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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안소희 "믿고 보는 다작 배우 되고파"


입력 2017.02.27 07:00 수정 2017.02.28 10:23        부수정 기자

영화 '싱글라이더'서 20대 워홀러 지나 역

"이병헌·공효진 선배 도움 받고 연기"

영화 '싱글라이더'에 나온 배우 안소희는 "스크린에 나온 내 모습이 아직도 신기하다"고 밝혔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영화 '싱글라이더'에 나온 배우 안소희는 "스크린에 나온 내 모습이 아직도 신기하다"고 밝혔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영화 '싱글라이더'서 20대 워홀러 지나 역
"이병헌·공효진 선배 도움 받고 연기"


통통 튀는 걸그룹 이미지를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원더걸스 출신 연기자 안소희(24)는 작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말했다. 취재진의 질문을 귀담아듣고, 골똘히 생각한 뒤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어떨 땐 눈치를 보기도 했다. 그런 안소희의 얼굴에선 아기 같은 순수함과 사연 있는 듯한 우울함이 겹쳤다.

2007년 원더걸스로 데뷔한 안소희는 귀여운 얼굴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2015년 그룹에서 탈퇴한 그는 연기자로 전향해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2007), '하트 투 하트'(2015), '부산행'(2016), '안투라지'(2016) 등에 출연했다.

세간의 평가는 냉혹했다. 인지도 있는 걸그룹 출신 탓인지 배역을 쉽게 땄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연기력 논란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특히 최근작인 '부산행'과 '안투라지'에서는 '발연기'라는 혹평을 들어야만 했다.

이번에는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를 통해 이병헌, 공효진 두 선배와 호흡을 맞췄다. 부담될 수밖에 없었다. 안소희는 극 중 20대 워홀러 지나 역을 맡았다. 실제 나이와 비슷한 캐릭터를 입은 안소희는 무난한 연기력을 펼쳤다.

23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안소희에게 전작보다 잘했다는 얘기를 하자 "부끄럽다"고 수줍게 웃었다. '뜨거운 것이 좋아' 이후 오랜만에 영화 인터뷰에 나섰다는 그는 "스크린에 나온 내 모습이 아직도 신기하다"며 "처음엔 긴장됐지만 홍보 인터뷰를 통해 영화 얘기를 하는 게 재밌다"고 했다.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안소희는 "극의 포인트인 반전인 매력적인 영화"라고 애착을 드러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안소희는 "극의 포인트인 반전인 매력적인 영화"라고 애착을 드러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싱글라이더'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치닫다가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한 남자 강재훈(이병헌)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재훈이 뒤늦게 후회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정상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반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나오면서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반전의 여운이 꽤 깊어 영화를 다시 곱씹게 된다. 영화가 끝나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헛헛한 기분이 든다.

안소희는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이 잘 담긴 것 같아 뿌듯했다"며 "극의 포인트인 반전인 매력적인 영화"라고 애착을 드러냈다.

사실 '싱글라이더'는 재훈의 시선을 따라가는 재훈 중심의 영화다. 지나는 비중도 적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캐릭터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배우를 이끈 건 탄탄한 시나리오였다.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읽었어요. 지나와 제 상황은 다르지만 그녀가 느꼈을 외로움에 공감하기도 했고요."

'부산행'에서 함께 호흡한 선배 김의성은 안소희에게 "잘했다. '부산행' 때보다 틀을 깨려고 노력한 듯하다"는 말을 건넸다고. "제가 고민하던 부분입니다. 선배님이 제가 편하게 연기하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고 해주셨어요. 제가 어릴 때부터 활동해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부분이 연기할 때 걸림돌로 작용하더라고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니 겁을 먹고 소심해졌지요."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안소희는 "이병헌, 공효진 선배 덕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안소희는 "이병헌, 공효진 선배 덕에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긴장된 그를 풀어준 건 이주영 감독과 이병헌, 공효진이었다. 극 중 지나가 재훈에게 도와달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이병헌은 안소희에게 이런 말을 했단다. "소희야, 네가 진짜 도와달라고 외쳐야 내가 널 볼 거야."

