한 지원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기업 내부에서 이번 K스포츠·미르재단과 같은 정경유착 리스크 방지 차원에서 신중을 기하는 것이 오히려 이들 단체에게는 문턱이 높아지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적자 등 실적 악화에도 꾸준히 사회공헌을 위해 기부금을 내놓은 기업들의 의지도 꺾일 가능성도 있다. 선의로 집행한 기부금이 잘못된 곳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기업 상황과 맞물리면서 ‘하고 욕먹는 것’보다는 ‘아예 하지 말자’는 쪽으로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기부금 집행시 지원해야 곳과 지원하지 말아야 할 곳을 분명히 가려내는 것이 매우 중요해지는 것으로 기업들의 이번 결정은 그에 대한 노력의 첫 걸음이다.

이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다른 한 쪽인 정치권이 응답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의 돈을 눈 먼 돈으로 보고 권력의 힘을 빌어 후원금이나 지원금 명목으로 강제로 모금활동을 하는 행위를 근절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선의에 의해 지출하는 기부금이 꼭 필요한 곳에 쓰이는 진정한 사회공헌 활동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정경유착 리스크로 기업들의 기부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나의 우려가 부디 기우에 그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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