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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부부가 부럽다면? 보성 차밭으로 가자


입력 2017.01.31 12:01 수정 2017.02.05 09:19        데스크 (desk@dailian.co.kr)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전국여행-열일곱번째날>

나로항,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소록도 중앙공원, 보성 대한다원

【7.23(목), 열일곱 번째 날】

나로우주센터 앞에 있는 몽돌해안.ⓒ조남대 나로우주센터 앞에 있는 몽돌해안.ⓒ조남대
나로우주센터 야외공원에 세워진 나로호 모형(지름 2.9m, 높이 33m, 무게 140t).ⓒ조남대 나로우주센터 야외공원에 세워진 나로호 모형(지름 2.9m, 높이 33m, 무게 140t).ⓒ조남대

아침 7시 반에 눈을 떴다. 짐 정리하고 얼린 물 찾고 컵라면 먹을 뜨거운 물을 얻어 9시쯤 출발하여 나로도 항을 들렸다. 항구는 조그마하다. 터미널 시설은 최근에 잘 지어 놓았지만 한산하다. 항구에는 여객선이나 여타 배도 보이지 않는다. 한 바퀴 휙 둘러보고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으로 갔다. 우주과학관은 바로 인근이다.

우주발사장에 들어가려 했지만 일반인은 출입 불가란다. 그럴만하다. 보안시설이 있는데 모든 사람에게 개방했을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까. 정문 입구에 있는 우주센터는 10시부터 개방이라 시간이 있어 공원 옆 바닷가 벤치로 갔다.

바닷가는 검은색 몽돌이 쫙 깔린 해안인 데다 사람도 없고 깨끗하여 컵라면 먹기에 제격이었다. 벤치에 앉아 펜션에서 얻어온 뜨거운 물로 컵라면을 먹으니 너무 맛있다. 시원하고 깨끗한 바닷가에서 먹는 컵라면 맛이 환상적이다. 남은 물로 커피까지 해결하고 나니 10시다.

나로우주센터 야외공원에는 나로호 모형이 서 있다. 나로호는 길이 33m, 지름 2.9m, 중량 140톤의 2단형 로켓인데 2009년 8월과 2010년 6월에 2차례 발사에 실패한 후 2013년 1월 30일 3차 발사에 성공하여 지금까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단다. 나로호는 100㎏의 소형위성을 300∼1500㎞의 타원궤도에 진입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란다.

우주센터에서는 우주에 관한 각종 체험과 시설을 둘러보고 4D 체험 영화까지 관람했다. 영화는 기대에 좀 못 미쳤지만 그런대로 볼만했다. 나로우주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등 즐겁게 보낸 후 보성 녹차 밭으로 바로 가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소록도로 향했다.

국립소록도병원과 아름다운 앞 바다.ⓒ조남대 국립소록도병원과 아름다운 앞 바다.ⓒ조남대
국립소록도병원 옆에 있는 중앙공원.ⓒ조남대 국립소록도병원 옆에 있는 중앙공원.ⓒ조남대
중앙공원 벽면에 새겨진 작은 사슴 벽화(‘소록도’는 작은 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조남대 중앙공원 벽면에 새겨진 작은 사슴 벽화(‘소록도’는 작은 사슴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조남대

소록도만 보기 위해서 다시 오기 어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보기로 했다. 같은 고흥 땅이지만 서쪽으로 40여 ㎞를 가야 했다. 1시간 이상 달려 녹동항을 지나고 소록대교를 건너 국립소록도병원에 도착했다. 작은 사슴을 닮은 섬이라고 해서 소록도란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해변에 병원이 있다. 병원이 리조트나 콘도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중앙공원은 병원 바로 옆에 붙어 있어 고즈넉한 해변에 나무 데크로 만든 길을 따라 쭉 들어가서 왼쪽에 있지만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이 찾는 모양이다.

소록도병원은 1916년 ‘소록도 자혜의원’으로 설립되어 변화, 발전되어 오다 1982년 말 ‘국립소록도병원’으로 개칭되어 한센인에 대한 진료사업과 후생복지사업 등을 해 왔으며,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는 중앙공원 옆에는 감금실과 검시실, 자료관, 보리피리 시비 등의 볼거리가 있다. 일제 강점기 때 환자들을 강제노동 시키다 반항할 때는 감금실에 가두는 등 가혹 행위가 많이 있었던 모양이다.

1950∼1970년까지 직원지대와 병사지대로 나누어 경계선에는 철조망이 쳐져 있었으며, 환자 자녀들은 직원지대에 있는 미감아 보육소에 격리하여 생활하면서 병사지대에 있는 부모와는 한 달에 한 번씩 경계선 도로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눈으로만 혈육을 만나야만 한다고 해서 ‘탄식의 장소’라는 의미로 ‘수탄장(愁嘆場)’이라고 불렀단다.

또한 중앙공원에는 ‘세마비’라 불리는 공적비가 있는데, 이는 ‘마이안느 스퇴거’수녀(1962년 2월)와 ‘마가렛 피사렛’수녀(1966년 10월)가 각각 이곳 소록도를 찾아와 한센환자와 그 자녀들을 위하여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하면서 “죽음이 찾아 올 때까지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소록도에 묻히고 싶다”고 이야기 했으나, 차츰 나이가 들어 소록도에 부담을 줄 수도 있음을 염려하여 2005년 11월 22일 편지만 남기도 20대 젊은 시절에 찾아와 40년 이상 평생을 몸담아 왔던 소록도를 훌쩍 떠나신 두 수녀님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것이란다.