이병헌의 조언에 자신감을 얻은 배우는 오롯이 지나가 돼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외쳤단다. "그 장면을 끝내고 시원했어요. 병헌 선배가 좋게 얘기해주셔서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제가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을 말씀하시더라고요. 편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서로 호흡하는 장면이 없는 공효진에 대해선 "효진 언니를 알게 돼 너무 좋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언니랑 쇼핑도 하고, 밥도 먹으면서 호주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언니가 내게 먼저 다가와 주셨다. 내가 찍을 장면도 고민해주신 멋진 선배"라고 했다.

안소희는 이 작품을 통해 갇힌 틀을 조금씩 깨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대형 소속사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당시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주변 사람의 도움만 받고 지냈다"고 털어놨다.

공효진은 안소희에게 배우는 많은 걸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작품도 보고, 감정을 느끼는 과정은 배우에게 꼭 필요하다는 의미다. 직접 경험에서 우러나 연기하는 것과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대하는 건 천지 차이다. "사소한 부분부터 실천하고 있어요. 은행 업무도 보고. 히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부분부터 체험하고, 시간 날 때는 혼자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해요(웃음)."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안소희는 "믿고 볼 수 있는 '다작'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안소희는 "믿고 볼 수 있는 '다작' 배우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2009년 당시 열여덟 나이로 그룹 활동차 미국으로 떠난 그는 2011년 한국에 돌아왔다. 3년간의 미국 생활은 외롭고 힘들었다. 그 시간이 후회된 적 있느냐고 물었더니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엔 힘들었는데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많은 걸 경험했더라고요.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된 시간입니다. 만약 그 시간이 없었다면 이번 지나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했을 거예요. 참 짠하고 불쌍한 아이랍니다."

원더걸스는 최근 해체를 발표했다. 멤버들을 VIP 시사회에 초대한 그는 "언니들 얼굴 보니 울컥했다"며 "언니들이 고생 많았다고 격려해줬다"고 했다.

2015년 여름 '부산행'을 찍은 그는 이듬해 3월 호주에서 '싱글라이더'를 찍었다. 1년에 한 작품씩 선보인 셈이다. "저 욕심 많아요. 다작하고 싶거든요. 호호. 소처럼 일하는 '소희'가 될 거예요. 믿고 볼 수 있는, 대중에게 신뢰를 주는 배우를 꿈꿔요."

이 감독은 소희에게 밝지만 그늘이 있어 보여 지나 역에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안소희도 동의했다. 상반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작품, 캐릭터를 하고 싶단다. 걸그룹 활동으로 다진 날렵한 몸 덕분인지 액션도 잘할 자신 있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배우 안소희는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맡은 캐릭터에 대해 "캐릭터가 느낀 외로움과 쓸쓸함에 공감 했다"고 설명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배우 안소희는 영화 '싱글라이더'에서 맡은 캐릭터에 대해 "캐릭터가 느낀 외로움과 쓸쓸함에 공감 했다"고 설명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원더걸스 출신' 수식어는 떼려야 뗼 수 없다. 대중의 날카로운 비판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원더걸스라는 타이틀 덕에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었어요. 부담도 되고 책임감도 생겨요. 근데 일부러 선입견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가수 활동 덕에 연기 활동을 할 수 있었으니까. 아직은 서툴지만 배우로서 다양한 색깔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겠습니다. 전작보다 성장했다는 평가 기분 좋아요."

버거운 평가는 어떻게 견디느냐는 질문이 날아왔다. 풋풋한 20대 배우는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혼잣말을 했다. "음...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아니고요. 상처받고 힘들고 우울하면 그냥 그대로 둬요.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고쳐 할 부분은 고치고, 아닌 부분은 털어내려고 합니다."

과거 아이돌일 때는 충성도 높은 팬층을 거느렸다. 하지만 배우는 다르다. 아이돌과 다르게 강력한 지지층이 없다. 가수 활동과 배우 활동하면서 칭찬을 들었을 때 느낌이 다를 듯하다. 이번에도 어렵게 입을 뗐다. "좀 다른 것 같아요. 무대에 서면 바로바로 반응을 느끼는데 연기할 때는 그렇지 않잖아요. 한 작품에 에너지를 다 쏟은 후 칭찬받으면 충천 돼요. 그래서 또 다른 작품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안소희는 지난해 개봉한 윤여정 주연의 '죽여주는 여자'를 감명 깊게 봤다고 밝혔다. "정말 대단했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연기하고 싶어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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