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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처럼 숨어 있다" 가부장적 속성 들춰낸 '남자충동’


입력 2017.01.20 19:08 수정 2017.01.20 19:08        이한철 기자

조광화 연출 데뷔 20주년 기념 '조광화展' 신호탄

류승범-박해수, 알파치노 콤플렉스 지닌 장정 역

연극 '남자충동'이 다음달 16일 개막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 프로스랩 연극 '남자충동'이 다음달 16일 개막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다. ⓒ 프로스랩

조광화 연출이 1997년 가부장적 사회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풍자한 연극 '남자충동'을 다시 무대 위로 불러냈다.

'남자충동'은 연출가 조광화의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조광화展(제작_프로스랩)'의 신호탄을 알리는 작품이다. 데뷔 20주년 기획을 20년 전 작품으로 시작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특히 무려 13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남자충동'은 초연 당시 주요 시상식의 상을 싹쓸이 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2004년 한 차례 더 무대에 올랐을 뿐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

19일 서울 대학로 CJ아지트에서 열린 '남자충동' 연습현장 공개 행사에 참석한 조광화 연출은 "조폭영화가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남자충동'이 개막하고 비슷한 시기에 영화 '넘버3'와 '초록물고기'가 개봉을 했어요. 그 이전까지만 해도 영화 속 건달은 폼 나는 보스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뤄 미화된 측면이 많았는데, 이 작품들은 큰 보스가 아닌 중간 보스, 고군분투하다 좌절하고 실패하는 이들의 이야기였죠."

문제는 이후 상업성만을 쫓은 조폭 영화들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어느새 관객들에겐 조폭 영화에 대한 거부감, 편견이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조광화 연출은 작품의 의도가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데다, '남자충동'이 그 아류 정도로 취급될 수 있다는 생각에 선뜻 무대에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점이 왔다는 생각이다. 조광화 연출은 "가부장적인 문화가 많이 사라진 것 같은 착시현상이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이 작품이 여전히 현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의 현실은 오히려 개인들을 더 많이 억압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영화 '대부'를 보고 저렇게 살면 멋있겠구나 하고 착각하는 것처럼, 지금 사회는 비싼 차와 같은 가짜 욕망들을 추천하고 또 얻고 싶어 하죠. 개발 독재 시대에 돈 잘 버는 사람만이 칭찬받고 대부분의 아빠들은 자존감을 잃어 폭력적으로 바뀌었듯이, 성공하지 못해 얻는 무력감을 가까운 곳에서 터뜨리게 돼요."

다만 시대 변화를 반영해 작품 속 폭력성을 줄이는 대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포커스를 맞췄다. 조광화 연출은 "지금도 여전히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속성들이 망령처럼 숨어 있다"면서 "보이지 않는 폭력, 보이지 않는 가부장적인 문화에 대해 지금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고민했다"고 전했다.

류승범은 '남자충동'을 통해 "연극에 대한 참여욕구를 느꼈다"고 전했다. ⓒ 프로스랩 류승범은 '남자충동'을 통해 "연극에 대한 참여욕구를 느꼈다"고 전했다. ⓒ 프로스랩

류승범, 박해수, 손병호, 김뢰하 등 초호화 캐스팅은 20주년 기념 공연을 더욱 빛나게 한다. 특히 류승범은 조광화 연출이 장정 역에 가장 잘 맞는 배우로 생각해 수년 전부터 삼고초려 한 배우다.

14년 만에 첫 연극에 도전하는 류승범은 "배우로서 정말 좋은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에 '남자충동'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류승범이 연기하는 장정 캐릭터는 '알 파치노 콤플렉스'를 지닌 주인공으로 힘을 키워 조직을 꾸리고 가족을 지키는 것을 일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임무로 생각한다.

류승범은 "무대에 올라가는 상상을 하며 조광화 연출의 희곡을 읽어봤다. 굉장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예전에는 연극이란 게 어떤 것인지, 호기심이 들어 대학로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는 연극이 어떤 것인지 구경을 온 것이라면, 이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극을 체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고 설명했다.

박해수는 "류승범 선배와 같이 할 수 있어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부족한 부분을 보고 배우고 있다"며 뿌듯한 마음을 전했다. 조광화 연출의 페르소나라는 지적에 대해선 "그런 차원을 넘어 거의 아들로 생각해주시는 느낌이 살짝 든다"며 "어떤 디렉션을 주셔도 선생님의 호흡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거머쥘 것으로 기대되는 연극 '남자충동'은 다음달 16일부터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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