중앙공원 안쪽에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과 성모상도 있다. 나는 예수님과 성모님께 이곳에서 고생하다 돌아가신 영혼에 평안한 안식과 그리고 우리들의 여행에도 함께해 달라고 기도했다.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환자가 최고 많을 때는 3,000명까지 수용이 되었단다. 그러나 지금은 양성 환자가 수십 명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줄어들었단다. 구름 낀 날씨로 인해 별로 덥지 않게 걸어 다닐 수 있어 다행이다. 정문 앞 보리피리 휴게소에서 냉커피 한잔으로 땀을 식히고 휴식을 취했다. 여유 있고 평화롭다.

대한다원의 아름다운 풍경.ⓒ조남대 대한다원의 아름다운 풍경.ⓒ조남대
대한다원의 아름다운 풍경.ⓒ조남대 대한다원의 아름다운 풍경.ⓒ조남대
운무가 자욱한 대한다원 입구 삼나무 길을 걸어가고 있는 필자 부부.ⓒ조남대 운무가 자욱한 대한다원 입구 삼나무 길을 걸어가고 있는 필자 부부.ⓒ조남대

보성 다원으로 향했다. 1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은 우리가 생각했던 곳이 아니었다. 다시 경희가 인터넷을 찾아 대한 다원으로 방향을 돌렸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입구에서부터 하늘을 찌르는 삼나무 숲길이 탄성을 자아낼 정도로 일품이다. 비가 내려 안개가 자욱한 삼나무 숲길이 너무 멋있다. 예쁜 경희를 모델로 세우고 사진을 막 찍는다.

차밭으로 들어가니 더욱 멋지다. 중앙전망대와 차밭 전망대를 거쳐 산꼭대기에 있는 바다 전망대까지 올라갔다. 비가 오는 가운데 우산을 쓰고 경사가 급한 길을 올라가느라 힘은 들었지만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다. 안개가 자욱하여 잘 보이지 않는다. 온 사방이 운무의 바다다. 비가 오지 않는다면 진짜 바다를 볼 수 있겠지만 운무로 둘러싸인 차밭도 너무 멋있다. 많은 사진을 찍었다.

차밭과 주변 풍경이 너무 멋있어 발길이 떨어지지 않지만 급경사 길을 힘들게 내려와 휴게소에서 먹는 녹차 아이스크림 맛이 또 일품이다. 들어오면서 보았던 입구의 삼나무숲 길은 다시 봐도 환상적이고 너무 멋있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지 않는 길을 오락가락하며 사진을 찍었다. 경희를 모델로 하여 화보 촬영하듯이.

대한다원은 설립자 장영섭 회장이 1957년 인수한 후 활성산과 오봉산 주변 170여만 평 중 50여만 평에 차밭을 조성하여 현재 580여만 그루의 차나무가 자라고 있단다. 차밭 조성과 함께 심은 삼나무는 “한국의 가장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는 등 우리나라의 명물로 자리하고 있단다. 또한 2013년에는 전 세계의 뛰어난 경치 31곳을 선정한 “세계 놀라운 풍경 31선”에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선정되었으며 각종 영화와 드라마, CF를 촬영하고 있단다.

아쉬운 발길을 뒤로 하고 저녁을 먹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 보성 읍내 ‘실비식당’으로 갔으나 불이 꺼져 있는 등 장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분위기여서 다시 인터넷에서 댓글 반응이 좋고 꼬막정식으로 유명한 벌교의 ‘국일식당’으로 향했다. 현지에서는 그 지역의 대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소록도에서 보성의 대한 다원을 가기 위해 벌교를 지나왔는데 25㎞를 되돌아 벌교로 다시 왔더니만 거의 모든 식당이 꼬막정식 집이다.

보성 ‘국일식당’의 반찬(1만5000원 하는 밥상에 반찬이 23가지나 된다).ⓒ조남대 보성 ‘국일식당’의 반찬(1만5000원 하는 밥상에 반찬이 23가지나 된다).ⓒ조남대

대부분 식당이 방송 출연했다고 자랑이다. 우리는 인터넷 소개를 보고 ‘국일식당’에 들어가서 사장님을 보니 믿음이 간다. 나이 든 할머니임에도 종업원 1명하고 아직까지 직접 음식을 준비한단다. 가격은 1만 5000원인데 반찬이 23가지에다 꼬막무침, 삼합, 생선구이 등 가지가지다. 맛도 일품이다. 각종 언론에서도 호남의 맛있는 대표식당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벽에 붙여놓은 기사에는 지역별로 맛있는 식당이 소개되어 있어 사진을 찍어두었다. 앞으로 그 지역에 갔을 때는 참고하면 될 것 같은 생각이다.

국일식당 바로 앞에는 일제시대 때 지은 일본식 집을 여관으로 운영하는 ‘보성여관’이 있다고 소개되어 있어 문을 두드려 보아도 아무 대답이 없다. 평소에는 손님이 없어 주말이나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만 운영하는 모양이다.

경희가 인터넷으로 모텔을 찾아 전화하니 5만 원이란다. 우리는 두 사람이고 현금으로 줄 테니 4만 원에 해 달라고 하니 오란다.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1만 원 깎았지만 어제 보다는 방과 시설이 훨씬 좋다.

오늘도 200㎞를 달렸다. 그러나 다른 날보다 이른 8시 반쯤 숙소에 도착했다. 샤워하고 일기를 쓰니 그래도 11시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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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조남대 씨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경기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중에 있으며 정년퇴직한 부인과 함께 일상에서 탈출, 55일간의 전국여행을 끝마치고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서 독자들로 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여정의 하루 하루를 데일리안에 재편집해 연재를 시작하는데 내용안에 부부애가 듬뿍 담겨있어 평소에 '닭살' 돋는 것을 못참는 독자는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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