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05월 25일 00:39:56
“촛불 들면 천사, 들지 않으면 비난…전체주의적 사고”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원장 단독인터뷰
'집단적 개체'를 주권자로 인식…획일적인 전체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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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23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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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기자(yeatsmin@dailian.co.kr)
▲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원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원장 단독인터뷰

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진행되며 헌정 위기가 발생한 가운데 우리 사회 내부에서 전체주의의 위협이 대두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에서 만난 조성환 원장은 이같이 지적하고 “한국의 정치 관념이나 인식, 이념 기준이 많이 혼동되어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믿는 보수 지성인으로서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전체주의에 동조하는 이들을 규탄하기 위해 ‘한국자유회의’를 창립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말은 선언적 의미”

조 원장은 최근 토요일 오후마다 반복되고 있는 촛불집회에 대한 이야기로 운을 뗐다.

-최근 촛불집회가 반복되고 정국이 혼란스럽다. 어떻게 보나?
“지금은 프랑스 혁명 직후와도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자코뱅이 루이 16세의 목을 칠 때, 혁명으로 인해 국민이 전면에 나서는 효과는 있었지만 엄청난 피를 불러왔다. 러시아 혁명 때도 지식인들이 차르를 물리치고 노동당 독재가 시작됐다. 이 혁명가들은 ‘프롤레타리아를 위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자신들의 행동에 오류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주 위험한 생각이다.”

-어떤 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하는 건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말은 일종의 '약속'이다. 이 선언에서 ‘국민’은 실체적인 것이 아니라 추상적인 국민이다. 지금 여론은 촛불을 들고 나온 사람들을 향해 명예혁명, 시민혁명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이들이 국민 다수를 대표한다고 전제한다. 이러한 여론의 획일화는 만장일치제적인 분노와 비난을 자아낸다. 이것이 곧 전체주의다.”

-주권을 가진 '국민'은 추상적인 약속이라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2항)’에서 국민을 '약속'이 아닌 실체적으로 해석하면, 개인의 존재와 자유를 부정하며 국가와 사회를 동일시하는 내용을 가진 ‘집단적 개체’를 주권자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전형적인 전체주의 사고다. 대한민국은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가지고 있고, 주권은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고 정해진 기간 동안 그 대표자에게 결정을 위임한다. 국민이 직접 무언가를 교정한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대의제를 무시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민위원회만 있으면 된다.”

“전체주의의 일상화 경계할 필요 있다”

-앞서 언급된 '집단적 개체'는 촛불집회 참여자를 의미하는가?
“촛불을 들면 천사가 된 것처럼 느끼고, 촛불을 들지 않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것은 전체주의로 휘몰려갈 가능성을 가진다. 자칫하면 전체주의가 일상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아직은 좌우를 막론하고 시민사회가 건재하지만, 전체주의적 정서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

-촛불을 든 사람들이 전체주의자란 뜻인가?
“그들이 전체주의자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전체주의에 대해 엄격한 인식을 못하고 낭만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보수라고 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지 않고 사적으로 탐닉하거나, 진보라고 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다양성을 진작하지 않고 체제를 위협하는 반동 체제를 포용하는 등 우리나라 진보와 보수가 상당히 뒤틀려 있다.”

▲ 지난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공작정치주범 및 재벌총수 구속을 촉구 12차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계급혁명의 환상·민족지상주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어떤 이유로 전체주의를 엄격히 배격하지 못하게 되나?
“첫째는 계급혁명의 환상이다. 근대사회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아주 다양하게 나뉘어져 있고 각 계급이 이해를 가지는데 기득권을 전복하겠다는 것은 이미 전체주의적인 발상이다. 그런 기득권 교체는 자코뱅, 레닌, 스탈린 식 독재를 불러오겠다는 것이다. 19세기 이후로 계급혁명은 신화로 끝났다.

자유민주공화체제 내의 좌파는 사민주의다. 공산주의가 아니라 사회민주주의로서 체제 속에서 사회주의적인 정책을 제시해야한다. 그런데 우리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김 씨 정권이 있는 북한과 연합하거나 포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반동이다.”

민주주의 없는 민족주의는 파시즘이나 일본 군국주의처럼 독재 도구에 불과

-북한을 포용하겠다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시나?
“북한을 포용하는 것은 두 번째, 민족지상주의 신화에 의해 나타난다. 피를 가졌다고 같은 민족이라고 할 수 없다. 민족주의가 공화국의 통합 원리로서 작동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바탕이 되기 때문이고, 민주주의가 없는 민족주의는 파시즘이나 일본의 군국주의처럼 독재의 도구가 될 뿐이다. 민족지상주의가 만연하면 개체가 집단을 말살하는 민족이 생긴다.

‘북한도 한민족인데 뭐 어때’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북한을 대하는 방식은 민족을 착취하고 공개처형을 하는 정권으로부터 우리의 동포를 해방시키는 논리로 작용해야한다. 지금 북한을 도와주는 것은 동포에게 이득이 가는 것이 아니라 북한 정권의 배를 불리는 셈인데, 진보라면 절대로 그것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 진보라면 북한 동포의 정권 상납과 노예 노동을 확인하고 폭압정치에 신음하는 동포들을 해방시켜야한다.”

“북한 미사일 때문에 포용하자는 것은 ‘패배주의’…진보 철학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지금 통일 문제는 자칭 진보와 타칭 보수로 나뉘어 있고, 대한민국 보수·진보는 정확히 나눌 수 없다. 예전에는 진보가 민주화 세력, 보수가 산업화 세력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를 천천히 조금씩 고쳐나가는 것이 보수이고, 자유민주주의의 법치성과 다양성을 진작시키자고 하는 것이 진보다.

민주화 혁명과 산업혁명 이후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은 통일혁명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김 씨 일가의 독재에 저항하고 북한 동포를 해방하기 위해 노력해야한다. 진보의 가장 큰 힘은 ‘가능주의’다. 현실성이 없어도 창의성과 용기로 좀 빠르게 세상을 변화시키자고 주장해야한다, 북한에서 미사일 쏠까봐 포용하고 함께하자고 하는 것은 ‘패배주의’다. 패배주의는 진보가 가지고 갈 철학이 아니다.”

-보수도 변화가 필요하다?
“진보와 함께 보수도 세계사적 발걸음에 맞춰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한다. 좌파 중 환상에 근거한 선동주의자가 있는 만큼, 보수에서도 보수라는 이름을 참칭한 탐욕주의자가 많다. 중도파들은 정치적 목소리가 제한돼 있다.

대한민국 보수의 신(新)진보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보수는 대한민국을 수호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점진적 발전과 진화를 이끄는 사실상의 진보세력이다. 자칭 진보 세력은 평양 정권에 대한 입장 때문에 전체주의에 대한 판단이 미약하고, 전체주의적 함정에 취약하다. 보수가 변화해야한다.”[데일리안 = 이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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