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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주’ 최다빈, 평창 가는 길도 열어젖히나


입력 2017.02.26 11:18 수정 2017.02.26 11:18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쇼트-프리 합계 187.54점으로 여유 있게 금메달

세계선수권 홀로 출전해 올림픽 티켓 확보 나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최다빈. ⓒ 게티이미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최다빈. ⓒ 게티이미지

최다빈(수리고)이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동계 아시안게임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최다빈은 25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126.24점을 받았다.

지난 23일 열린 쇼트 프로그램에서 61.30점을 받은 최다빈은 이날 프리 스케이팅 점수를 합친 총점 187.54점으로 2위를 차지한 중국의 리쯔쥔(총점 175.60점)을 11.94점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1위를 확정 지었다.

최다빈의 이번 총점은 지난 4대륙대회에서 자신이 기록한 개인 최고점(182.41점)을 5.13점을 넘어선 점수로 불과 일주일 만에 ‘퍼스널 베스트’ 기록을 갈아치운 셈이 된다.

특히 한국 선수로서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스케이팅 금메달 획득은 최다빈이 최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딜리스트이자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피겨 여제’ 김연아(은퇴)는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않아 메달이 없다.

역대 한국 선수가 동계아시안게임 피겨에서 메달을 딴 것은 1999년 강원 동계 아시안게임 피겨 페어에 출전했던 양태화-이천군 조,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피겨 여자 싱글에 출전했던 곽민정(은퇴)의 동메달이 전부다.

결국 최다빈은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린 선수가 됐다. 동계 아시안게임이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열릴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최다빈의 업적을 재연할 선수가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최다빈의 이번 성과가 더욱 더 특별한 것은 그가 이번 대회에 ‘대타’로 출전해 얻은 성과이기 때문이다.

사실 최다빈은 이번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10월, 이번 대회 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린 회장배 랭킹대회에서 최다빈은 5위에 그쳤다. 당시 대회에 걸린 아시안게임 출전 티켓은 2장. 최다빈은 시니어 무대에 나설 수 있는 만 15세 이상 선수 가운데 김나현(2위)와 박소연(4위)에 이어 세 번째였다.

하지만 발목 부상으로 재활 중이었던 박소연이 끝내 아시안게임 불참을 선언하면서 최다빈의 삿포로행이 결정됐다.

예상치 못했던 기회를 얻었다는 점은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평창 동계올림픽의 테스트이벤트로 강릉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를 치른 직후라 체력적인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었다.

4대륙대회에서 자신의 개인 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며 5위라는 성적표를 받아 든 상승세를 생각하면 최다빈에게는 더 없는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엄청난 집중력과 승부근성을 앞세워 멋지게 살려냈다.

최다빈의 세계선수권 성적에 따라 평창 올림픽 티켓 수가 배정된다. ⓒ 게티이미지 최다빈의 세계선수권 성적에 따라 평창 올림픽 티켓 수가 배정된다. ⓒ 게티이미지

최다빈은 이미 초등학교 시절 김연아의 뒤를 이을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선수로 주목 받았다.

5세 때 언니를 따라 스케이트화를 신고 피겨에 입문한 이후 11세 때 트리플 5종 점프(토루프-루프-살코-러츠-플립)를 모두 완성, 피겨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최다빈은 13세 나이로 2013년 국내 종합선수권대회에서 박소연(단국대), 김해진(이화여대) 등 쟁쟁한 언니들을 제치고 김연아에 이어 쇼트 프로그램 2위, 최종 3위에 입상하면서 한국 여자 피겨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유망주로 떠올랐다.

이후 2014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6위를 차지했고, 2015-16시즌에는 두 차례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거푸 동메달을 따내며 ‘김연아의 후계자’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최다빈은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2016-17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에서 7위, 6차 대회에서 9위에 랭크 됐다. 형편없는 성적은 아니었지만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면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 1월 종합선수권대회에서는 '무서운 동생들' 임은수(한강중), 김예림(도장중)과 동갑내기 라이벌 김나현에게 밀려나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피겨 팬들의 관심 역시 유영, 임은수, 김예림 등 소위 ‘2세대 김연아 키즈’에게로 급격히 옮겨갔다.

하지만 이번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보여준 최다빈의 훌륭한 연기는 피겨 팬들과 대중들의 관심을 되돌리기 충분했다.

국내 스포츠 팬들과 대중에게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가 적어도 남의 집 잔치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해준 것만으로도 최다빈이 해낸 일은 결코 작지가 않다.

그리고 최다빈은 앞으로 더욱 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티켓을 확보하는 일이다.

최다빈은 오는 3월 29일부터 4월 2일까지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이번에도 대체 출전이다. 당초 출전 예정이던 김나현이 발목과 허벅지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함에 따라 얻어낸 기회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1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는 중요한 무대다. 한국 선수로는 최다빈이 홀로 출전하는데 그녀의 성적에 따라 한국에 배정될 올림픽 여자 싱글 출전 티켓의 장수가 결정된다.

올림픽 남녀 싱글 출전권은 각 30장으로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4장의 주인이 결정되고, 나머지 6장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한 나라를 대상으로 오는 9월 치러지는 네벨혼 트로피 1~6위 선수들에게 배정된다.

최다빈이 세계선수권에서 2위 이내에 입상하면 한국의 올림픽 출전 티켓은 3장으로 늘어난다. 또 3위부터 10위까지는 2장, 그 이하 순위면 1장이 된다. 2~3장씩 출전권을 가져가는 국가들이 있는 만큼 순위가 저조하면 아예 티켓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평창에서 한국 피겨가 들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2장 정도의 티켓이 필요하다. 최다빈은 지난해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심한 감기로 악전고투를 펼친 끝에 14위에 올라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최근의 상승세를 감안하면 일단 ‘톱10’ 진입까지는 기대해 볼 만하다.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출전 기회를 얻어 끝내 그 기회를 멋지게 살려낸 최다빈이 평창 동계 올림픽 무대에 도전하는 한국 여자 피겨에 구세주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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