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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프다! 평창에서 만개할 이상화


입력 2017.02.21 16:19 수정 2017.02.22 16:05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부상과 통증 안고도 일본 고다이라와 치열한 접전

정상 아닌 몸으로 2연속 2위..평창올림픽 대관식 희망

이상화는 왼쪽 무릎 부상과 오른 종아리 통증 등 현재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 연합뉴스 이상화는 왼쪽 무릎 부상과 오른 종아리 통증 등 현재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 연합뉴스

이상화(28)가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도 고다이라 나오(31)를 앞지르지 못했다.

이상화는 21일 일본 홋카이도-도카치 오벌서 열린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70으로 은메달에 만족했다. 금메달은 고다이라(37초39) 몫이었다. 0.31초 차이다.

7조에서 레이스를 펼치게 된 둘의 대결이 사실상의 결승이었다.

2010 밴쿠버올림픽과 2014 소치올림픽 500m 금메달을 따낸 이상화는 ‘빙속 여제’로 불렸고, 고다이라는 이번 시즌 6차례 월드컵과 세계선수권을 석권한 새로운 강자였다. 둘 중 하나가 1위가 될 확률이 컸다. 경기 결과도 그랬다.

선호하는 아웃코스에서 스타트한 이상화는 초반 100m를 10초44로 통과, 고다이라보다 0.08초 앞섰다. 무릎 부상과 종아리 통증에도 투혼을 발휘한 이상화에게 첫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오는 듯했다.

하지만 막판 스퍼트에서 밀렸다. 나머지 400m를 26초87로 주파한 고다이라는 직선 주로에서 이상화와 간격을 벌리며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마지막 곡선 주로를 통과할 때 자세가 조금 흐트러지면서 트랙 바깥쪽으로 밀렸던 것이 아쉬웠다. 그 실수만 아니었다면 악조건 속에도 고다이라를 넘을 수 있었다.

아쉽긴 하지만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이상화는 자신감 충전과 희망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이상화는 왼쪽 무릎 부상과 오른 종아리 통증 등 현재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지난 10일 세계선수권을 앞두고는 캐나다서 개인 훈련과 재활 훈련까지 했다. 회복 단계지만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

2017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서도 “몸 상태가 좋지 않다. 현재 상태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감추지 않았다. 그런 상태에서도 두 번이나 고다이라와 치열한 레이스를 펼쳤다. 물론 고다이라에게 세계선수권과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졌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바라보며 준비하는 이상화로서는 급할 것이 없다.

오히려 올림픽 3연패 가능성을 더 끌어올린 것이 이번 세계선수권과 동계아시안게임의 성과다. 이상화는 지난 시즌 정상적이지 못한 몸 상태로 인해 월드컵시리즈에도 한 차례 나서지 못했다.

이상화는 세계선수권을 2위로 마치고도 “내 스케이팅을 했다. 생각보다 잘 타고 있다”며 자신이 짜놓은 '평창올림픽 로드맵'을 밟고 있음을 밝혔다. ⓒ 연합뉴스 이상화는 세계선수권을 2위로 마치고도 “내 스케이팅을 했다. 생각보다 잘 타고 있다”며 자신이 짜놓은 '평창올림픽 로드맵'을 밟고 있음을 밝혔다. ⓒ 연합뉴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찝찝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경기 전후에도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고다이라가 어느새 너무 커버렸기 때문이다. 올림픽 때만 하더라도 고다이라는 이상화와 비교대상에도 오르지 못했던 늦깎이 스타다. 이상화가 금메달을 깨물 때 고다이라는 밴쿠버올림픽 12위, 소치올림픽 5위로 포디움에도 서지 못했다.

이후 자비로 실시한 네덜란드 전지훈련을 통해 새로운 선수가 됐다. 2014년 11월 서울서 열린 월드컵에서 이상화를 꺾고 우승해 화제가 됐던 고다이라는 2015년 세계선수권 3위를 시작으로 올해 월드컵시리즈 석권과 세계선수권 정상에 등극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고다이라가 살아있는 절정의 기량을 재확인했다면, 이상화는 살아나는 자신의 기량을 느끼고 있다. 올 시즌을 마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 뒤 맞이할 평창올림픽에서는 고다이라와 같은 조건에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이상화는 세계선수권을 2위로 마치고도 “내 스케이팅을 했다. 생각보다 잘 타고 있다”며 자신이 짜놓은 '평창올림픽 로드맵'을 밟고 있음을 밝혔다. 이날 역시 2위를 하고도 레이스 직후 고다이라와 웃으며 대화했다.

올림픽 3연패 위업에 도전하는 ‘빙속 여제’ 이상화는 고다이라에게 당한 두 번의 패배에 집착하지 않는다. 여제로서 두 번 연속 진 것이 달가울 리는 없다. 지금 아픈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여제라 가능한 여유다. 이상화 말대로 진짜 무대는 평창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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