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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연쇄살인사건의 비밀과 반전 '해빙'


입력 2017.02.25 07:30 수정 2017.02.26 13:35        부수정 기자

조진웅·김대명·이청아·신구 주연

'4인용 식탁' 이수연 감독 연출

조진웅 김대명 이청아 신구 주연의 '해빙'은 살인 사건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물. ⓒ롯데엔터테인먼트 조진웅 김대명 이청아 신구 주연의 '해빙'은 살인 사건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물. ⓒ롯데엔터테인먼트

심리 스릴러 '해빙' 리뷰
조진웅 김대명 이청아 주연


"누구나 마음속에 짐승이 있다."

심리스릴러 '해빙'은 처음부터 살인마를 내세운 전형적인 스릴러와 결을 달리한다. 영화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건드린다.

내과 의사 승훈(조진웅)은 강남에서 개업했다 망한 후 이혼, 경기도 신도시의 선배 병원 계약직 의사로 전락한다. 그가 자리 잡은 곳은 범인이 잡히지 않은 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재훈은 치매아버지 정노인(신구)을 모시고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성근(김대명)의 건물 원룸에 세를 든다.

그러던 어느 날, 정노인이 수면 내시경 중 가수면 상태에서 뱉은 "팔다리는 한남대교에, 몸통은 동효대교에"라는 말을 듣는다. 이후 승훈은 성근과 정노인을 살인범으로 의심하며 두려워한다. 집은 들어가기도 무서운 공간이 되고, 집주인 부자의 친절은 섬뜩하게 다가온다. 극도로 예민하고 긴장된 나날의 연속에 승훈은 지쳐만 간다.

승훈은 자신을 만난 전 부인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들이 성근에게 납치됐다고 의심하는데...

'해빙'은 살인 사건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물로, 박신양 전지현이 주연한 심령스릴러 '4인용 식탁'(2003)의 이수연 감독이 14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조진웅 김대명 이청아 신구 주연의 '해빙'은 살인 사건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물. ⓒ롯데엔터테인먼트 조진웅 김대명 이청아 신구 주연의 '해빙'은 살인 사건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물.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감독은 몇 년 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수면내시경을 하면 안 되는 이유'와 한강의 얼음이 본격적으로 녹는 4월에 한강 수난구조대가 가장 많은 시체를 건져 낸다는 기사를 통해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아름다운 계절, 한강 위로 시체가 떠오른다면?', '누군가 수면내시경 도중, 살인을 고백하는 듯한 말을 털어놓는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영화를 기획했다.

이 감독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전락'"이라며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찬 한국 사회에서 사는 한 중년 남자의 불안을 말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한국에선 계층 이동의 사다리는 이미 무너졌고, 한 번의 실패는 영원한 계층 추락으로 이어져 불안한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불안과 두려움은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과 대면하게 만든다. '해빙'을 통해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안을 포착하고 인간의 본성을 얘기하고자 했다. 퍼즐과 의문을 풀어가는 단서놀이의 즐거움이 있는 장르영화로 완성하고자 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조진웅 김대명 이청아 신구 주연의 '해빙'은 살인 사건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물. ⓒ롯데엔터테인먼트 조진웅 김대명 이청아 신구 주연의 '해빙'은 살인 사건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물.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신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감독은 "수도권에 우후죽순처럼 생긴 신도시와 극명하게 나뉘는 경제 계급이 주인공의 상황과 어울렸다"며 "빠른 산업화로 점철된 사회의 축소판이 신도시라고 생각해 배경으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주인공 재훈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이 영화는 극 중반을 넘어서며 사건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 극 말미 드러나는 반전과 이후 또 등장하는 비밀을 보는 재미가 있다. 사건과 각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지 않아서 관객들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질문 거리가 많이 떠오른다.

이 감독의 말마따나 몰락한 의사 재훈의 불안한 심리가 극 전체를 지배한다. 누군가를 의심하고 이후 공포에 휩싸이며 두려워하는 모습이 관객들에게 오롯이 전달된다. 하지만 관객의 심장을 강력하게 때리는 '한 방'이 없어 아쉽다. 상영시간 117분도 다소 길다.

흥행은 미지수다. 가뜩이나 우울한 시기에 이런 우울한 분위기의 영화를 볼 관객이 있을까 싶다.

조진웅 김대명 이청아 신구 주연의 '해빙'은 살인 사건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물. ⓒ롯데엔터테인먼트 조진웅 김대명 이청아 신구 주연의 '해빙'은 살인 사건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물. ⓒ롯데엔터테인먼트

조진웅의 연기엔 엄지가 올라간다. 눈빛, 표정, 손짓만으로도 주인공의 심리를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캐릭터를 위해 무려 18kg이나 감량한 노력이 돋보인다. '해빙'은 조진웅이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는 영화다.

조진웅은 "영화를 보고 내가 맡은 캐릭터가 이렇게까지 '지질'했었나 싶었다"면서 "영화 속 상황에 있다 보면 캐릭터를 따라가게 된다. 어떤 캐릭터든 나와 어울리게 연기하는 게 숙제인데 이번 영화에선 한 남자의 불안을 잘 표현하도록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김대명은 전작 시트콤 '마음의 소리'를 어떻게 했나 싶을 정도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미스터리한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조진웅과의 연기 앙상블도 좋다.

이청아는 토박이 간호조무사 미연으로 분했다. 주로 도시적인 캐릭터를 맡은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색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이청아는 "내가 구축한 이미지를 지워야 했다"면서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캐릭터를 연구했고, 좀 더 섬세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엔 '15세 관람가'치고는 꽤 잔혹한 장면들이 나온다. 이 감독은 "영화 속 사건은 눈앞이 아닌 머릿속에서 펼쳐진다"며 "정서적 충격으로 느끼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감독으로서는 '15세 관람가'가 감사하다"고 했다.

3월 1일 개봉. 117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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