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려놓기’ 정찬성, 스완슨 보다 라마스·스티븐스?
다음상대로 현지에서는 스완슨 유력 전망
랭킹 3위 라마스와 5위 스티븐스도 물망
정찬성(30)은 지난 2013년 아시아 최초로 UFC 타이틀에 도전했다.
당시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타격가 조제 알도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어깨 탈구 부상으로 4라운드 통한의 TKO 패배를 당했다. 절치부심한 정찬성은 부상 부위에 대한 치료,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면서도 UFC 복귀전을 위해 구르고 또 굴렀다.
공백기에 결혼식도 올리고 두 딸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 됐다. “져도 괜찮다”는 든든한 아내의 격려에도 정찬성의 다짐은 더 굳어졌다. 아내와 두 딸, 그리고 새로운 스폰서에게 자신의 가치를 반드시 보여주고 싶었다.
1281일 만에 가진 복귀전에서 데니스 버뮤데즈라는 페더급(65.77㎏)랭킹 9위의 강자를 1라운드 KO로 꺾고 약속을 지켰다. 화끈한 어퍼컷과 향상된 테이크다운 방어 능력을 선보이며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했다.
UFC 최초 트위스터 서브미션 승, UFC 7초 KO승, UFC 3경기 연속 명승부 보너스 등 숱한 화제를 뿌리며 미국 현지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던 정찬성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시간과 위상을 지난 2013년으로 돌려놓기로 한 결심은 더 굳어졌다. 높은 상품성까지 겸비한 정찬성은 UFC에 건재를 알렸고, UFC도 이에 화답했다. UFC 데이나 화이트 회장까지 직접 “정찬성의 복귀전 승리를 축하한다. 한국에서의 UFC 대회 개최를 다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성에게 유리한 방향의 UFC 지원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정찬성은 버뮤데즈전을 앞두고 “올해 2승을 거두고 타이틀전을 치르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첫 관문인 버뮤데즈전은 기대 이상으로 잘 통과했다. 9위를 상대로 강렬한 승리를 따낸 만큼, 5위권 랭커와 싸울 명분도 챙겼다.
상위랭커와 매치를 통해 타이틀 매치를 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다음 상대만 화끈하게 이긴다면, 지난 2013년 타이틀 매치 무대로 시간과 위상을 돌려놓을 수 있다.
버뮤데즈보다 높은 랭킹의 페더급 파이터로는 알도(챔피언)와 맥스 할러웨이(잠정 챔피언)를 비롯해 프랭키 에드가, 리카르도 라마스, 컵 스완슨, 제레미 스티븐스, 앤서니 페티스, 찰스 올리베이라, 야이르 로드리게스가 있다.
정찬성의 다음 상대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파이터는 최두호(페더급 랭킹 11위)와 혈전 끝에 판정승을 거둔 ‘랭킹 4위’ 컵 스완슨이다. 스완슨은 정찬성 복귀전을 지켜본 뒤 “분명 링 러스트는 있었지만 챔피언처럼 잘 극복했다. 정찬성의 복귀를 환영한다”고 SNS에 글을 남겼다. ‘셔독’ 등 격투기 매체들은 정찬성과 스완슨의 매치를 예상한다. 많은 팬들도 바라는 매치다.
그러나 정찬성은 최근 최두호와 붙었던 상대와 바로 대결한다는 것을 썩 반기지 않는다. 최두호와 자신을 경쟁 구도로 놓고 평가하는 시각이 반갑지 않기 때문이다. 정찬성은 지난 1월 기자들과 만나 “최두호와 싸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함께 승승장구해 올라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두호를 경쟁자가 아닌 동업자로 보는 정찬성이다.
정찬성은 당시 버뮤데즈를 꺾는다면 다음 상대로 어떤 파이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잠정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를 지목했다. 할로웨이는 지난해 12월 10연승을 질주하며 ‘잠정 챔피언’이 됐다. 알도와의 통합 타이틀 매치 일정을 기다리고 있어 가까운 시일 매치는 어렵다.
가장 최근 밝혔던 상대는 랭킹 3위 리카르도 라마스(36)다. 라마스는 지난 2013년 정찬성과 대결이 추진됐던 상대다. 알도 상대였던 패티스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정찬성이 긴급 투입됨에 따라 라마스와의 대결이 무산됐다. 라마스는 WEC부터 페더급 정상에 있던 선수로 타이틀전뿐만 아니라 빅네임을 연파한 베테랑이다.
파운딩과 서브미션 등 결정력이 뛰어나고 하위 포지션에서의 움직임도 좋다. 테이크다운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선수에게 매우 강한 것이 라마스인데 정찬성이 버뮤데즈를 상대로 보여준 능력이면 두렵지 않다. 라마스 입장에서는 한 단계 위에 있는 에드가와의 대결을 더 원한다.
그 외 버뮤데즈 포함 이름값 있는 랭커들을 많이 꺾었던 제레미 스티븐스도 물망에 오른다. UFC 팬들은 정찬성 승리를 지켜본 뒤 그의 트위터를 찾아 “정찬성과 붙어보라”했고, 스티븐스도 “할 수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때 “정찬성이 누구냐”는 말을 했던 파이터다.
좀비 스타일로 펀치력은 체급에서 최정상급이다. 최근 경기에서는 왼발 하이킥으로 2위 에드가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비록 판정패했지만 에드가와 접전을 펼쳤던 스티븐스도 타이틀샷을 받기 위한 상대로 좋다. BJ펜을 눌렀던 로드리게스도 있지만 랭킹상 이겨도 타이틀 도전권을 받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다소 회의적이라는 평가다.
정찬성이 누구와 붙든 알도를 제외하고는 첫 대결이다. 정찬성은 누구와 붙어도 명경기를 만들어내는 파급력을 지녔다. 정찬성의 귀환으로 UFC는 코너 맥그리거가 떠나 허전했던 체급에 새로운 동력을 찾게 됐다. UFC가 정찬성을 어떤 매치로 이끌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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