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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국정농단 특검, 삼성만의 특검으로 끝나나


입력 2017.02.14 15:59 수정 2017.02.16 21:29        이홍석 기자

70일간 수사기간 대부분 삼성 수사에만 집중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인사들 조사 부실 우려

이규철 특검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규철 특검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대통령의 헌정질서 유린과 민간인의 국정농단, 정경유착의 폐해를 수사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걸고 지난해 12월 21일 공식 출범한 특검은 삼성 특검으로 끝날 상황에 처해 있다.

수시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오는 28일까지 단 2주만의 시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특검은 아직도 삼성에만 올인하고 있다.

지난 50여일의 수사기간 동안 주구장창 삼성만을 타깃으로 수사하면서 특정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반복 수사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검의 핵심 목표가 돼야 할 청와대 관련 수사는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문고리 3인방 중 구속 상태인 정호성 전 비서관을 제외한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핵심 인사들에 대한 조사는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기업인 수사도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만 붙잡느라 다른 기업들의 수사는 손도 대지 못했다. 까다로운 청와대보다는 손쉬운 기업을 타깃으로 한 셈이고 그 중에서도 1등만 골라 먼지털이식 수사를 펼치고 있는 모양새다.

특검도 이러한 물리적 한계를 인식하면서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이규철 특검보는 14일 정례브리핑에서 삼성 외에 뇌물 혐의를 받고 있는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 진척상황에 대해 “다른 대기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를 하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공식적인 수사는 현재로서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결국 특검 수사기간이 연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특검이 삼성에만 매달리면서 삼성의 경영시계는 국정농단 의혹이 제기된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째 멈춰져 있다.

지난해 말 예정된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미뤄지면서 조직 내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연간 경영계획 수립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겠다고 다짐해 온 터라 이는 더욱 뼈아프다.

이홍석 산업부 차장대우. 이홍석 산업부 차장대우.
특검은 지난달 1차 소환조사 이후 이재용 부회장에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에도 삼성에만 수사력을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번에는 이 부회장 외에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 그룹 수뇌부 인사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오히려 강도를 높이고 있다. 1차 조사때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영장을 청구하면서도 경영공백을 우려해 나머지 인사들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 원칙을 적용한 것과는 결을 달리 하고 있다.

재계에서 이번에도 만만한 기업들만 당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특검의 무리한 수사 방침은 국정농단의 중심에 있던 정치인들이 한 기업과 기업인을 방패삼아 숨을 수 있도록 한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닌지 반성이 필요해 보인다.

국정농단으로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정경유착의 폐해를 명명백백 파헤치기 위해서라면 ‘정’과 ‘경’에 대한 수사가 형평성 있게 이뤄졌어야 한다. 특정 기업만을 대상으로 그것도 무차별적으로 제기된 의혹만으로 성과를 내기 위한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특검이 ‘국정농단’ 특검이 아니라 ‘삼성’ 특검으로 기억될 것 같아 안타깝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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