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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의욕도 함께 구속시킨 특검의 '묻지마 칼춤'


입력 2017.02.19 08:50 수정 2017.02.19 09:13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장부에 기재후 독일로 송금한 돈이 개인 횡령?

연결 안되는 몇개의 단어 적힌 안종범 수첩이 증거?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호송차를 타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구치소에서 호송차를 타고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검에 도착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끈질긴 도전 끝에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시켰다. 특검팀에 환호하는 사람도 있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촛불 군중 정서를 등에 업고 무리하게 없는 죄를 꿰맞추려 한 것이 드디어 성공했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존속만료일이 서서히 다가오는데 특검팀이 딱히 결정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비록 두 명의 전직 장관, 대학교 총장,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구속하는 실적을 올리기는 했지만, 대통령에게 결정적 타격을 가하기는 부족했던 것이다. 그러다 드디어 한 건(?) 터뜨렸다.

그렇지만 구속수사를 받게 된 모든 사람들이 과연 유죄판결을 받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들 정상적인 업무처리였다고 주장하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만약 보건복지부 장관이 삼성물산 합병 건에 관하여 수수방관하고 있었다고 하자. 그처럼 국민적 관심과 국가경제와 국민연금의 수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장관이 가만히 있으면 무능하거나 무관심하다고 욕을 먹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가 무슨 뇌물을 받은 것이 증명된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도 언뜻 수긍이 가지 않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SDI가 가진 위 두 회사의 주식이 합쳐지면서 순환출자가 강화되었다는 것도 해석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날 여지가 많다. 삼성SDI가 물산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순환출자 고리는 10개에서 7개로 줄었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신규 순환출자구조가 강화되었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을 처분하기 전에 삼성쪽과 공정위 간에 의견교환이 있었다는 것이 문제되는 모양이다. 의견교환은 공정위가 퀄컴에 1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때에도 있었던 일로, 불공정거래의 의심을 받는 자와 사실을 확인하고 전후사정을 들어보는 것은 당연한 절차이며 이것이 무슨 특혜일 수도 없다. 이런 절차가 없다면 공정위의 제재를 수긍할 수 없는 기업은 바로 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나스닥 상장을 계획하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거래소 상장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공을 들여 겨우 붙잡아 둔 것인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죄가 되었다면 금융위와 거래소는 범죄 교사 내지 방조죄의 처벌을 받아야 한다. 회사자금 횡령죄도 성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회사돈 298억원을 횡령하고 독일에 송금한 것은 재산의 국외도피와 범죄수익 은닉이라고 의심한다. 사회공헌기금으로서 장부에 명확하게 기재한 후 지출이 이루어진 것이 개인적 횡령이 되는 것인가.

무엇보다도 뇌물죄는 뇌물을 받은 공무원의 죄가 확정되어야 함에도 이 사건은 그 실체에 근접하지도 못했다. 어떤 이는 모든 것이 경영권승계라는, 지난번보다는 더 큰 그림으로 전체를 이해야한다는 헛소리도 한다. 그 증거가 안종범 수첩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연결되지 않은 단어 몇 자 기재된 남의 수첩이 결정적 증거일 수는 없다. 경영권 승계는 한국의 모든 기업의 문제이다. 기업을 키우는 즐거움, 사망자에게 사랑하는 가족에게 기업을 상속시키는 기쁨을 박탈하는 것이 한국의 상속세법이다. 삼성이 아니라도 한국의 CEO 44%가 고민하는 현안이 바로 가업승계이다.

특검은 이 사건의 발단이 된 주요 단서인 태블릿PC와 고영태에 대하여는 수사계획조차 잡지 않았음으로써 스스로 공정한 수사의지를 포기한 것이 아니었나 의심을 받고 있다. 때늦게도 이제 와서 특검기간을 연장해 주면 수사하겠다는 것은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닌가. 대신 기업인이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닌가.

기업인들을 기약도 없이 넉 달이나 계속된 출국금지, 빈번한 소환조사, 이해하기 어려운 인신구속 등으로 재계는 좌불안석이다. 기재부, 공정위 등 경제부처의 공무원들도 특검의 간부 줄 소환에 쑥대밭이 되어 사기가 꺾이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이른바 변양호 신드롬이 발호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이번 사건에서 처음부터 최대의 피해자였다. 정치권에 차이고 검찰에 치이고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마저 잃게 되었다. 무엇이 진실인지 현명한 재판부가 법리에 따라 엄밀하게 판단해 주기를 바란다.

글/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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