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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데이와 불임(不姙)의 시대


입력 2017.02.19 09:51 수정 2017.02.19 09:52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아이를 안낳는데 그깟 초컬릿이 뭔 의미

롯데제과 밸런타인데이 기획제품 10종.ⓒ롯데제과 롯데제과 밸런타인데이 기획제품 10종.ⓒ롯데제과

해가 많이 길어졌다, 세상이 많이 환해졌고 기온도 오르기 시작했다. 어제 오늘 사이 봄기운이 완연하다.

어제가 ‘밸런타인 데이’, 여성이 좋아하는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는 날. 날의 유래에 대해선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려져 있는 얘기들은 그럴 듯하게 포장된 얘기에 불과하다.

이에 오늘은 밸런타인 데이 속에 감춰진 본질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1년의 날수는 365.2425일이니 해가 가장 짧은 冬至(동지)에서 낮밤의 길이가 같은 春分(춘분)까지의 날수는 그 1/4, 즉 91.31일이다. 이 날수에 대해 세칭 황금분할의 비례로 알려진 피보나치 수인 0.618을 곱해보자. 그러면 56.43일이 나온다.

그러면 동지로부터 56.43일이 경과한 때가 언제인지 알아보자. 날수를 세어보면 2월 15일경이 된다.

해가 가장 짧은 동지로부터 춘분까지의 날수에 있어 황금비인 61.8 %가 경과한 날이 바로 2월 15일인 것이다. 그렇기에 어제 오늘로서 해가 길어져서 봄기운이 완연하다. 독자들이 굳이 이런 계산을 하지 않았어도 감각적으로 해가 길어졌음을 느꼈을 것이라 본다.

아직 추위는 남아있지만 봄은 봄인 것이고, 2월 14-15일이 되면 감각적으로 해가 길어졌음을 감지하고 봄이 왔음을 느끼는 날이 바로 어제 오늘이다.

봄이 되었으니 이제 뭐든 생산할 채비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또 생산 중에서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생산은 후대를 이어갈 아이들을 생산하는 일이라 하겠다.

아이를 생산하려면 먼저 필요한 일이 있으니 남녀가 마음이 맞아서 사랑을 해야 할 것이다.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섹스를 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그러자면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 그 마음을 표시해야 할 것이고 마음을 표시하는 방법은 역시 나름의 선물을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래야만 로맨틱한 사랑이 되니.

이에 밸런타인 카드가 유행했고 19세기 영국에선 달콤한 초콜릿을 주기 시작했다. 초콜릿은 연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음식이지 않은가. (특히 일본 제과회사가 초콜릿 주기 캠페인을 펼치면서 발렌타인 데이는 초콜릿 주는 날이 되었다.)

발렌타인 데이의 원형은 고대 로마에서 2월 15일에 열리는 루페르칼리아(Lupercalia) 축제였으니 이는 남녀가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다만 서양의 경우 기독교가 일반화하는 되는 과정에서 루페르칼리아 축제를 하루 앞당겨서 2월 14일로 바꾸어놓았을 뿐이다. 이는 새로운 종교가 기존의 종교를 대체하는 방식이라 하겠으니 우리나라 산사에 가면 한 구석에 토속신앙인 칠성당을 존치해두는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사람만이 해가 길어졌음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자연의 모든 짐승들도 감지한다. 특히 새들은 햇빛에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렇기에 이때쯤 되면 새들이 봄이 왔음을 감지하고 알을 낳기 위해 짝짓기를 시작한다.

반드시 짝을 짓는 것만이 이 무렵의 일은 아니다. 세상 만물이 2월 15일 무렵으로서 서서히 기지개를 편다고 보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그러니 생산할 채비를 갖추기 시작하는 날이라 하겠다. 농부는 농사 채비를 시작할 때인 것이고 장사하는 이는 올해의 아이템을 준비하는 때인 것이다.

고대 중국에선 봄에 생식을 위해 春社(춘사)란 축제가 있어왔는데 이 역시 발렌타인 데이와 성격이 동일하다. 춘사란 단어에서 社(사)는 多産(다산)을 뜻하는 토지신인 바, 먼저 토지신에게 제사를 드린 후 청춘 남녀가 이 축제 기간만은 마음껏 술을 마시고 섹스를 즐길 수 있었다.

