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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만해?] 쓸쓸한 반전…뼛속까지 울리는 '싱글라이더'


입력 2017.02.19 07:30 수정 2017.02.21 12:07        부수정 기자

신예 이주영 감독 스크린 데뷔작

이병헌·공효진·안소희 주연

배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주연의 '싱글라이더'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뒤늦게 후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배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주연의 '싱글라이더'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뒤늦게 후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영화 '싱글라이더' 리뷰
이병헌·공효진·안소희 주연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못 본 / 그 꽃'

'싱글라이더'를 여는 고은 시인의 시 '순간의 꽃'은 영화의 메시지를 응축한다. 영화는 정상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 정말 괜찮냐고. 무엇을 위해 그렇게 달리기만 하냐고. 관객들은 자신을 되돌아보며 자문한다.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는가, 내게 가장 소중한 건 무엇일까.

'싱글라이더'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치닫다가 소중한 것들을 보지 못하고 뒤늦게 후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강재훈(이병헌)은 증권회사에서 잘나가는 지점장이자 기러기 아빠다. 안정된 직장과 반듯한 가족, 나름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했던 그는 부실 채권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는다. 이후 아내 수진(공효진)과 아들이 있는 호주로 떠나지만 이웃집 호주 남자와 다정한 아내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남편, 아빠 없이도 즐겁게 지내는 아내와 아들의 모습을 본 재훈은 씁쓸하다. 자신의 자리를 대신한 호주 남자를 본 재훈은 화가 치밀어도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다. 감정을 절제하고 참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호주 워홀러 지나(안소희)를 돕게 되고, 가족에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가면서 뒤늦게 아내의 진심을 알게 된다.

배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주연의 '싱글라이더'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뒤늦게 후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배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주연의 '싱글라이더'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뒤늦게 후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영화는 재훈의 눈빛과 발자취를 통해 그가 뒤늦게 후회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아내와 아들에게 호주 유학을 권한 그는 "2년 동안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어요. 막연하게 잘 있겠지라고 생각했을 뿐이죠. 어떻게 살았는지 잘 모르겠어요"라고 반성한다.

성공만을 좇다가 결국 '진정한 성공'을 잃은 그에게 남은 건 없다. 그제야 재훈은 후회한다. "너무 좋은 거래에는 항상 거짓이 있죠. 나도 내가 하는 일에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결국 그 거래 때문에 재산, 고객도 모두 잃고 친구도 가족도 잃어버린 것 같고...나 자신도 잃어버리고...다 뺏기고 이용만 당하고 살면서 왜 그렇게 우아한 척하면서 살았는지.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것 같아요."

그러면서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자책한다. 재훈이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다. 영화는 재훈을 통해 바쁘게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는다. 재훈에게 공감하기 쉬운 이유는 재훈의 삶이 너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사실 재훈은 잘못한 게 없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삶이다. 인생의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누구나 재훈처럼 살 수밖에 없다. 무한경쟁의 한국 사회에선 더욱 그렇다. 한 번쯤 쉬어도 될 텐데 주변이 가만히 두질 않는다. "지금 쉬면 망한다", "올라가지 못하면 끝이다", "저 높은 곳을 향해 더 열심히 달려야 한다"는 매서운 소리만 들릴 뿐이다.

배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주연의 '싱글라이더'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뒤늦게 후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배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주연의 '싱글라이더'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뒤늦게 후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재훈의 눈물과 반성은 관객의 마음을 '쿵'하고 울린다. 울고 싶지 않아도 어느새 '폭풍 오열'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영화의 백미는 마지막 반전 장면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나오면서 관객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반전의 여운이 꽤 깊어 영화를 다시 곱씹게 된다. 영화가 끝나도 쉽게 자리를뜨지 못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헛헛하다. 반전의 힌트를 찾으려 한 번 더 영화를 볼 관객들도 있을 법하다.

이주영 감독은 스크린 데뷔 신고식에서 꽤 훌륭한 작품을 내놨다. 관객의 감정을 섬세하게 건드리는 이야기와 깔끔한 연출 솜씨에 엄지가 올라간다.

이 감독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자 한다"며 "타이밍 때문에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엇갈리는 상황, 스스로 솔직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병헌은 많은 대사 없이 눈빛과 표정만으로 캐릭터를 표현했다. '연기의 신'인 그의 연기력은 이번에도 흠잡을 데 없다. 절절한 눈물 연기가 가슴에 '콕' 박히면서 관객의 몰입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16년 만에 감성 드라마를 선보인 그는 "연기 인생에서 내 마음을 움직인 몇 안 되는 시나리오"라며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서 너무 쓸쓸했고, 가슴이 텅 빈 듯 허무했다. 여운이 깊게 남는 시나리오라서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배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주연의 '싱글라이더'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뒤늦게 후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배우 이병헌 공효진 안소희 주연의 '싱글라이더'는 성공을 향해 앞만 보고 달리다 뒤늦게 후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공효진은 언제나 그랬듯,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듯한 연기를 펼쳤다. 우는 연기를 할 때 관객도 울게 되는 묘한 힘을 지닌 배우다.

공효진은 "나로 인해 이 남자가 쓸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면서 "영화를 보고 다양한 생각을 하는 관객들이 많을 듯하다. 영화가 이끄는 대로 편하게 봐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작 '부산행'에서 '발연기' 논란에 휩싸인 안소희는 비교적 무난하게 캐릭터를 소화했다. 실제 나이 또래의 20대 청춘을 연기한 그는 "당차고 씩씩하고 밝은 캐릭터를 맡아서 좋았다"며 "영화를 보고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할 듯하다"고 전했다.

제목 '싱글라이더'는 일인 탑승객, 즉 홀로 떠난 여행객을 의미한다.

광고계에서 오랫동안 미장센을 단련한 이 감독은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영화 대부분을 호주 로케이션으로 촬영해 이국적인 풍광을 녹여 냈다.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 해외 배우, 한국 배우가 잘 어우러진 신선한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좋겠다.

할리우드 직배사인 워너브러더스가 '밀정'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제작 단계에서부터 완성도 높은 각본으로 호평을 얻었다. 이병헌과 하정우가 제작자로 참여해 화제가 됐다.

2월 22일 개봉. 97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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