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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강하늘 "내 매력은 긍정…지금이 가장 행복"


입력 2017.02.15 07:00 수정 2017.02.16 09:56        부수정 기자

영화 '재심'에서 현우 역 맡아 정우와 호흡

"편안함이 강점…아름다운 필모 만들고파"

배우 강하늘은 영화 '재심'에 대해 "관객들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공감했으면 한다"고 밝혔다.ⓒ오퍼스픽쳐스 배우 강하늘은 영화 '재심'에 대해 "관객들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에 공감했으면 한다"고 밝혔다.ⓒ오퍼스픽쳐스

영화 '재심'에서 현우 역 맡아 정우와 호흡
"편안함이 강점…아름다운 필모 만들고파"


배우 강하늘(26)은 착하고 긍정적인 성품으로 '미담 제조기'로 불린다. MBC '라디오스타'의 독한 MC들도 '강하늘 미담'에 혀를 내둘렀다. 연예계 대표 '미담 배우'인 박보검에게 대적할 유일한 배우가 강하늘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면 말 다했다.

바른 이미지의 그가 이번엔 억울한 사연을 가진 남자로 돌아왔다.

강하늘, 정우 주연의 영화 '재심'(김태윤 감독)은 목격자가 살인범으로 뒤바뀐 '익산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을 스크린에 옮겼다. 돈 없고 '빽' 없는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 누명을 쓰고 10년을 감옥에서 보낸 현우(강하늘)가 진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무너진 사법 시스템을 고발하며 대한민국의 민낯을 까발린다. 강하늘은 사건의 최초 목격자에서 갑자기 살인자로 몰린 현우 역을 맡아 인물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브라운관, 스크린, 무대를 활발하게 오가는 '대세' 강하늘을 9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서울국악예고 재학 시절인 2006년 연극 '천상시계'로 데뷔한 강하늘은 주로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해왔다. 배우는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와 '상속자들'(2013), '미생'(2014) 등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쎄시봉'(2015), '순수의 시대'(2015), '스물'(2015), '좋아해줘'(2015), '동주'(2016),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2016) 등에 출연하며 다채로운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영화 '재심'에 출연한 강하늘은 "시나리오에 집중하며 캐릭터를 표현했다"고 말했다.ⓒ오퍼스픽쳐스 영화 '재심'에 출연한 강하늘은 "시나리오에 집중하며 캐릭터를 표현했다"고 말했다.ⓒ오퍼스픽쳐스

강하늘의 연기력은 또래 배우 중 단연 최고다. 이번 '재심'에서도 정우와 앙상블을 이루며 단단한 존재감을 뽐냈다.

그는 "내 연기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며 "좀 더 고민하고 집중해서 찍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는 결말이 나와 있기 때문에 극적 재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약촌오거리 사건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 청년은 "사건이 잘 풀렸으면 했다"며 "관찰자에서 영화 속 주인공이 됐는데 실제 사건과 상관없이 시나리오에 집중하며 현우를 표현했다"고 털어놨다.

"극은 극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이야기의 힘을 믿고 작품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향해 달려갔어요.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현우의 실제 주인공인 최모(32)씨는 지난 2010년 살인과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이듬해 2월 1심 재판부인 전주지법 군산지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0년 동안 옥살이를 하다 2010년 출소한 그는 지난해 11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영화 '재심'에서 현우로 분한 강하늘은 "극 분위기는 무거웠지만 촬영 현장은 즐거웠다"고 웃었다.ⓒ오퍼스픽쳐스 영화 '재심'에서 현우로 분한 강하늘은 "극 분위기는 무거웠지만 촬영 현장은 즐거웠다"고 웃었다.ⓒ오퍼스픽쳐스

실제 사건 주인공의 심정을 어찌 이해하랴. 아물지 않는 상처와 고난의 세월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다. 배우도 그랬다. 현장에 찾아온 최씨에게 사건과 영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안 하려고 노력했다. "그분이 지낸 세월을 어떻게 알겠어요. 제가 던진 한마디가 깊은 곳에 있는 상처를 끌어내는 건 아닌지 고민했죠. 일상적인 얘기만 했고 나중에 전주에서 술 한잔 하자고 했어요. 실제로 보니 평범하고 순박한 아버지였습니다."

최씨가 '재심'을 통해 어떤 위로를 받았으면 할까. "영화는 10년, 2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잖아요. 돌려볼 수도 있고요. 그분께 심심한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한 번쯤 다시 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해요."

