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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셀까 노조가 셀까…현대차 해외 물량이전 확대되나


입력 2017.01.23 15:13 수정 2017.01.23 16:38        박영국 기자

트럼프 압박에 국내 생산차질 심화

국내생산 수출물량 해외이전 '명분'

트럼프 압박에 국내 생산차질 심화
국내생산 수출물량 해외이전 '명분'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전경.ⓒ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전경.ⓒ현대자동차

지난 21일 출범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지난해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 맞물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해외 판매물량이 현지 생산으로 이전되는 속도가 빨라질 여지가 높아졌다.

23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가 해외에 판매한 420만1407대 중 국내에서 생산돼 수출된 물량은 101만406대로 전년 대비 12.5% 줄었다. 반면 해외 현지생산은 319만1001대로 3.1% 늘었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총 248만5217대의 해외 판매실적 중 국내 생산은 101만7767대로 15.1% 감소한 반면, 해외 현지생산은 146만7450대로 10.7% 증가했다.

현대기아차의 국내 생산 수출물량이 감소한 가장 큰 배경으로는 노조 파업이 꼽힌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전면파업을 포함한 24차례 파업과 12차례 특근 거부로 회사에 14만2000여대의 생산차질을 입혔다.

수치상의 생산차질 외에 필요한 차종을 적기에 공급받지 못해 해외 판매망이 입은 무형의 손실도 컸다.

강성 노조가 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하고, 협력사 가동중단 등 지역경제로의 파장 확산과 수출 감소를 우려한 정부가 중재에 나서면 결국 회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식의 패턴이 지난 5년간 반복됐다. 회사측 현안인 임금피크제는 몇 년째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노조측 노선 변화가 없는지라 앞으로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이런 고용환경에서 굳이 해당 시장 내에 필요한 물량 이상을 생산하는 것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국내공장이 해외공장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데다, 잦은 노조파업으로 공급 차질까지 발생한다는 이유로 해외 판매물량의 현지 공장 이전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 노조 반발과 한국 정부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해외 시장에서 새로 발생하는 수요에 대해서만 현지 공장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국내 공장 생산규모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운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 혼란이라는 대내외적 요인이 발생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그동안 ‘실리’만 존재했던 해외 물량이전에 드디어 ‘명분’이 생긴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자국 및 해외 자동차 업체들에게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해 왔으며,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토요타 등 자동차 업체들이 줄지어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백기 투항했다.

현대기아차 역시 중국과 함께 세계 양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사업을 지속하려면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자동차 수출시 관세혜택이 포함된 한미FTA 재협상이 그의 공약 중 하나였다는 점도 현대기아차에게는 위협 요인이다. 현대기아차가 연간 미국에 판매하는 140만대 중 73만대는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 등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지만, 나머지 67만대는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한다. 한미FTA 효과가 사라지면 고액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

최근 국내 정치 혼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대통령 탄핵 정국을 불러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상당부분이 정경유착과 연관돼 있는 만큼, 새로 들어서는 정부에서는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도 줄겠지만 기업에 대한 통제 역시 느슨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현대기아차가 생산물량의 해외 이전을 결정할 경우 정부의 압박은 있겠지만 예전처럼 ‘비공식적인 불이익’까지 감수해야 하는 위험은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지난 17일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5년간 31억달러(약 3조6000억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미국에 자동차공장 추가 설립을 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장 구체적인 설립 계획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미국의 정치 상황과 현대기아차가 처한 현실을 감안하면 조만간 설립 계획이 발표된다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라 한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한국보다 판매 비중이 큰 미국에서 트럼프 리스크라는 변수가 발생한 가운데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또다시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빚어진다면 현대차에게도 (물량 이전과 관련해) 정부를 설득할 명분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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