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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군인‧경찰이 바라보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입력 2017.02.15 06:20 수정 2017.02.15 06:13        박진여 기자

"나라도 업무도 답답하고 힘들어…국민 생각하며 완전 무장"

정부, 공무원의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과 복무점검 강화 점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3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가운데 불꺼진 청와대에 적막이 감돌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해 12월 3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가운데 불꺼진 청와대에 적막이 감돌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나라도 업무도 답답하고 힘들어…국민 생각하며 완전 무장”
정부, 공무원의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과 복무점검 강화 점검

대통령 탄핵정국에 따른 국정공백 상황 속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국가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위기 상황 속 국가운영을 돕는 ‘공무원’이자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이기도 한 이들은 혼란스러운 현 정국을 정면에서 실감하고 있었다.

각 분야‧상황에 따른 정책을 고민하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보는 현 정국은 그야말로 답보 상태다. 매주 확대되는 시위 속 시민의 안전 문제부터 북핵 위협 등 엄중한 안보환경 속 국가통수권자의 부재로 야기되는 문제까지 어느 하나 사사롭지 않은 고민들이 터져 나온다.

다만 공무를 수행하는 이들인 만큼 현 시국에 대한 고민은 개인의 불만 차원이 아닌 공공의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현 정국 속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고, 국민에게 신뢰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선 공무원들을 ‘데일리안’이 만났다.

“답답하고 힘든 날들…시민 생각하며 완전 무장”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집회가 매일같이 개최되는 가운데, 시위현장에 하루 걸러 동원되는 경찰은 혼란스러운 현 시국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국내 정세도 일하는 환경도 팍팍하기만 하지만, 질서를 잘 따라주고 응원도 해주는 시민들이 있어 절망하기는 이르다고 말한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집회가 매일같이 개최되는 가운데, 시위현장에 하루걸러 동원되는 경찰은 혼란스러운 현 시국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찬반집회가 매일같이 개최되는 가운데, 시위현장에 하루걸러 동원되는 경찰은 혼란스러운 현 시국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현역 경찰인 박호영(가명‧31) 씨는 “국가의 녹을 받고 있는 입장이지만 지금 국가 상황을 보면 안타깝고 답답할 뿐”이라며 “무엇보다 추위 속 장비를 다 갖춰 입고 현장에 나가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지치기 일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박 씨는 “우리 역할은 시민이 안전하고, 평화적으로 집회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질서를 지키며 평화집회를 이끄는 시민들을 볼 때 힘이 날 때가 많다”고 낙관했다.

오히려 경찰을 응원해주는 시민들 덕에 일할 맛이 난다는 것. 지난 주말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맨 앞줄에 섰던 의무경찰 김창현(가명‧23) 씨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시민들이 오죽하면 이러겠나 싶다가도 매일 현장에 나와 상황을 통제하는 입장에서는 솔직히 ‘언제 끝날까’라는 생각도 든다”며 “그래도 막상 현장에 나가면 핫팩이나 음료를 건네며 응원해주는 시민들 때문에 더 열심히 임하게 된다”고 마음가짐을 다졌다.

“걸그룹 만큼 핫한 정치판 이야기…전쟁 날까 우려도”

안보현장의 최일선에서 근무하는 군인에게도 어지러운 시국이 고스란히 다가온다. 기존에는 걸그룹이 등장하는 음악프로그램에 TV채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에는 청문회, ‘썰전’ 등이 인기 프로그램으로 등극했다. 특히 뉴스에서 전해지는 북한 핵실험 가능성이나 안보 공백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우려된다는 후문이다.

이달 말 전역을 앞둔 육군 모 부대 정유진(24) 병장은 “최근 부대에서 뉴스나 청문회, ‘썰전’ 같은 시사프로그램을 주로 보는데, 자유롭게 의사표현하기 어려운 곳임에도 저마다 ‘나라 돌아가는 꼴이 심상치 않다’고 한마디씩 한다”며 “그래도 군인신분이라 함부로 이말 저말 할 수는 없고, 휴가 때 촛불집회에 나가는 것도 눈치가 보이는 게 현실이다. 여러모로 답답하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증대되는 북핵 위협 속 현재 안보 공백 상황이 새삼스레 우려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상병 진급 휴가를 나온 김대영(가명‧22) 상병은 “(나라가) 이런 상황에 국지도발이나 사이버 테러라도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며 “이럴 때일수록 대응체계를 정비하고 튼튼한 국방력을 선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정부와 각 자치단체는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현 정국에서 공무원들이 흔들림 없이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공직기강 확립에 나섰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정부와 각 자치단체는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현 정국에서 공무원들이 흔들림 없이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공직기강 확립에 나섰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국민들이 국정공백 불안감 느끼지 않도록 최선 다할 것”

행정공무원의 경우 국정공백 사태에 대한 비판도 함께 받고 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일본 등 여타 우방국보다 외교적 대응이 한발 늦었고, 겨울 내내 기승을 부렸던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초기 대응 과정에서도 늑장대응과 허술한 방역 대책을 지적받으며 국정공백으로 인한 행정공백을 지적받기도 했다.

공직에 대한 사명감으로 공무원이 된 백은영(가명‧33) 씨는 이 같은 이유로 최근 부쩍 의욕이 꺾였다. 국민들이 국정 공백을 실감하는 것은 그만큼 공무원이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 백 씨는 “평소처럼 열심히 일해도 언론에서 국정공백 사태를 대서특필하면서 더 질타를 받게 되는 것도 있다”며 “더 긴장하고 열심히 일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20여 년간 공직에 몸담은 박미희(가명‧49) 씨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책무를 다하는 직업인만큼 어려운 때일수록 그 역할이 주목받는 건 당연하다”며 “시국이 시국인 만큼 행동강령 운영지침 등 각종 지침이 내려와 공무원 사기 강화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럴 때일수록 막중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고는 한다”며 ”국민들이 생활 속에서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부와 각 자치단체는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현 정국에서 공무원들이 흔들림 없이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공직기강 확립에 나섰다.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은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부터 사흘간 내각을 다잡으며 국정 안정을 도모했고, 행정자치부는 공직기강 확립과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직사회 조성을 위해 지난 달 중앙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감사담당공무원 300여 명을 대상으로 포럼을 개최, 지자체 공무원들의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과 복무점검 강화를 당부했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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