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04월 24일 06: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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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신형 크루즈, 준중형차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
디자인·실내공간·감성품질·퍼포먼스, 경쟁차 압도
터보엔진·R-EPS 등으로 높아진 가격 수용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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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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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24pyk@dailian.co.kr)
▲ 쉐보레 올 뉴 크루즈가 8일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중미산 천문대 인근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한국지엠

국내 소비자들은 오랜 기간 신형 크루즈를 기다려 왔다. 미국에서는 세련미 넘치는 디자인의 신형 크루즈가 돌아다니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구닥다리 구형 모델만 판매하는 게 한국지엠, 그리고 GM 본사를 향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이었다.

지난달 결국 한국에 상륙한 올 뉴 크루즈를 둘러싼 가격 논란도 그런 관심의 발로일 것이다. 어린아이가 새로운 장난감이 나오길 기다리며 열심히 용돈을 모아놨는데 막상 가게에 가보니 너무 비싸 돼지저금통을 탈탈 털어도 못 사는 상황에 처했을 때의 배신감이랄까.

애초에 관심이 없는 차였다면 한국지엠이 그걸 동급 차종보다 얼마나 더 비싸게 팔아먹건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올해 들어 가장 뜨거운 관심(그게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을 받고 있는 신형 크루즈를 지난 8일 직접 몰아봤다. 시승 코스는 서울 장충동에서 경기도 양평 중미산 천문대까지 왕복 약 140km 구간으로, 도심과 고속도로, 와인딩 코스가 어우러져 주행 성능을 테스트하기에 충분했다.

우선 디자인 얘기부터 해보자. 신차가 출시될 때마다 ‘번지르르한 껍데기의 중요성’에 대한 논란이 일지만 엄밀히 말하면 국내 시장에서 껍데기의 번지르르함은 굉장히 중요하다.

일단 디자인이 대중적으로 호평을 받으면 알맹이가 지나치게 부실하지 않는 한 기본적인 판매량은 보장된다. 반대로 알맹이가 아무리 좋아도 디자인이 그저 그런 수준에 머물면 소수의 마니아들에게는 호평을 받을지언정 그걸 팔아야 하는 딜러들에게는 절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신형 말리부를 통해 이미 선보인, 그리고 신형 크루즈에도 적용된 쉐보레의 새로운 디자인 방향성은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전면부를 시작으로 차량 곳곳을 감싸고 있는 예리한 선의 조합은 미래지향적이되 결코 경박하지 않은 세련미를 보여준다. 진부한 디자인을 탈피하고 싶으면서도 ‘무난함’의 선을 크게 벗어나려 하지 않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내부는 현대·기아차의 차종별 최상위 트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각종 편의사양들로 가득해 돈을 지불한 자의 마음을 흡족하게 하는 특성은 찾아볼 수 없지만 꼭 필요한 기능들만 정갈하게 담아낸 느낌이 난다.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 디자인도 세련됐고 필요한 스위치들은 말끔히 정리됐다. 핸들 그립감도 좋고, 탑승자의 손이 닿는 부분(차량을 기준으로 하면 유리창 아랫부분)은 말랑말랑한 인조가죽 재질로 마감하는 등 감성 품질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과거 한국지엠의 일부 모델들처럼 성의 없는 내부 구성은 아니다.

준중형차의 스탠더드로 불리는 아반떼와 비교하면 실내공간은 확실히 넓어 보인다. 전장은 신형 크루즈가 아반떼보다 10cm가량(95mm) 길지만 이게 실내공간에 온전히 반영되지는 않는다. 한국지엠 측에 따르면 뒷좌석 레그룸에서 신형 크루즈가 4cm가량 우위를 보인다는데, 실제 뒷좌석에 앉아보니 확실히 준중형 치고는 발 뻗기가 편하다.

하지만 한국지엠이 신형 크루즈의 경쟁차종 중 하나로 꼽은 중형차와 비교하기에는 여전히 무리가 있다. 레그룸이야 그렇다 쳐도 좌우 폭까지 중형차와 맞먹을 정도는 아니다.

‘알맹이’에 해당하는 주행성능은 한국지엠의 주장대로 ‘탈 준중형’급이라 이름 붙여줄 만하다.

일단 가속페달을 밟는 느낌이 좋다. 신형 크루즈의 가격을 올리는 데 일조한 1.4ℓ 직분사 터보 엔진은 구형보다 무게를 110kg 줄인 차체를 가볍게 쏘아보내준다.

