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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우클릭' 경쟁에 '핵무장론' 또 다시 등장


입력 2017.02.16 16:07 수정 2017.02.16 16:17        이충재 기자

인기 이슈지만 현실적 불가능…'안보 포퓰리즘' 지적

'북풍(北風)' 갈수록 줄어들어…유권자들 '내성' 생겨

일부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우리도 핵을 통해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는 '핵무장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자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부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우리도 핵을 통해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는 '핵무장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자료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북한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이어 김정남 피살 사건까지 터지면서 정치권 '안보 우클릭' 경쟁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일부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우리도 핵을 통해 북한에 대응해야 한다"는 '핵무장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자위권 차원'에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한의 핵무장으로 남북 간 군사력 불균형이 생긴 만큼, 안보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핵무장론은 대선 때마다 나온 정치권의 단골메뉴로, 국민들의 '안보정서' 입맛에 맞춰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실제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직후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우리도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0~70%에 달했다. 가능성 여부를 떠나 '안보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유승민-남경필-원유철 '핵무장론'…야권은 '반댈세'

이번엔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대선후보들이 핵무장론을 꺼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핵무장론은 전무했다. "위험한 발상"이라며 반핵 노선을 견지했다.

우선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핵 개발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한미연합군의 자산으로 전술핵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며 '전술핵(Tactical Nuclear Weapon)' 배치를 주장했다.

같은당 남경필 경기지사도 한국형 자주국방 공약의 핵심 방안으로 '핵무장 준비론'을 제시했다. 남 지사는 "한반도 안보와 관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 중 하나는 핵무장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원유철 의원은 "조건부 핵무장을 추진해 북핵의 공포가 없는 한반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핵유철'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정치권의 대표적인 핵무장론자다.

전문가 "매우 위험한 발상"…'안보 포퓰리즘' 지적

전문가들은 핵무장론에 일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국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한데다 일본의 핵무장을 촉발하는 등 '동북아 핵도미노'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큰 선거 때마다 정치권에서 핵무장론을 제기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정치권에서는 국민여론이라는 논리를 펴지만,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는 북한 핵무장 저지를 위한 그동안 국제사회의 노력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핵으로 무장한 우리나라를 국제사회가 지지할 것인가도 의문이다. 실제 우리가 핵무장을 시작할 경우,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는 것은 물론 미국이 '적군'으로 돌아서 정치-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핵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예산, 국제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하면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더욱이 우리의 핵무장론은 군사대국을 꿈꾸는 일본에게 '핵개발 빗장'을 열어주는 수순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현재 아베정부는 북한 핵실험과 한국 정세 등을 활용해 핵무장 구실-명분을 찾고 있다.

이와 관련 황일순 서울대 원자핵공학부 교수는 "핵무기는 국경과 세대를 넘어서는 재앙을 불러오는 반인류적인 흉기"라며 "우리가 원자력 선진국으로서 원자력의 평화와 안전, 환경을 보장하는 것을 국가정책으로 천명하고, 주변국을 안심시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 '일관된 반대'…박 대통령도 "한반도 핵 있어선 안돼"

더욱이 역대 정부는 정치권의 '핵개발론'에 일관된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국제사회의 반대 등으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데다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굵직한 선거 때마다 '보수정치권 핵무장론→정부차원의 일축'의 패턴을 반복했다.

박근혜정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한반도에 핵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가 한 국제사회와의 약속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한미상호조약에 따라 미국의 핵우산을 받고 있어서 한반도에 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취임 초인 2013년 미국 의회 상·하원 연설에서도 "핵무기의 직접적인 위협 속에 놓여 있는 한반도야말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드는 시범지역이 될 수 있다"며 "여기서 성공한다면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치권 내에선 북풍(北風)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만큼 과도한 안보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핵무장론은 과도하다. 이미 유권자들은 북한 문제에 내성이 생겨서 안보와 관련해 아무리 '센 이야기'를 내놔도 무덤덤해 졌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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