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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은퇴 "아쉬움 없다" 요정에서 자연인으로


입력 2017.02.18 14:20 수정 2017.02.20 05:54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칼럼니스트

아시아 최고의 리듬체조 스타, 화려한 족적 남기고 은퇴

소속사 통해 공식 발표..학업 열중하며 제2의 인생 설계

손연재 은퇴 ⓒ 게티이미지 손연재 은퇴 ⓒ 게티이미지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3·연세대)가 ‘예정대로’ 현역에서 은퇴한다.

18일 손연재 소속사 갤럭시아SM은 “손연재는 다음달 열리는 2017 리듬체조 국가대표 개인선수 선발전에 출전하지 않고 현역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아쉬움도 후회도 없다. 보내준 팬들 사랑에 너무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덧붙였다.

앞서 손연재는 매 시즌 첫 출전대회로 삼아왔던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에 불참함으로써 은퇴 발표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대한체조협회서 오는 8월 하계유니버시아드까지만 현역 선수로 뛰어줄 것을 요청했고, 이에 대해 손연재 측이 고민 중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오는 3월 4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개최될 예정인 ‘2017 리듬체조 국가대표 개인선수 선발전’의 참가신청 마지막 날로 쏠렸다. 손연재는 그 이전에 국가대표 선발전 불참을 결정하고 은퇴를 발표했다.

손연재는 여섯 살에 어머니를 졸라 리듬체조에 입문한 이후 한국 리듬체조의 산실 세종고를 거치며 신수지의 뒤를 차세대 주자로서 입지를 굳혀갔고, 2010년 성인무대에 데뷔해 그 해 11월에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종합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으로 확실한 자리매김했다.

리듬체조 강국인 러시아에서 세계적인 선수들 틈에 섞여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해온 손연재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2011년은 손연재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을 세계 리듬체조계에 각인시킨 한 해였다. 모스크바 그랑프리를 통해 시작한 2011년 세계적인 선수들과 나란히 시상대에 섰고, 2012 런던올림픽 출전권도 따냈다. ‘그 과정에서 손연재는 세계 ‘톱10’의 위치를 굳혀갔다.

당연히 세계 체조계가 손연재의 성장세를 주목했다. 프랑스 체조연맹의 월간 체조 매거진(Le Gymnaste Magazine) 2012년 4월호는 손연재 성장세를 The irresistible rise(폭발적 성장)으로 표현하며 집중 조명했다.

당시 손연재 인터뷰를 담당한 프랑스 총리실 홍보부 직원 프레데릭 비딩어는 "2011 몽펠리에 리듬체조 선수권에서 손연재 실력에 프랑스 체조 관계자들이 모두 놀랐다. 2010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에서 32위를 했던 선수가 급성장해 당당히 올림픽 진출권을 획득한 것에 감명 받았다”고 말했다.

눈부신 발전을 이어가던 손연재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개인종합 5위에 올랐다.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당초 톱10에 드는 것이 목표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손연재는 톱10이 아니라 메달 후보였다.

개인종합 결선 마지막 경기였던 곤봉에서의 실수만 없었다면 손연재는 메달을 따낼 수 있었다. 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런던에서의 눈부신 활약으로 인해 손연재는 확실한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

2013년 손연재는 5개 월드컵 대회에서 7개의 메달을 따냈고,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개인종합 포함 3관왕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아시아 리듬체조 여왕으로서 위엄을 과시했다.

2014년에는 다시 아시아선수권 3관왕을 달성한 데 이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개인종합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새로 썼다. 2015년에는 광주에서 열린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또 다시 3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이어갔다.

손연재에게 남은 무대는 스스로 마지막 무대로 설정해뒀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많은 사람들은 손연재에게 메달을 기대했지만 올림픽 개인종합 메달은 결코 쉽지 않은 목표였다. 러시아 선수들이 금메달과 은메달을 가져가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 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과 마지막 남은 한 개의 메달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였다.

