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언론장악방지법' 최대 장벽은 'MBC 사장?'


입력 2017.01.21 00:00 수정 2017.01.20 18:23        이슬기 기자

야 "공영방송 이사수 증원, 추천비율 통일" 여 "국회가 감독권 독점"

조기 대선 앞두고 저마다 '유리한 여론조성' 셈법 작동했다는 지적도

박홍근 더민주 공정언론특위 위원장을 비롯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 야 3당 의원들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동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권미혁, 국민의당 김경진, 정의당 추혜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김성수, 문미옥,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홍근 더민주 공정언론특위 위원장을 비롯한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추혜선 정의당 의원 등 야 3당 의원들이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과 관련한 내용이 담긴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동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권미혁, 국민의당 김경진, 정의당 추혜선,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김성수, 문미옥,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정부의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차기 정부에서 개선될 수 있을까.

공영방송이 정부여당의 지배 하에 보도개입을 받는 문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제기된 바 있다. 핵심은 방송사 이사회 구성 시 여야의 추천 할당량과 직결돼 있다.

실제 공영방송 3사의 이사회 구성 규정에 따르면 △KBS는 11인 중 여7:야4 △MBC는 9인 중 여6:야3 △EBS는 9인 중 여7:야2 비율로 선임된다. 특히 3사 모두 재적의 과반수가 찬성하면 통과되기 때문에, 친정부 인사가 방송사 이사회를 장악하는 고리는 끊기지 않고 계속돼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미방위 차원에서 전문가 그룹을 초청해 공청회도 열었다.

일명 '언론장악방지법'으로 불리는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수를 13명으로 증원 △여야 추천 비율을 7:6으로 통일 △사장 선임 시 이사회 특별다수제(재적위원 2/3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 도입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명문화 △이사회 회의록 공개(비공개 사유 제한) 등을 골자로 한다.

야당은 일단 여당 측 인사를 1명 많게 하되, 사장 선임의 건에 대해서만 의결정족수를 3분의 2이상으로 함으로써 특정 정당에 우호적인 인사가 사장으로 올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는 입장이다. 특히 현행 이사진 구성 추천비율은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는 관행이며, 정권교체가 되는 5년마다 공영방송의 경영전략과 콘텐츠 전략이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이러한 문제는 전체 이사수를 늘린 뒤 추천 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반면 여당에선 국회가 공영방송 구조의 감독권을 완전히 독점하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권력 균형에 어긋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13명의 이사를 추천하되 여야의 합의를 거치는 대안도 거론된다. 다만 이사들이 실질적으로 '크로스보팅'(소속 진영이나 정당과 무관한 자유투표)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7:6이라는 비율이 무용지물이란 지적도 팽팽하다.

하지만 이보다는 정치적 판단에 의한 입장 차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통과로 조기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사실상 '진보진영 차례'라는 인식이 통용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여당은 물론, 야당 일부에서조차 법 개정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모습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방위 소속 이상민 민주당 의원도 "어느 정당이든 정권을 잡은 쪽은 누구든지 언론을 자기 지배 하에 두고자 하는 게 본능 아닌가. 지금까지 정권을 잡은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이 방송 공정성 문제를 갖고 계속 소모적 논쟁을 벌여왔다"며 "박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대선 모드에 진입하면서 누가 정권을 잡을지 모르는 지금, 어느 누가 정권을 잡든 공영방송에 대한 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오는 2월 말로 예정된 'MBC 사장 선임' 문제도 줄다리기의 핵심 사안이다. 대선을 앞두고 거대 영향력을 지닌 공영방송의 사장을 바꾸는 과정에서, 야당은 현 규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또다시 보수진영 성향의 인사가 선임돼 친정부적 보도가 대거 양산될 거란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로 새누리당 입장에선 2월 말까지 개정 움직임을 최대한 늦춰 MBC 사장을 과거 방식으로 뽑아야 이번 대선에 유리한 정국을 만들 수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사실상 재집권은 어려워진 만큼, 차기 정부에서 공영방송 지분이라도 거머쥐어야 한다는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해당 공청회에 참석했던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 역시 지난 1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공영방송의 영향력이 크다"며 "야당이 이 법을 제안하게 된 배경도 사실은 공영방송 사장을 현행대로 뽑으면 또 친정부적 성향의 보도가 많아질 거라는 우려 때문이다. 반대로 여당은 여전히 예전 방식으로 뽑아서 보수 진영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에 대해 미방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이견이 있으니 당연히 현행법 대로 하는 게 맞지, 그런 해석은 억지”라고 반발했다. 이어 “여야 추천 비율이 얼마인가는 다음 문제다. ‘정치권의 방송 개입’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오히려 국회의 입김을 더 크게 만드는 게 진짜 문제”라며 “3분의2 이상이 찬성해야 사장을 선임하자는 건데, 지금의 정치 풍토 하에서는 여야가 대립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슬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