긍정적인 성격 덕일까. 영화 분위기는 무거웠지만 현장은 참 즐거웠단다. '웃고 즐기자'는 게 강하늘의 좌우명이란다.

김태윤 감독과는 첫 호흡이다. 강하늘은 "감독님은 천재 같다"면서 "통찰력이 있고 예리하시다. 내가 미처 알지 못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셨다"고 말했다. '동주' 때 호흡한 이준익 감독에 대해선 "나 자신을 믿게 해준 고마운 분"이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재심' 속 현우는 지난한 세월을 거쳐 날카로워진 인물이다. 사람을 믿지 못하고 차갑기만 하다. '동주' 때와 다른 이미지를 선보인 강하늘은 "남자다워졌다"는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영화 속 역할로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착한 답이 돌아왔다.

액션신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이 악물고 싸우는 듯한 느낌을 줬다"며 "영화에선 잠깐 나온 장면이지만 무려 나흘 동안 액션신을 찍었다"고 토로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엄마 역을 맡은 선배 김해숙과 찍은 갯벌신. "가슴이 아렸어요. 선생님을 뵙고 왜 다들 '김해숙 선생님'이라고 하는지 알게 됐죠. 현장을 이끄시는 능력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선생님의 존재 자체가 현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지요. 선생님께서 절 이상형이라고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웃음)."

영화 '재심'에 출연한 강하늘은 "아직도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다"며 "아름다운 필모그래피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오퍼스픽쳐스 영화 '재심'에 출연한 강하늘은 "아직도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다"며 "아름다운 필모그래피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오퍼스픽쳐스

영화는 돈 있고, 힘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법망을 빠져나가고,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만 법과 사회에서 외면받는 한국의 현실을 들춰낸다.

배우가 생각하는 '약자'들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법은 무엇일까. 꽤 진지한 답변이 나왔다. "어디까지가 강자이고, 어디까지가 약자일까요? 자신이 약자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약자가 되는 게 아닐까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약자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을 '약자'라는 한 단어로 엮는 듯해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가진 걸 베푸는 게 삶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내가 가진 걸 나누는 게 진짜 갖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배우는 '긍정의 법칙'을 강조했다. 스스로를 믿는다는 강하늘은 "아무것도 없었던 중, 고등학생 때부터 난 강자라고 생각했다"고 미소 지었다. "누군가는 제게 약자라고 했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좋은 환경에서 자란 건 아니지만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했거든요. 연기할 때도 제가 맡은 캐릭터가 약자라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미담 제조기'와 바른 생활 이미지에 대해선 "난 그렇게 착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웃었으면 한다"며 "상대방의 입장에 서면 이해가 되는 일이 많아서 화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재심'에서 정우와 호흡한 강하늘은 "정우 선배와 친해서 편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오퍼스픽쳐스 영화 '재심'에서 정우와 호흡한 강하늘은 "정우 선배와 친해서 편하게 촬영했다"고 말했다.ⓒ오퍼스픽쳐스

'무한긍정' 배우는 "내 매력은 '신이 내린 얼굴'도, 출중한 연기력도 아닌 편안함"이라며 "다들 편하다고 해줘서 감사하다"고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강하늘은 '2월 배우'라고 불린다. 출연한 작품들이 2월에 몰려 개봉했다는 이유에서다. 환하게 웃은 그는 "우연히 그렇게 됐다"며 "연기 변신을 위해 작품을 선택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아름다운 필모그래피'를 만드는 게 최종 꿈이다. 나이가 들어서 작품 목록을 봤을 때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하고 싶단다.

메시지 있는 작품을 일부러 선택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절대 아니다"라며 "내가 우울하고, 의식 있게 생겼나 보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강하늘은 예전부터 시와 일기를 써왔다. 그날 있었던 일을 키워드로 적는 수준이란다. 책으로 낼 생각은 없냐고 묻자 부끄러워하며 "안 된다"고 했다.

강하늘은 여전히 '배우'라는 말이 어렵단다. 도대체 '배우'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즐기면서 일했으면 한다고 특유의 긍정 답변을 내놨다.

'나혼자 여행'을 꿈꾼다는 그는 "지금이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많은 사람이 '그땐 그랬지'라며 과거가 더 행복했다고 하잖아요. 근데 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배우는 또 긍정의 기운을 뿜어냈다. "아! 재밌네요. 재밌는 시간은 진짜 빨리 가. 하하."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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