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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서 날개 단 민주당·문재인, 지역대결구도 무너질까


입력 2017.02.09 10:51 수정 2017.02.09 13:01        이슬기 기자

흔들리는 TK 민심, 문재인도 민주당도 지지율 1위 기록

"세대 변했고 보수정당에 대한 실망감 극대화...변화 기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공공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설명하며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한 고시학원을 방문하고 있다. ⓒ데일리안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공공일자리 만들기 정책을 설명하며 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서울 노량진에 위치한 한 고시학원을 방문하고 있다. ⓒ데일리안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했다 본회의가 산회된 후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6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 참석했다 본회의가 산회된 후 퇴장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보수의 성지' TK(대구·경북)가 변하고 있다. 전통적인 보수 정당의 텃밭이자 소위 “기호 1번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던 대구·경북 민심이 심상치 않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실시한 2월 둘째 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TK에서 24.6%를 얻어 새누리당(13.1%)을 더블스코어로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원내 제1 진보 정당이 TK에서 여당을 제친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기 이틀 전 실시한 동일 조사 결과, 민주당은 TK에서 17.1%, 새누리당은 31.1%을 기록한 바 있다. 즉, 수치상으로는 단 일주일 사이에 보수층의 표심이 완전히 역전된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조사 결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지지한다고 밝힌 TK지역 응답자는 24.8%로 가장 높았다. 야권 대선 후보가 TK에서 1위에 오른 것 역시 처음이다. 반면 반 전 총장의 대안 카드로 부상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7.6%로 2위에 머물러 문 전 대표에 선두를 내줬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16.5%로 그 뒤를 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킨 보수 진영의 텃밭에서 민주당 간판급 대선 후보가 지지율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친노(친 노무현) 그룹이라는 공통의 뿌리를 가진 두 야권 주자에게 TK주민 40% 이상이 지지를 보낸 것이다.

앞서 리얼미터가 MBN에 의뢰해 지난 1~3일 실시한 긴급 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는 TK에서 30.8%의 지지를 받아 조사 상 첫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주 대비 10.3%p 오른 수치다. 이어 황 대행(19.6%), 안 지사(10.7%) 순으로 이어졌다. 민주당 역시 27.7%를 얻어 보수 진영 텃밭에서도 새누리당(20.1%)을 앞섰다.

또한 반 전 총장 불출마로 보수 표 결집 현상이 본격화된 6~8일 조사를 실시한 결과, TK에서 황 대행이 지난 조사보다 8.8%p 오른 25.5%를 기록하긴 했지만, 여전히 문 전 대표(28.8%)에게는 뒤처졌다. 또한 지지하는 정당을 묻는 질문에도 TK 유권자의 34.5%는 민주당을 꼽았다. 새누리당은 17.3%로 수치상 민주당의 절반에 불과했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리에 앉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마음 둘 데가 없다” 부유(浮游)하는 보수층

주목할 것은 선택을 ‘보류’한 표심이다. 알앤써치 조사에 따르면, 지지정당을 묻는 질문에 대해 TK에서 무려 32.8%가 응답을 유보했다. 부산·울산·경남(24.9%)에 비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반면 진보 진영의 성지인 호남(전남·광주·전북)에서는 10.2%만이 지지하는 정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도 TK 유권자의 11.8%는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고 답했다. 호남의 응답 유보율은 0.5%였다.

리얼미터(6~8일 실시) 조사 결과 역시, TK에서 16.1%는 대선 후보 중 지지하는 인물을 선택하지 못했다. 전 지역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지지하는 정당을 묻는 질문에도 19.3%가 선택을 유보했다.

이처럼 보수 진영의 전통적 텃밭에서 변화가 가시화되는 것은 무엇보다 ‘지역주의’를 대하는 국민들의 의식 자체가 변한 것을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게이트로 인한 정권교체 요구가 높아졌고 △반 전 총장의 갑작스런 불출마 사태와 인물난으로 정통 보수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의 해석이다.

김미현 알앤써치 소장은 “‘넥스트 박근혜’라 부를 만한 카리스마 있는 인물도 없을 뿐더러 최소한의 검증도 못 견디고 사퇴해버리는 반기문을 보면서 보수 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엄청날 것”이라며 “보수 유권자 입장에서는 회의감이 커지고 마음 줄 데가 없을 거다. 다른 곳도 아닌 TK에서 응답 유보율이 30%대가 나온 것이 그 방증”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문재인’이라는 야권의 특정 인물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데다 새누리당 내홍과 인물난 등으로 실망감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할 때, 야권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TK에서 지난 대선보다는 많은 지지를 얻게 될 거라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지역색이 적잖이 옅어진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게 문재인 때문이 아니라 국민들의 의식이 변한 것”이라며 “486들이 이제 50대가 됐고 세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지난 대선과 비교하면 맞지 않는다. 이번 대선은 지역 구도가 상당히 무너진 세대별 선거로 치러질 거다. 어떤 후보가 자신의 세대와 가장 잘 맞는 아이덴티티를 구현하느냐가 기준”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문재인 캠프 전략 담당자는 대구 수성구를 지역구로 둔 같은 당 김부겸 의원을 언급하며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것부터가 TK에서 희망을 찾아볼 수 있다는 것 아닌가“라며 ”김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당원으로 돌아가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겠다’고 한 만큼, 이번 대선에서는 TK에서도 변화를 기대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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