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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경제민주화’ 촛불, 청년 취업문 더 좁힌다


입력 2017.02.23 06:00 수정 2017.02.23 08:47        이배운 기자

잇따른 기업 규제안에 경영환경 불확실성 상승…고용 축소 현실화

정파 이익 우선하는 포퓰리즘성 개혁론, 청년 고통 도구로 악용

제16차 촛불집회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제16차 촛불집회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되고 있다.ⓒ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요즘 대한민국의 청년은 두 부류로 나눠져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각 기업의 공채일정을 초조하게 살피는 청년, 또 하나는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선 청년이다.

촛불을 든 청년들은 경제 강자에 대한 규제 강화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법인세 인상안, 상법개정안 등 역시 대기업 규제를 강화함으로써 평등한 분배를 실현하겠다는 논리를 골자로 한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를 이루겠다는 발상은 이미 청년 취업의 문을 좁히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잇따르는 기업 규제안은 경영환경 불확실성을 높여 고용의 축소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 21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3곳 중 2곳은 현재 신입사원 공채계획을 정하지 못했거나 아예 채용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전체 312개사 중 107개사(34.3%)만이 대졸 신입 공채를 진행한다고 밝혔고, 절반에 달하는 139개사(44.6%)는 신입 채용계획 자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66개사(21.2%)에 달했다.

이 와중에도 일부 정파세력, 청년들은 여전히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불안에 떨고 있는 청년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실상은 청년 취업의 문을 좁히는 원흉인 셈이다.

이배운 산업부 기자 이배운 산업부 기자
이에 대해 학계는 “반기업 정서, 기업 개혁안은 선거를 앞두고 고질적으로 등장하는 구호”라며 “국익을 살피기보다는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한 정파세력의 이기”라고 비판한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싸한 개혁론이지만 진정성과 효용성이 부재된 ‘포퓰리즘’ 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규제를 통한 강제적인 고용 및 분배는 모두가 쇠퇴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 경영권 보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기업 성장만이 진정한 의미의 고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촛불이 향할 방향은 기업이 아니다. 촛불의 가면을 쓰고 국익보다 정파적 이익을 우선하고 청년의 고통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세력들이야말로 위선적인 민낯을 밝혀야 할 대상이다.

살기 위하는 마음으로 촛불을 든 청년들의 진정성을 격하시킬 의도는 없다. 다만 기업에 대한 적개심으로 들어 올린 촛불이, 비좁은 독서실에서 꿋꿋하게 내일을 준비 하는 청년들의 의지를 그을리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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