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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조항 산재, 경영권 방어수단 대등하게 제공돼야"


입력 2017.02.23 06:00 수정 2017.02.23 17:08        이배운 기자

[기업살인 상법개정안 논란·하/인터뷰2]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집중투표제, 소액주주강화라지만 주주평등원칙에 어긋나"

"감사위원 분리선임, 영업비밀 그대로 노출...막을 도리 없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데일리안 이배운 기자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데일리안 이배운 기자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상법개정안이 우리 기업의 지배구조를 약화시켜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전락하도록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상법개정안이 실질적으로 소액주주들의 권리 보호에는 별다른 역할을 못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약화시키고 자본의 해외 유출만 부추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기업무장해제' 상법개정안, 왜 집착하나
(중)집중투표제, 멕시코·칠레가 선진 사례인가
(하-전문가인터뷰1)'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제도 도입 시급
(하-전문가인터뷰2)"독소조항 산재, 경영권 방어수단 대등하게 제공돼야"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집중투표제, 소액주주강화라지만 주주평등원칙에 어긋나"
"감사위원 분리선임, 영업비밀 그대로 노출...막을 도리 없다"


2월 임시국회에서 발의된 상법개정안을 둘러싸고 각계의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학계는 이번 상법개정안이 대주주의 권한을 지나치게 제한함으로써 기업의 경영권이 적대적 투기자본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아울러 전 세계에 유례없는 기업규제방안 발의는 반기업정서를 기반으로 한 규제 확대와 ‘경제민주화’ 구호를 둘러싼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3일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늘 선거주기와 맞물려 왔다고 지적했다. 국가경제가 좋아지던 나빠지던 간에 유권자의 표를 얻을 생각만 하고 일부 정치인들이 국익에 앞서 정파적인 이익을 챙긴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법이라는 것은 모두가 바라보면서 길을 따라가게 하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며 “법을 통한 개혁을 진행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선거 기간이 아닌 사회적으로 안정이 이루어졌을 때 차근히 짚어갈 문제”라고 강조했다.

◆적대적 투기자본에 경영권 노출시키는 독소조항 산재
조 교수는 특히 이번 상법개정안 중 ‘소액주주·약자의 권리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운 집중투표제,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임안 등이 적대적인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기업의 경영방어권을 무력화 시키는 독소조항임을 주지시켰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 이사 선임 시 1주당 1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소액주주들은 현행과 다르게 자신을 대표하는 사람을 이사로 선임하는데 더 큰 힘을 실을 수 있고 반대로 대주주의 의결권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집중투표제의 도입 명분은 ‘소액주주의 권리강화’지만 이는 뒤집어보면 소액주주가 아닌 주주를 차등하는 것이 된다”며 “특정주의 의결권을 우대하는 것은 주주평등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소액주주가 조금만 단결해도 투표결과를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손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이 제도의 도입취지는 재벌 총수의 2, 3세가 경영하는 자회사에 대한 감독 강화지만 글로벌 경쟁사나 투기자본이 이를 악용해 국내 기업들의 자회사·손자회사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다중대표소송제는 캐나다, 호주 등 영미계 국가 일부에서 인정되지만 법원의 결정이 필요한 탓에 실제로 제기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일본은 다중대표소송제를 의무화하고 있지만 경영권 보호 등을 이유로 다중대표소송 대상을 100% 자회사로 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안에도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감사위원은 주주총회에서 복수의 이사를 선임하고 그 중 한명을 선임하는 형태로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이번 상법개정안은 감사위원을 이사와 처음부터 분리해서 뽑고 이 과정에서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갖고 있다.

조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 선임안에 집중투표제 까지 합세하면 지배주주의 의결권이 이중으로 제한되고 엘리엇을 포함한 해외 투기자본이 소액 주주로써 경영권을 파고들게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감사는 이사보다 핵심정보에 들어갈 수 있는 위치”라며 “감사가 투기자본에 의해서 선임되면 그 기업은 영업비밀이 그대로 흘러가도 막을 도리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권 방어수단 허용해 무기대등의 원칙 지켜야
현재 상법개정안을 추진하는 정파세력은 개정안의 취지로 소액주주·약자의 권리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조 교수는 이들 소액주주가 경제적인 약자라는 주장은 편견이라고 지적한다. 글로벌 대기업의 경우 소액주주는 대부분이 외국인이며 그나마 남은 내국인 투자자도 흔히 인식되는 ‘개미투자자’와는 다른 위치라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삼성전자만 해도 소액주주포함 지분의 52%를 해외 투자자가 가졌고 이는 모든 글로벌 기업이 갖고 있는 속성”이라며 “소액주주라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도 아니고 약자도 아니므로 우리가 보호하려 나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경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전략 등 을 통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허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차등의결권은 운영진이나 최대주주,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한 사람에게 보유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조 교수는 “방금 주식을 산 사람과 10년 전에 주식을 산 사람의 지위는 차등이 있어야 한다”며 “이는 엘리엇 등 투기자본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할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격자 측의 지분율을 희석시키는 전략을 말한다. 독약을 먹은 쥐를 물면 고양이도 죽는다는 원리다.

조 교수는 “양 당사자의 조건을 평등하게 해 서로 대등하게 공격·방어의 수단과 기회를 부여하는 ‘무기대등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불평등, 양극화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국부의 원천은 결국 기업임을 명심해 기업의 성장을 통한 고용증대·성장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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