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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엄습하는 ‘봄의 공포’ 더 두려운 이유


입력 2017.02.13 06:00 수정 2018.01.25 17:07        조태진 경제부장

환율조작국, 한·미FTA, EU 균열 확대 등 악재 줄줄이 대기

4월 대우조선해양 위기 재연, 탄핵정국 후폭풍 등 요인만

봄은 만물이 생기를 되찾아 대지에 흐드러지는 소생의 계절이다. 하지만 정유년 봄 우리나라 경제는 활력 넘치는 서사시로 메워질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비관적인 신호들은 이미 우리 마음 속에 실체가 되어 똬리를 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4월 ‘환율 조작국’에 한국을 포함할 가능성을 살짝 내비친 것만으로 원화값이 단숨에 10% 가까이 떨어졌다. ‘트럼프탠트럼’이 몰아쳤던 지난해 12월보다 변동 폭이 두 배에 이른다. 금융계와 재계에는 ‘4월 위기설’이 파다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데일리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데일리안

스트롱맨의 시대...위기 요인이 너무 많고 강력하다

미국의 환율 조작국 지정은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질서에서 절대 강자 자리를 놓고 주요 국가 리더들이 벌이는 암투의 부산물이다.

중국이 위안화를 마음 놓고 평가절하할 수 없도록 환율 조작국 지정 가이드라인을 낮추면 관찰 대상에 올라있는 한국도 도매급으로 넘어간다. 설사 중국만 ‘조작국 멍에’를 쓰더라도 대륙에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으로서는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당장 다음달도 중대 갈림길에 선다. 무역수지를 급격히 악화시킬 수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이르면 오는 3월부터 재개될 수 있어서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내달이 한·미 FTA 발효 5주년이 되는 시점으로 트럼프 정부에서 협상 재개 명분으로 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환율조작국 지정 카드를 내세워 압박에 나설 수 있는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예상은 워싱턴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일 정상회담이 충분한 힌트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아베 일본 총리가 옆에 있음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시진핑과의 전화통화 내용이)아주 훈훈했다”고 상대를 자극했다.

양국간 FTA 협상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공을 들여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쓰레기통에 쳐박은 트럼프가 대체 경제규범을 놓고 중국을 지렛대로 삼았다는 것이다.

열강 리더, 이른바 스트롱맨들의 신경전이 가져올 불안 요인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오는 4월에는 프랑스 극우정당 대선후보 마리 르펜의 후폭풍이 유럽연합(EU) 전체를 집어삼킬 태세다. 마리 르펜이 5월 결선투표에서 승리를 쟁취할 경우 지난해 브렉시트는 미풍에 불과했음을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프랑스 상황을 의식한 듯 “EU를 위협하는 극우세력의 준동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주변 강대국 뿐만 아니라 EU 균열이 초래할 금융시장 요동이 정유년 봄을 어지럽히지 않도록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보수단체 회원 등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탄핵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제12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보수단체 회원 등 참가자들이 태극기를 들고 탄핵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가뜩이나 체질도 약한데 국정 공백만 더 커질 판

그럼에도 우리나라 경제 수장은 넉넉한 외환보유고를 되뇌이며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미FTA 재협상, 환율조작국 지정,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중지, EU의 붕괴 등 도처에 지뢰밭이 널려 있는데도 말이다.

현실은 오는 4월 대우조선해양발 위기를 제대로 잠재울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오는 4월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4400억 원을 상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럴 경우 5조2000억 원 규모의 자구안에도 불구 ‘독자 생존’은커녕 신용등급 추가 하락으로 채무 재조정 카드조차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

전대미문의 소용돌이 속에 한국의 정치적 상황은 한숨만 내쉬게 한다. 봄의 시작과 동시에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심판 선고를 내릴 것이 유력하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국론 분열의 생채기는 곪아 터질 것이 자명하다.

이미 지난 정월대보름 밤 서울 시청광장의 태극기 물결과 광화문광장의 촛불 물결은 ‘위험한 힘겨루기’의 현 주소를 보여줬다. 갈등을 절정으로 끌어올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가져올 파국은 가늠하기 어렵다.

어떤 식으로든 지금 수준 이상의 국정 공백이 불가피하다. 장기간 지속된 경기침체에 경제활동인구의 가처분 소득은 IMF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떨어졌고, 사상 최고 수준의 청년실업률은 중장기 성장동력마저 담보할 수 없게 만들 만큼 체력이 약해질대로 약해진 상황에서 말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열강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한 ‘계산기 두드리기’에 들어간 지금, 나홀로 역주행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가 맞이할 봄이 소스라치게 두렵다.

조태진 기자 (tjjo7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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