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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리뷰] 짙은 감성과 핏빛 액션, 절묘한 조화 '로건'


입력 2017.02.25 08:00 수정 2017.02.28 16:44        이한철 기자

'울버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고독감에 초점

강도 높은 19금 액션, 마지막엔 '눈물샘' 자극

영화 ‘로건’은 능력을 잃어가는 울버린 로건이 자신과 닮은 어린 소녀 로라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로건’은 능력을 잃어가는 울버린 로건이 자신과 닮은 어린 소녀 로라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잘려진 머리가 나뒹굴고 선혈이 낭자하는 '19금 액션'에 짙고 깊은 감성이 더해져 강렬한 시너지를 냈다. 울버린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로건'은 앞선 두 작품을 능가하는 완성도로 관객들의 기대를 100% 만족감으로 되돌려준다.

'로건'은 능력을 잃어가는 로건(휴 잭맨)이 어린 소녀 로라(다프네 킨)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건 대결을 펼치게 되는 감성 액션 블록버스터다. 하지만 힐링팩터(Healing Factor) 능력을 지닌 괴력의 울버린이 아니라 능력을 잃어가는 늙고 지친 인간 로건의 고독감에 초점을 맞춰 기존 울버린 시리즈와는 궤를 달리한다.

영화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죄책감, 모든 것에 대한 회의감에 휩싸여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의 삶을 천천히 따라간다. 로건은 어느 때보다 외롭고 쓸쓸하며 무기력하다. 약 효과에 의지하지 않고는 무방비로 공격을 당해 헉헉댄다. 심지어 어린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가까스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옷을 벗었을 때 흉터로 뒤덮인 로건의 몸이다. 흉터가 치유되지 않고 남아 있을 때, 사람이라면 그 폭력에 대한 죄책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것이 늙은 로건의 정신을 지배하는, 이 작품의 핵심 테마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로건은 사이보그 용병집단 리더 도널드 피어스(보이드 홀브룩)에게 쫓기는 로라를 온몸으로 지킨다. 온몸이 망가져 삶의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끼지만, 그것이 자신의 마지막 임무임을 본능적으로 깨닫는다. 그 바탕에는 인간 로건의 고뇌와 부성애, 분노가 진하게 깔려 있다.

휴 잭맨은 깊이 있는 감정연기는 물론, 로건과 부자지간처럼 보일 정도로 따뜻한 유대관계를 그려내 감동을 자아낸다. 그의 연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이 작품은 이와 같은 완성도로 관객들에게 선보이지 못했을 것이다.

로라는 로건을 쏙 빼닮은 아이로, 로건과 똑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로라는 로건을 쏙 빼닮은 아이로, 로건과 똑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작품의 백미는 작은 체구의 소녀가 거친 액션으로 적을 때려잡는 핏빛 액션이다. 퇴물로 변한 로건을 대신한 슈퍼히어로가 바로 다프네 킨이 연기한 소녀 로라다. 마드리드 출신의 아역 배우로 수백 명의 경쟁자를 뚫고 발탁된 다프네 킨은 압도적인 카리스마와 소녀의 감성을 뿜어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특히 로라는 거구의 상대의 등 위로 올라타고 주먹에서 튀어나온 칼로 사정없이 제압하는 아찔한 장면을 연출, 놀라운 쾌감을 선사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을 만큼 선혈이 낭자하지만, 역대 어느 영화에서도 본 적 없는 소녀의 카리스마는 이 작품의 차별화된 매력이다.

'로건'은 울버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지만, 전작을 보지 않아도 즐기는데 무리가 없다. 전작의 스토리를 이어받기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초능력을 잃어가는 인간 로건의 자부심, 실망, 분노, 절망 등 다양한 감정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와 격을 달리한다. 단순한 영웅담이 아니라 가슴 아프고 깊고 복잡한 인간 내면의 이야기다. 잔인하고 피로 물든 액션 장면들은 휴 잭맨의 진한 눈물과 고독한 눈빛을 뒷받침해주는 장식일 뿐이다.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와 달리 신선하면서도 인간적인 영화다.

최근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후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97%, IMDB 9.6점 등 역대급 평점으로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로건'은 다음달 1일 개봉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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