춘사는 뽕밭과 강한 연관을 갖는다. 뽕밭은 누에에게 먹이는 뽕나무를 키우는 밭이고, 마을 인근의 얕은 언덕에 위치해있다. 뽕나무를 돌보는 일은 주로 부녀들이 일을 맡아서 했기에 춘사 축제 기간 중에 여성들이 그곳으로 남성을 데리고 가서 섹스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春社(춘사)는 기록에 의하면 남녀가 광적으로 좋아하는 축제였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유교적 관념이 점점 엄격해지면서 춘사의 원래 모습은 많이 감추어졌다.

하지만 유교의 대성인 孔子(공자) 역시 그 부모가 춘사 축제 때 만나서 생긴 아이였다. 춘사 축제 기간 중에 뽕나무 언덕에서 만든 아이였기에 이름을 丘(구) 즉 언덕이라 지었다 한다.

참고로 얘기하면 침실이 아니라 바깥에서 남녀가 섹스하는 것을 두고 野合(야합)이라 한다. 다시 말해서 野合(야합)이란 들에서 남녀가 몸을 합치는 것을 일컫는 말이지만 나중엔 정식 절차 혹은 정당성을 획득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치는 것을 뜻하는 말로 변해왔다.

오늘날엔 주로 정치 쪽에서 반대편 정치인들이 뭉치는 것을 비방하는 단어로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유교의 성인 공자도 원래 야합을 통해 탄생했다는 사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출산율도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청년들에게 일자리가 제공되지 않으니 결혼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N포 세대의 시대인 것이다.

그러니 요즘의 성욕 왕성한 젊은이들은 결혼을 포기한 상태에서 주로 야합을 할 수밖에 없다. 바깥은 역시 추우니 모텔이나 러브 호텔 등을 사용하고 있다. 참 안 된 말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싶은 생각도 든다.

유럽의 경우 텔레비전에서 보니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휴가를 장려하고 심지어는 ‘섹스 데이’까지 만들고 있었다.

어제 뉴스에 보니 만 9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가정은 양육비로 매달 평균 107만원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액의 3분의 1에 달하는 금액으로 10명 중 9명은 '육아비용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많이 들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 정도 비용을 들여야만 제대로 키울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통념이 압력으로 존재한다는 말도 된다. 그러니 애 둘 낳으면 그 비용을 도대체 어디에서 충당할 수 있을까. 사실 참 우울한 현실이다.

그러니 야합을 한다 한들 피임으로 끝이 날 뿐, 아기를 만들 일은 참 어렵겠다 싶다. 나아가서 정식 결혼을 한다 해도 어디 무서워서 감히 아이 둘을 낳을 수 있으랴 싶고 말이다.

절로 세상이 말세(末世)네 말세! 하는 탄식이 나온다. 마치 아이가 물이 아니라 돈 먹는 하마처럼 무서워졌으니 말이다. 이야말로 불임(不姙)의 시대가 온 것이 아니면 달리 무엇이랴 싶기도 하다.

이젠 한참 된 일이지만 산후조리원이란 것이 유행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 호호당은 솔직히 말해서 가슴이 철렁했다. 저렇게 되면 보나마나 저마다 고가 럭셔리 경쟁으로 갈 것이고 그러면 참새나 뱁새들은 가랑이가 쭉 하고 찢어질 터이며 그 결과 비용 문제로 인해 출산율의 저하로 이어지는 것은 기정사실일 터인데 했다.

결혼과 육아 비용은 2000년대 들어 무서울 정도로 놓어져만 왔다. 정말이지 살벌하게 높아졌다. 이와 같이 2000년대 중반의 우리 사회가 펼친 고도의 럭셔리 경쟁이 결과적으로 육아 비용에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자아낸 결과가 되고 말았다. 반면 청년 백수는 일반화되었으니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불임의 시대가 된 것이다.

아무튼 앞뒤가 맞지 않은 세상이 오늘의 현실이다. 뭔가 크게 잘못된 현실이다.

지난 14일은 발렌타인 데이, 청춘 남녀가 눈이 맞아 설령 야합을 한다 한들 또 결혼을 할 수 없고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현실에서 그까짓 설탕 덩어리 초콜릿이 무슨 소용 있으리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확실히 불경기인 것이 확실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늙은 호호당도 초콜릿을 곁다리로 얻어먹을 수 있었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없으니 불경기인 것이 확실한 것 같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www.hohodang.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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