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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vs안희정 '적통' 논쟁 가열, 방점은 제각각


입력 2017.02.16 06:25 수정 2017.02.16 06:21        이슬기 기자

문, 국민의정부 인사 대거 영입…안, 김대중·노무현 통합정신 부각

노무현 사위 "대통령 수사받을 때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안희정 비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 출범식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문단 '10년의 힘 위원회' 출범식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희정 충남 도지사가 2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대선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안 지사 뒤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희정 충남 도지사가 2일 오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실에서 대선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안 지사 뒤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내 ‘적통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내달 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대세론’의 주인공인 문재인 전 대표와 ‘대망론’의 중심에 선 안희정 충남지사 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두 사람 모두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공통의 뿌리를 갖고 있는 동시에 ‘DJ(고 김대중 대통령) 정신’을 이어갈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 비서실장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을 지내며 ‘노무현의 친구’라는 별칭을 얻었다. 안 지사는 2002년 대선 캠프에서 제1 지원군 역할을 했으나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으며 이른바 ‘독박’을 감수했다.

다만 각자 선거 과정에서 방점을 찍은 부분은 엇갈린다. 문 전 대표의 경우, 민주정부 당시 활동했던 인사들을 대규모로 영입함으로써 후계자를 자임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호남 내 반문정서를 해소키 위해 국민의정부 인사들과 대거 접촉, 지지층의 외연을 적극 확장해 친노(친 노무현) 프레임을 벗어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실제 그는 지난 14일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당시 장·차관 등 전직 고위 관료 60여명으로 이뤄진 자문단을 전격 출범시켰다. 명칭도 ‘10년의 힘 위원회’로 지었다. 자신이 민주정부 10년의 적통을 지닌 후보라는 의미다. 이에 앞서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 이사장을 지낸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키도 했다.

문 전 대표가 메머드급 세력으로 승부하는 반면, 안 지사는 ‘대연정론’ 등 김대중·노무현 정신으로 집약되는 이슈를 내놓았다. 두 전직 대통령의 정신적 유산인 '국민통합'을 연정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루겠다는 것이다. 안 지사는 이에 대해 “노무현이 이루고자 했던 헌법 정신이 곧 대연정”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가 최근 후보검증 방송 토론회에서 언급한 ‘국민통합=지역주의 극복’ 공식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인식이다.

동시에 두 전직 대통령의 ‘역전 스토리’를 부각시키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40대 기수’로서, 노 전 대통령은 ‘이인제 대세론’ 속에서 모두 약체로 분류됐지만, 결국 도전을 접지 않고 당선 신화를 만들었다는 게 안 지사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더 나아가 “김대중과 노무현의 ‘미완의 역사’를 뛰어넘는 지도자”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걸었다. 두 지도자에만 국한될 경우 본인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확장성 극대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2일 광주에서 "우리가 불렀던 김대중·노무현 역사의 노래를 버전업해서 '새로운 대한민국'의 노래로 만들어야 한다“며 ”그것이 김대중·노무현의 후예답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달 23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에서는 진보·보수를 망라하고 87년 체제 이후 집권한 대통령 6명의 좋은 정책을 적극 수용 및 계승하겠다고도 했다. 안 지사가 계승 대상으로 꼽은 범주엔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와 관련해 그간 안 지사를 공개적으로 호평했던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전날 비문계 의원들과의 만찬 회동에서 “안희정은 초기 노무현, 문재인은 말기 노무현이라는 얘기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돈다더라”며 안 지사를 긍정 평가하는 동시에 ‘문재인 대세론’을 꼬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간 ‘적통 논쟁’이 가열되면서, 일각에선 특정 후보에 대한 공세도 펼쳐졌다.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지사를 비판한 글을 올렸다가 파문이 커지자 뒤늦게 삭제했다. 하지만 각종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각에선 안 지사에 대한 공세 도구로도 쓰이고 있다. 다만 안 지사 측에선 이에 대한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았다.

곽 변호사는 해당 글에서 노 전 대통령의 장례 기간을 언급하며 "어떤 이는 장례 기간 중에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고 그분을 돌아가시게 한 세상과 권력을 원망하며 포효하기도 했다. 안 지사도 그 중 한 사람으로 기억한다"며 "나는 전직 대통령이 된 어르신이 수사를 받고 모든 언론의 표적이 됐던 그때 그(안희정 지사)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도무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사랑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진 대상이 생사를 넘는 고통 속에 있을 때는 왜 아무런 용기가 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죽음에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이 사람의 삶을 바라보는 기저를 확인할 수 있다. 나는 이런 이유로 안 지사를 의심하고 있고 이것이 그에 대한 평가의 첫 번째 근거"라고 안 지사를 비난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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