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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공효진 "난 운 좋은 배우…뒷북 안 쳤죠"


입력 2017.02.24 08:52 수정 2017.02.26 09:43        부수정 기자

'싱글라이더'서 수진 역 맡아 이병헌과 호흡

"가장 평범한 캐릭터, 이야기에 끌려"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공효진은 "시나리오를 읽고 여운이 깊게 남았다"고 밝혔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공효진은 "시나리오를 읽고 여운이 깊게 남았다"고 밝혔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싱글라이더'서 수진 역 맡아 이병헌과 호흡
"가장 평범하고 일상적인 캐릭터에 끌려"


배우 공효진(36)은 안목이 탁월한 배우다. 필모그래피를 찬찬히 뜯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화려한 시절'(2001), '네 멋대로 해라'(2002), '상두야 학교 가자'(2003), '미쓰 홍당무'(2008), '파스타'(2010), '최고의 사랑'(2011), '러브픽션'(2011), '괜찮아, 사랑이야'(2014), '프로듀사'(2015), '질투의 화신'(2016), '미씽: 사라진 여자'(2016)까지. 트렌디한 작품을 해왔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두각을 보인 덕에 '공블리'(공효진+러블리)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공효진은 작품마다 제 몫을 하며 단단한 존재감을 뽐냈다. '미씽: 사라진 여자'를 통해선 엄지원과 호흡하며 여배우의 자존심을 지켰다. 남자 배우가 판치는 충무로에서 공효진은 없어서는 안 될, 몇 안 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화가 난무한 요즘, 공효진의 현명한 선택은 또 빛난다. 감성 드라마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를 두고 그는 몸과 마음이 추운 겨울, 관객의 가슴을 후벼팔 수 있는 '제철 영화'라고 소개했다.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공효진은 "이병헌 선배와 함께 연기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전했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공효진은 "이병헌 선배와 함께 연기하게 돼 영광이었다"고 전했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싱글라이더'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치닫다가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한 남자 강재훈(이병헌)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는 재훈이 뒤늦게 후회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정상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공효진은 재훈의 아내 수진 역을 맡았다.

23일 서울 소격동에서 만난 공효진은 '흐름을 잘 타는 배우인 것 같다'는 평가에 "내가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선구자적 역할을 하는 것도, 유행을 미리 읽어내는 배우도 아니다"라며 "단지 운이 좋을 뿐이다"고 웃었다.

'뒷북'을 안 친다는 배우는 "영화계에도 흐름과 유행이 있는 듯하다"면서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걸 요즘 들어 느낀다"고 했다.

'싱글라이더'는 재훈의 시선에 흘러가는 영화다. 사실 공효진이 맡은 캐릭터는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공효진은 "재훈을 쓸쓸하게 만드는 역할인데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갔다"며 "내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연기한 평범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공효진은 "그간 내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평범한 캐릭터를 소화했다"고 했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공효진은 "그간 내가 맡은 캐릭터 중 가장 평범한 캐릭터를 소화했다"고 했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공효진은 이 영화의 제작자로 참여한 하정우의 권유로 영화에 참여했다. 호주에서 한 달간 촬영한 그는 "'질투의 화신' 찍고 바로 '미씽: 사라진 여자' 홍보 활동을 하면서 '싱글라이더'를 잊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싱글라이더'는 가볍게 생각했어요. 캐릭터 비중도 작고, 이병헌 선배가 거의 모든 걸 다해낸 영화라서 그랬죠."

'미씽: 사라진 여자' 이전에 마음에 꼭 드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가 이 작품을 접한 그는 여운이 깊게 남는 시나리오에 끌렸다. "영화를 하면서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법을 배웠죠. 무조건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깨우치려는 배우는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꼭 돋보여야 할 필요도 없고요. 심심한 역할이라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마지막 장면을 보고 안도했어요."

공효진의 말마따나 극 말미 그는 오열 연기를 통해 관객의 마음을 울린다. 처연한 뒷모습이 가슴에 '콕' 박힌다.

