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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의 재계산책]강정구는 불구속, 이재용은 구속?...정치인의 고무줄 원칙


입력 2017.02.16 08:56 수정 2017.02.16 11:21        이강미 기자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불구속 수사 원칙' 천명

정치·정략에 따라 오락가락...법원의 현명한 판단 필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차 영장실질심사가 1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심리로 열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이규철 특별검사팀 대변인(오른쪽).ⓒ데일리안 박항구·김나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2차 영장실질심사가 1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심리로 열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이규철 특별검사팀 대변인(오른쪽).ⓒ데일리안 박항구·김나윤 기자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불구속 수사 원칙' 천명
정치·정략적 입장 따라 오락가락...법원의 현명한 판단 필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2차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인들의 구속수사의 원칙이 그때그때 상반된 '고무줄 원칙'을 견지하고 있어 새삼 주목된다. 이는 자신들의 정치적·정략적 입장에 따라 국민들의 여론에 편승한 포퓰리즘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인물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차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민심과 동떨어진 결정으로 뜻밖이고 유감스럽다“면서 ”특검이 위축되면 안된다"고 밝혔다. 이번 영장 재청구에 대해서도 더불어민주당은 법원에 영장 발부를 촉구하며 압박했다.

그러나 지난 2005년 11월 30일 당시 문 민정수석은 청와대 칼럼 '호시우행'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구속과 기소에 관한 딜레마'에 관해 언급한 사실을 전하며 불구속수사가 사법정의의 대원칙임을 주장했다.

당시 문 수석은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원칙을 천명하고 있으나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 구속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대단히 높다. 법이 규정하는 구속요건 외에는 구속해서는 안된다” “불구속 원칙을 확립하고 준수해 나가는 것이 우리 형사사법의 시급한 과제다" 등을 피력했다.

이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신임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최근 강정구 교수 사건, 전직 국정원장 사건 등 일련의 사건에서 구속과 불구속이 우리 사회의 큰 화두가 되었다"라고 불구속과 인권에 대해 언급한 내용에 본인의 의견을 더해 불구속수사를 지지했던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 수사를 맡아 구속수사를 지휘했던 검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다. 당시 중앙지검 2차장 검사였던 황 대행은 강 교수를 구속하려 하자 천정배 당시 법무부장관이 극히 이례적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구속을 불허했다. 김종빈 검찰총장은 이에 항의해 사퇴했고, 뒤이어 정상명 검찰총장이 취임한 바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명 신임총장 취임식에서 강정구 교수 사건을 운운하며 불구속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문 수석은 이를 더욱 강조하며 칼럼으로 실은 것이다. 황 대행은 당시 이 사건으로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위원인인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김 의원은 지난달 10일 ‘오마이TV 장윤선, 박정호의 팟짱’에 출연해 자신이 검사시절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했었음을 피력했다.

이강미 산업부장 이강미 산업부장
김 의원은 "아무리 죄가 많은 사람도, 어제 보셨던 조윤선이나 김기춘, 우병우 뻔뻔스럽게 행동하는 죄인이 있어도 저는 구속은 잘 안했다“면서 ”증거수집해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한 언론 인터뷰에 나서 "사법부가 재벌 편을 들고 있다”면서 “이재용 구속영장 재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구속 여부는 박근혜 탄핵 심판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도 주장하는 등 앞뒤 맥락이 안맞는 말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도주의 우려가 없는 한 불구속수사가 원칙이다. 하지만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대선시즌과 교묘히 맞물리면서 법 원칙보다는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으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촛불민심을 등에 엎은 야권이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고, 권력앞에 약자였던 기업인들에 대한 원칙없는 구속수사를 주장하면서 법원을 압박하고 있다.

이는 기소만 되면 마치 유죄인 듯 추정하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야당 추천인사들로 구성된 특검이 ‘이재용 구속’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명확한 증거없이 도주우려없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특검은 그동안 마치 군사작전을 펼치듯 유독 삼성 수사에만 집착해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특검이 ‘막판 전시용’으로 이 부회장을 무리하게 구속하려 한다며 비난하고 있다.

법원은 1차 영장의 경우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타당성)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삼성은 최순실 씨 모녀에 대한 승마지원은 청와대의 강압에 의한 것이고, 삼성물산 합병은 이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2차 영장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심리로 16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린다. 발부여부는 이날 밤 늦게 또는 17일 오전에 결정된다. 그 어느 때보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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