손연재는 2015년 리듬체조 갈라쇼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몸 상태와 기량 등을 종합해 볼 때 내년 리우올림픽에서 기대하는 현실적인 성적을 묻는 질문에 “내년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열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에게 의미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에게도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결과도 결과지만 준비 과정 동안 후회 없이 준비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리고 손연재 생애 세 번째 올림픽 무대에서 손연재는 결국 메달권 진입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최고이자 아시아 리듬체조 사상 올림픽 개인종합 최고 성적인 4위를 차지했다.

리우 올림픽에서 마지막 무대를 마치고 경기장을 떠나면서 손연재는 자신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던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답례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당시 손연재의 눈물에는 ‘무언의 은퇴선언’을 포함한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을 것이다.

경기장을 빠져나온 손연재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끝나니까 눈물이 났다. 러시아 선수들 축하해주는데 눈물이 났다. 같이 고생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도 눈물을 흘렸고. 다 같은 마음이다. 다 같은 노력으로 고생했다. 그래서 축하해줄 수 있었다. 지금까지 갖고 있던 짐을 내려놓는 것에 대한 후련함의 의미였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손연재는 “자부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느려도 천천히, 계속해서 노력해왔고 발전해왔다고 생각한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며 "100점이 있다면 100점을 주고 싶다. 제가 주는 점수니까"라고 웃었다.

손연재는 곧바로 은퇴를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은퇴와 관련된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많은 사람들이 리우 올림픽이 손연재의 종착역이 될 것으로 알고 있는 상황임에도 손연재는 아직 스스로 현역 은퇴를 말하지 않고 있다. 말 없는 행보를 통해 은퇴수순을 밟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손연재는 선수로서 세계의 선수들과의 싸움도 벌여야 했지만 리듬체조 외적으로도 엄청난 고통과 싸워야 했다. 손연재를 괴롭힌 것은 다름 아닌 악성 댓글이었다. 내용도 각양각색이었다. 손연재의 외모를 비하하는 내용부터 심판매수, 점수조작 등 황당한 내용의 댓글도 엄청났다.

때문에 손연재는 선수생활 내내 극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한 인터뷰에서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정작 내 조국에서는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없나?라는 생각에 슬펐다”고 말해 보는 이들의 가슴도 아프게 했다.

최근에는 '최순실 게이트' 논란 과정에서 2014년 늘품체조 시연회에 참석해 특혜(체육대상 등)를 받았다는 근거 없는 의혹에 시달리기도 했다. 손연재의 SNS에는 해명을 요구하는 ‘악플러’들의 악의적인 댓글이 도배가 됐다.

손연재 은퇴 ⓒ 데일리안DB 손연재 은퇴 ⓒ 데일리안DB

그런 논란도 잠시, 손연재는 자신의 SNS에 어린 꿈나무 선수들을 지도하는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며 모든 논란을 툭툭 털어버린 모습을 보여줬다. 결과적으로 손연재는 리듬체조에서도 승리했지만 선수생활 과정에서 자신을 괴롭힌 리듬체조 외적인 역경도 이겨낸 선수로 평가할 만하다.

그리고 리듬체조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의 존재를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손연재 키즈’라는 한국 리듬체조의 미래를 기대케 하는 소중한 유산을 남긴 고마운 선수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20대 초반의 나이에 손연재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한다. 손연재는 대학생으로서 학업을 마치고 중국이나 미국에서의 지도자 생활 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 손연재는 최근 미국에서 어린 선수들을 지도하고 돌아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TV프로그램과 CF에 출연하면서 셀러브리티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도 있을 것이다.

손연재가 살아갈 제2위 인생이 어떤 모습일지 아직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리듬체조 선수로서 그동안 보여줬던 놀라운 장면 못지않게 앞으로 보여줄 손연재의 모습도 큰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분명하다.

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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