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바르사 희비 가른 ‘중원 열쇠’

최종편집시간 : 2017년 11월 19일 04:54:35
레알·바르사 희비 가른 ‘중원 열쇠’
나사 풀린 바르셀로나 미드필더, 메시까지 집어 삼켜
중원 싸움에서 나폴리 완벽 제압한 레알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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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17 17:45
박문수 객원기자(pmsuzuki@nate.com)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중원 싸움이 결국 승패를 갈랐다. 레알 마드리드는 단단했고, 바르셀로나는 그렇지 못했다.

이번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보로 꼽혔던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희비가 엇갈렸다. 레알은 나폴리에 3-1로 승리하면서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고, 바르셀로나는 0-4 대패로 10시즌만의 대회 8강 탈락 위기에 처했다.

바르셀로나는 15일(이하 한국시각) 파르크 데 프랑스에서 열린 '2016-17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와의 원정 경기에서 0-4 완패했다.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렸다. 상대 압박에 바르셀로나는 경기 내내 고전했다. 불과 며칠 전 알라베스를 상대로 대승을 거뒀던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탄탄한 중원과 미드필더 지역에서의 뛰어난 탈압박 그리고 패스를 통한 공간 차출과 최고 공격수들의 완벽한 마무리까지. 바르셀로나 축구를 대표했던 강력한 중원과 날카로운 공격진 모두 자취를 감춘 경기였다.

레알은 반대였다. 바르셀로나가 중원 붕괴로 고전했다면 레알은 탄탄한 중원을 앞세워 나폴리에 승리했다.

경기 시작 8분 만의 레알은 나폴리의 인시녜에게 선제 득점을 내주며 흔들렸지만, 전반 19분 벤제마의 골로 동점을 만들며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에 레알은 크로스와 카세미루의 연속 골을 앞세워 나폴리를 격파. 8강 진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 레알&바르셀로나 UCL 1차전 주요 기록 ⓒ 데일리안 박문수/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나사 풀린 바르셀로나의 미드필더, 메시까지 집어 삼키다

바르셀로나 강점은 탄탄한 중원이었다. 여기에 공격진에 메시까지 있으니 최고의 조력자와 최고의 해결사를 갖춘 그야말로 무적의 팀이었다. 바르셀로나가 근 10년간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꾸준히 우승 후보로 거론된 이유도 단연 미드필더진과 메시의 존재가 컸다.

그러나 PSG전에서 바르셀로나는 팀의 강점인 탄탄했던 미드필더진과 메시에 발목이 잡혔다. 우선 어쩔 수 없었다. 중원에서의 공 배급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은 탓에 천하의 메시마저 고립됐다. 상대적으로 네이마르가 포진한 왼쪽 공격진이 그나마 PSG에 조금의 위협을 가할 수 있던 이유도 중원의 붕괴 여부였다.

PSG의 에메리 감독이 내세운 바르셀로나전 첫 번째 선택지는 공격 진양에서부터 이어진 강한 압박이었다. 드락슬러부터 후방의 쿠르자와까지 PSG 왼쪽에 포진한 선수들은 지속해서 세르지와 메시를 공략했다. 쉽게 말하면 후방에서부터의 공배급을 원천 봉쇄해 메시를 외롭게 만드는 전략이었다. 메시 하나만 막는 것보다는 메시에게 공이 가는 진로 자체를 차단하는 전략이었다. 후방에서부터 공이 막힌다면 중원으로의 공 배급 후 공간을 열면 되지만 바르셀로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 다음 선택지는 중원 압박이었다. 마튀이디와 라비오 그리고 베라티로 이루어진 중원은 창의적인 움직임보다는 강한 압박을 통해 바르셀로나를 괴롭혔다. 왕성한 활동량을 무기로 바르셀로나 중원을 제압하면서 상대의 전진을 막았다. 또한 때에 따라서는 공간이 생기면 과감한 전진을 통해 공격에 가담했다.

이에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횡적인 움직임으로 패스 웍을 가져오는 기존의 공격 방식을 구사하지 못했다. 종적으로 상대를 파고 들어가는 것이 아닌, 횡적으로 움직이면서 천천히 전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원이 막힘에 따라 템포를 잃으면서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상대 중원과의 싸움에서 밀려 버렸다. 무리한 전진으로 중원이 비었고, 덕분에 PSG 선수들은 맘 편하게 공격에 임할 수 있었다. 점유율만 높았을 뿐, 바르셀로나 미드필더진의 전개 작업은 효율적이지 못했다.

기동력 그리고 체력 저하 등 여러 문제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달리 말하면 중원에서부터 공격의 흐름이 풀리지 않으면서 모든 게 꼬여버렸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특유의 탈압박 능력을 통해 PSG 공략에 나섰지만, PSG는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활발한 압박을 앞세워 후방에서부터 상대를 지속해서 괴롭혔고 막아냈다. PSG의 전술은 적중했고, 바르셀로나 전략은 실패만 남겼다.

▲ 바르셀로나의 중원은 나사 풀린 듯 속절없이 무너졌다. ⓒ 게티이미지

미드필더진 싸움에서 나폴리 완벽 제압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가 PSG에 예상 밖 패배를 당하면서 레알 역시 자칫 이변의 희생양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우에 불과했다. 이날 레알은 미드필더 지역에서 나폴리에 우위를 점하면서 무난히 승리할 수 있었다.

이날 지단 감독이 내세운 미드필더는 크로스와 모드리치 그리고 카세미루다. 공 배급 능력이 좋은 크로스와 모드리치를 통해 공격의 활로를 불어 넣고, 좀 더 수비진인 카세미루를 통해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잡았다.

중원에서의 무게감은 곧 승리로 이어졌다. 이날 나폴리의 사리 감독은 함식과 지엘린스키 그리고 디아와라를 배치하는 형태의 미드필더진을 구성했다. PSG가 압박을 통해 바르셀로나를 괴롭혔다면, 나폴리는 좀 더 공격적으로 레알전에 임했다.

그러나 나폴리의 전략은 실패했고, 다소 비슷한 구성의 레알 마드리드가 중원에서의 무게감에서 우위를 점하면서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이른 시간 선제 득점을 넣으며 라인을 다소 내렸지만 레알이 동점골에 이어 역전골까지 넣으면서 수세에 몰린 탓에 함부로 전진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반면 레알은 모드리치가 장점인 넓은 시야를 활용해 능수능란하게 공격을 지휘했고, 팀을 이끌었다. 크로스 역시 빼어난 활동량과 패싱력을 통해 팀의 전진을 도왔고 이들 뒤에 배치한 카세미루는 공수 밸런스를 잡아주면서 상대를 효과적으로 압박했다.

호날두의 움직임도 빼놓을 수 없다. 골 맛은 보지 못했지만 대신 과감하고 날카로운 움직임을 통해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들며 해결사로서가 아닌 조력자로서 팀플레이를 이끌었다. 급격한 부진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었지만 호날두를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온 더 볼 상황에서도 오프 더 볼 상황에서도 상대 수비진을 흔들며 교란시켰고, 덕분에 레알 선수들 역시 맘 편히 공격에 임할 수 있었다.

벤제마 역시 공격 전개 과정에서 날카로운 움직임을 뽐내며 나폴리 수비진을 흔들었다. PSG전에서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움직임이 무거웠다면, 레알 선수들은 물 만난 고기인 양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데일리안 스포츠 = 박문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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