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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공감 없는 경솔한 채택”…학계, 상법개정 반대 목소리


입력 2017.02.15 13:30 수정 2017.02.15 15:49        이광영 기자

한경연, ‘상법개정안의 쟁점과 문제점’ 긴급좌담회 개최

김선정 교수 “외국서 입법례 찾기 힘든 희귀한 법안”

한국경제연구원이 15일 오후 1시 30분 한국경제연구원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상법개정안의 쟁점과 문제점 : 前 상법 학회장들에게 듣는다' 긴급 좌담회에서 (왼쪽부터)김선정 전 상사판례학회장, 송종준 전 기업법학회 회장, 최준선 전 상사법학회 22대 회장,최완진 전 상사법학회 20대 회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이 15일 오후 1시 30분 한국경제연구원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상법개정안의 쟁점과 문제점 : 前 상법 학회장들에게 듣는다' 긴급 좌담회에서 (왼쪽부터)김선정 전 상사판례학회장, 송종준 전 기업법학회 회장, 최준선 전 상사법학회 22대 회장,최완진 전 상사법학회 20대 회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한국경제연구원

한경연, ‘상법개정안의 쟁점과 문제점’ 긴급좌담회 개최
김선정 교수 “외국서 입법례 찾기 힘든 희귀한 법안”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개정안에 대해 상법·기업법학회장을 역임한 해당 분야 전문가 등 학계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이들은 이번 개정안을 두고 외국에서 입법례를 찾기도 힘든 희귀한 법안이며 기업 공감대 없이 통과시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은 15일 오후 1시 30분 한경연 대회의실에서 열린 ‘상법개정안의 쟁점과 문제점: 전(前) 상법 학회장들에게 듣는다’ 긴급좌담회를 개최했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번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우리 기업들이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경영권 방어에 실탄을 소진하게 되기 때문에 기업의 투자재원은 줄고 일자리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날 좌담회에 참석한 전임 상사법학회장, 상사판례학회장, 기업법학회장 등은 국회 상법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정안 통과에 반대했다.

◆ 기업지배구조 개선, 소수주주의 감사위원 선임으로 해결불가

김선정 전 상사판례학회장(2009년~2010년,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나 회계투명성 제고가 단지 소수주주가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외형적 틀을 갖춘다고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거대한 회계부정 사건이 발생한 일본 도시바의 경우 이사 5인 중 3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할 정도로 외형적으로는 잘 정비돼 있었지만 결과적으론 작동하지 않았다.

그는 또 미국의 엔론(Enron) 사태를 들면서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에게 중요한 것은 독립성 보다는 전문성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감사위원이 소수주주를 대변하게 된다면 회사 전체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분파적 이익이나 경영외적 목표를 겨냥하여 경영분쟁을 유도하거나 단기실적(단기적 capital gain, 고배당)에 집착해 경영진을 압박할 가능성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 입법례를 찾기도 힘든 희귀한 법안을 충분한 토의도 없고 피적용대상자인 기업의 공감대도 없이 경솔하게 채택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 다중대표소송 적용대상 광범위…소송요건 엄격하게 해야

송종준 전 기업법학회 회장(2011년~2012년,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이번 상법 개정안이 모자회사 등 결합기업을 다중대표소송의 적용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들 결합기업을 모두 단일 경제적 동일체라고 취급하는 것은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다중대표소송 법안이 균형감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동일체 개념을 인정해 책임을 묻는 반면 결합기업의 경영에서는 포괄적 이익을 위한 경영판단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송 교수에 따르면 다중대표소송제를 적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법원이 자회사 이사의 경영판단원칙을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더라도 경영판단원칙에 따른 이사의 면책이 용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적극적인 경영판단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송 교수는 보완책으로 남소 방지를 위해 요건을 엄격히 할 것을 주장했다. 일례로 미국은 완전모자회사 관계에 있는 경우와 모회사와 자회사 쌍방의 이사회에 제소청구를 하고 그 청구가 모두 거부된 후에만 제소할 수 있다. 거부된 경우 주주가 그 부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또 일본의 경우에는 모회사가 보유하는 자회사 주식의 장부가액이 모회사 자산액의 20%를 초과하는 등 모회사 재산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경우로 소제기가 제한되고, 또한 소제기가 제3자의 부정한 이익을 위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송 교수는 “원론적으로 상법은 기업을 옥죄는 법이 아니라 기업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법”이라며 “이번 상법개정안은 기업 부담을 가중하는 것으로 그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 이사회, 파벌 싸움 전쟁터로 변질 우려

최준선 전 상사법학 22대 회장(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집중투표제와 근로자 사외이사제가 도입되면 이들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형식적인 이사회가 되는 것은 물론 경영정보 유출까지 우려돼 대주주의 경영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완진 전 상사법학회 20대 회장(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이사회가 당파적인 논쟁 구도로 흘러갈 것을 경계했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소수주주를 대표하는 이사와 최대주주를 대표하는 이사가 이사회에 공존하게 되기 때문에 이들이 서로 당파적인 행동을 할 유인이 높다는 것이다.

최완진 교수는 2006년 영국계 해지펀드가 다른 외국계 기관들과 손잡고 집중투표를 통해 KT&G의 경영진 교체요구 등 경영권을 간섭한 선례를 근거로 들었다.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려는 측은 주주총회에 참여하기 어려운 주주들, 특히 소액주주 또는 비지배주주가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서 지배주주의 일방적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실제로는 제도의 본래 취지와 달리 실무에서는 전자투표제도는 번거롭고 유명무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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