특히 저속에서 고속으로 급가속할 때 움직임이 상당히 경쾌하다. 가르릉거리는 엔진음과 함께 앞차를 추월하는 쾌감을 이 차를 소유하는 기간동안 계속해서 느낄 수 있다면 200만원 정도의 추가 비용은 지불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신형 크루즈의 심장은 구형에 장착됐던, 그리고 하위 차급인 아베오에 장착된 1.4ℓ 터보 엔진과 배기량은 같지만 성능은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아베오의 1.4ℓ 터보 엔진은 흡기포트 연료공급방식(PFI)으로 최고출력 138마력, 최대토크 20.4kg·m의 성능을 내지만 크루즈의 1.4ℓ 터보 엔진은 연소실 내에 연료를 직접 분사하는 직분사 방식으로, 최고출력은 153마력, 최대토크는 24.5kg·m에 달한다. 이는 웬만한 중형차에 필적하는 성능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신형 크루즈에 아베오와 같은 엔진을 그대로 사용했다면 가격을 훨씬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며 “퍼포먼스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성능이 월등히 높은 직분사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고 말했다.

특히 비교적 낮은 엔진회전수(5600rpm)에서 발휘되는 최고출력은 신형 크루즈의 움직임을 더욱 민첩하게 해준다.

중미산 인근 와인딩코스에서는 정교한 핸들링과 단단한 하체가 돋보였다. 연속으로 이어지는 급커브에서도 올 뉴 크루즈는 운전자의 의도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임에 반영했고, 마치 커다란 손이 받쳐주는 듯 차체는 안정을 유지했다.

‘랙타입 프리미엄 전자식 차속 감응 파워스티어링(R-EPS)’을 장착하고 초고장력 및 고장력 강판을 74.6%나 적용하며 차체 강성을 키우느라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갔겠지만, 확실히 돈을 들인 만큼의 효과는 있었다.

연비는 성능 테스트를 위해 급가속을 거듭했을 때와 일상적인 운전 패턴으로 몰았을 때를 별도로 체크한 결과 각각 10.2km/ℓ와 14.7km/ℓ가 나왔다. 도심구간은 짧아 별도로 체크하지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시승 모델과 같은 18인치 휠 장착 기준 공인연비(도심 11.6km/ℓ, 고속도로 14.4km/ℓ, 복합 12.8km/ℓ)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개인적인 총평을 내리자면 신형 크루즈는 디자인, 실내공간, 감성품질, 주행성능 등 모든 면에서 준중형차로 누릴 수 있는 최대치를 제공한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다만, 한 차급 위의 중형차에서 얻을 수 있는 가치(차체크기, 경제력 측면의 상징성)와는 별개의 문제다.

▲ 황지나 한국지엠 홍보부문 부사장(오른쪽부터), 황준하 차량구동시스템 부문 총괄 전무, 이병직 기술연구소 상무가 8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열린 올 뉴 크루즈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한국지엠

다시 가격 얘기로 돌아가 보자. 이날 시승행사에서 황지나 한국지엠 홍보부문 부사장은 “신형 크루즈는 엔진 다운사이징, 경량화를 통해 넓은 차체, 뛰어난 퍼포먼스를 요구하는 고객들을 정조준하고 있다”면서 “가격이 높다기보다는 경쟁차보다 가격대의 폭이 좁고, 타깃 고객층이 좀 더 명확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는 이미 무난한 성능의 1.6ℓ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에 일상적인 주행 상황에서 크게 무리가 없는 파워스티어링을 장착하고 수동변속기 모델부터 하위트림을 구성해 1000만원대 중반의 진입 가격을 제시하는 준중형차만 3개 모델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신형 크루즈도 같은 방식의 트림구성과 가격구성을 따를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장에는 중형차 깡통 트림을 살 돈으로 차체 크기를 좀 줄이더라도 신나게 타고 다닐 차를 사려는 소비자도 있게 마련이다.

물론 그런 ‘타깃 고객층’이 극소수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한국지엠이 감수해야 할 몫이지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아니다.

앞으로 한국지엠이 타깃 고객층 설정과 가격 구성에서 ‘초심’을 지킬 것인지, ‘대세에 따르는’ 변화를 꾀할 것인지 지켜 볼 일이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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