배우가 해석한 수진은 '강남 엄마'다. 흐트러진 모습 없이 살던 수진은 호주에서 자유롭게 지내며 웃음을 되찾는다. 바이올린의 꿈을 접은 그녀는 호주에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한층 성장한 모습이다. "영화를 본 여성분들이 공감했다고 해주셨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꿈을 잃어버리기 십상인데 수진을 통해 꿈을 꺼내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문득 '내가 수진이를 캐릭터 안에 가뒀나' 싶었죠."

공효진은 또 "수진이에 대해선 남녀 생각이 다를 것 같다"며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훈의 감정"이라고 강조했다. "캐릭터가 반드시 진보적이거나, 희망적일 필요는 없어요. 수진은 그냥 많은 여성분이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캐릭터죠. 그래서 불필요한 살이나 장치를 붙이고 않고 표현했어요."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공효진은 "난 운이 좋은 배우"라며 "일부러 트렌디한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다"고 했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공효진은 "난 운이 좋은 배우"라며 "일부러 트렌디한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다"고 했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장면이다. 반전의 여운이 꽤 깊어 영화를 다시 곱씹게 된다. 영화가 끝나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헛헛하고 마음이 쓸쓸하다.

관객에게는 신선한 반전을 배우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연기했을까. "반전을 알고 연기하니 머리가 복잡했어요. 재훈이가 더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캐릭터가 느끼는 감정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미씽: 사라진 여자'에 이어 또 여성 감독과 호흡했다. '싱글라이더' VIP 시사회 뒤풀이 때 한 여성 감독이 시나리오를 건넸단다. 여성 감독과 연이어 호흡한 소감이 궁금해졌다. "여성 감독과는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세심하게 챙겨주기도 했고요. 이런 과정을 통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광고계에서 오랫동안 미장센을 단련한 이 감독은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영화 대부분을 호주 로케이션으로 촬영해 이국적인 풍광을 녹여 냈다.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 해외 배우, 한국 배우가 잘 어우러진 신선한 분위기가 영화의 강점이다.

공효진은 "간결하고 쿨한 시나리오가 좋았다"면서 "영화를 보면 궁금해지고, 등장인물의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순간 포착을 잘하는 감독님의 감각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영어 대사도 어려웠지만 가장 어려웠던 건 바이올린 연주였다. 처음 배울 때는 계속 배울 생각이었지만 어려워 포기했단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감정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공효진은 "이번 영화에선 무언가 더해야 하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연기했다"고 했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영화 '싱글라이더'에 출연한 공효진은 "이번 영화에선 무언가 더해야 하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연기했다"고 했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연기의 신' 이병헌과의 호흡도 화제였다. 앞서 이병헌은 공효진에 대해 "힘을 들이지 않는 편안한 연기를 한다. 쿨한 성격도 매력적"이라고 칭찬했다.

사실 영화에서 이병헌과 공효진은 많은 호흡을 나누지 못했다. 공효진은 "이병헌 선배에게 '한 수' 배우고 싶다"며 "함께 호흡하게 돼 영광이다. 촬영할 때 자주 못 만나서 아쉬웠고, 이병헌 선배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다. 이번 작품에선 워밍업이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작품에서 호흡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공효진은 중학교 3학년 때 호주 유학 생활을 한 적 있다. 이 영화가 더 마음에 다가온 이유다. 공효진은 최근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부모님의 사진을 올려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기러기였던 울 아빠, 수진처럼 말 안 듣던 나와 동생만 보며 외로웠을 울 엄마, 민망하게도 그때의 기억이 별로 없는 나와 동생. 두 분 얼마나 쓸쓸했을지 이 영화를 보고나니 이제야...21년이 지나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네. 감사했습니다 부모님."

배우는 "재훈이가 느꼈을 외로움과 고통을 우리 아버지도 느끼셨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버지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미처 몰랐어요. 감사하다는 생각도 못 했고요. 그때는 전화비가 비싸 통화도 힘들었거든요. 그래도 서로 떨어져서 지낸 시간 덕에 더 애틋해진 듯합니다(웃음).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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