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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크루즈·모닝에 떨던 아반떼·스파크, 한숨 돌렸다


입력 2017.02.19 06:00 수정 2017.02.19 07:07        박영국 기자

크루즈·모닝 사전계약대수 기대이하…신차효과 '미미'

경쟁차 간섭효과도 크지 않을 듯

크루즈·모닝 사전계약대수 기대이하…신차효과 '미미'
경쟁차 간섭효과도 크지 않을 듯

기아차 신형 모닝(위)과 한국지엠 신형 크루즈.ⓒ기아차·한국지엠 기아차 신형 모닝(위)과 한국지엠 신형 크루즈.ⓒ기아차·한국지엠

연초부터 출시된 기아자동차 신형 모닝과 한국지엠 신형 크루즈 등 신차들이 볼륨 차급임에도 불구, 시장에서 큰 반향은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신형 모닝과 신형 크루즈의 누적 계약이 기대에 못 미치며 이들과 같은 차급에 속해 있는 한국지엠 스파크와 현대차 아반떼도 판매 간섭이 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모닝의 경우 사전계약 개시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이달 6일까지 누적 계약대수가 8925대를 기록했다.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지난해 구형 모델로도 월평균 6000대 이상 판매됐던 볼륨 차종인 모닝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 사전계약대수로는 다소 빈약해 보인다.

통상 인기 차종은 사전계약 개시 직후 며칠간 향후 수개월간 생산라인을 돌려야 소화 가능한 물량이 계약된다. 현대차 신형 그랜저의 경우 모닝보다 세 배는 비싼 차인데도 사전계약 첫 날인 지난해 11월 2일에만 1만5973대가 계약된 바 있다.

한 달간 계약물량이 월평균 판매목표(7000대)를 2000대가량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해서는 초기 반응이 뜨겁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신형이 일부 판매된 1월 모닝의 판매실적도 5523대로 썩 신통치 못하다. 한국지엠의 경차 스파크는 풀체인지 모델 출시 첫 달(2015년 8월) 판매실적이 7000대에 육박(6987대)했었다. 물론 모닝의 1월 판매실적에는 구형이 상당수 포함돼 있고, 신형의 실판매기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신형 모닝, 스파크 할인공세로 신차효과 반감

신형 모닝이 경차 시장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숙명의 라이벌인 스파크 판매실적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스파크의 1월 판매실적은 4328대로, 모닝에 경차 1위를 내주긴 했지만 지난해 1월과 비교해서는 1.0% 증가했다. 같은 차급에 신차가 나오면 출시 시점을 전후해 경쟁 차종의 판매가 일시적으로 급감하는 게 보통인데, 경차 시장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경쟁 신차 출시로 스파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영업 현장 분위기는 예상보다 양호하다는 평가”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지엠이 스파크에 대해 조건별로 100만원 내외의 현금할인조건을 제공한 가운데 기아차는 신차 출시 초기부터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 없었던 상황이 모닝의 신차 효과를 반감시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경차 시장에서 기아차와 한국지엠의 할인 경쟁이 1년 넘게 이어져오면서 경차 구매 고객들에게 100만원 할인이나 김치냉장고 경품 정도는 당연한 일이 돼버렸다”면서 “경차 고객들은 경제성을 중시하는 만큼, 할인 프로모션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형 크루즈, 높은 진입가격으로 대기수요 온전히 흡수 못해

한국지엠의 준중형차 신형 크루즈 역시 초기 반응이 미지근하긴 마찬가지다. 한국지엠은 지난 8일 신형 크루즈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3주간 누적 계약대수가 2000여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크루즈의 라이벌인 현대차 아반떼의 지난해 월평균 판매실적이 8000대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차로서는 초라한 계약실적이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12월 구형 크루즈를 가지고도 1000대 이상 판매했었다.

업계에서는 기본트림 가격이 1800만원을 넘어서는, 준중형으로서는 다소 부담스런 진입 가격 책정이 신형 크루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약화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이 판매 타깃을 경쟁 준중형차의 중간트림 이상으로 잡으면서 스스로 수요층을 좁혔다는 지적이다.

회사측은 준중형차 중간트림 이상 수요층 외에 중형차나 소형 SUV 소비층까지 겨냥했다는 주장이지만 다른 차급에서 신형 크루즈 출시에 영향을 받은 정황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당장 신형 크루즈로부터 ‘팀킬’을 당했어야 할(한국지엠 측의 주장대로라면) 중형차 말리부는 1월 전년 동기대비 581.5% 증가한 3564대가 판매됐고, 소형 SUV 트랙스는 162.0% 증가한 1436대가 팔렸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신형 크루즈가 초기 흥행에서 썩 재미를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차급에 속한 경쟁차인 현대차 아반떼와 기아차 K3는 1월 판매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현대차 아반떼의 1월 판매는 5064대로 전년 동월대비 27.6% 줄었고, 기아차 K3도 24.1% 감소한 1740대에 머물렀다. 설 연휴로 인한 실판매일수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감소폭이 크다. 두 회사의 1월 전체 내수판매 감소율은 동일하게 9%대였다. 판매 간섭 요인이 크지도 않았는데 큰 간섭을 받은 셈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신형 크루즈의 ‘사전 간섭효과’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공개된 신형 크루즈의 디자인이 국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은 사실이고, 그 때문에 연초에는 준중형 고객층에서 대기수요가 발생해 경쟁차 판매가 줄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1월 중순 신형 크루즈의 가격이 공개되면서 대기수요가 온전히 신형 크루즈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엠은 신형 크루즈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고려해 이달 중 신형 크루즈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기본 50만원, 최대 110만원의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신형 크루즈를 기다렸다 가격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아반떼나 K3로 되돌아갈지, 아니면 신차에 이례적으로 실시되는 프로모션에 만족해 그대로 눌러앉을지는 2월 판매실적을 지켜 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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