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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공급과잉' 아파트 건설현장 날림공사를 경계하며


입력 2017.01.19 16:07 수정 2017.01.24 14:04        박민 기자
아파트 부실공사로 인한 하자.(자료사진)ⓒ연합뉴스 아파트 부실공사로 인한 하자.(자료사진)ⓒ연합뉴스

고난도의 공사를 위해 10명의 숙련된 근로자가 필요하다고 가정할 때 만약 건설량을 3배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 이에 맞춰 숙련공도 30명이 필요하고 건설에 필요한 자재 역시 수급이 3배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능공과 자재 수급이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건설을 강행하면 소위 말하는 날림공사로 인해 부실이 발생할 것은 눈에 뻔하다. 지금 사상 최대 공급 물량을 겪고 있는 아파트 건설현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다.

최근 건설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지난 3년간 건설현장이 호황이어서 타워크레인이 풀 가동됐고, 심지어 현장마다 크레인 기사 모시기(?) 경쟁에 나설 정도였다”면서 “그러나 당시는 대부분 기계에 의존하는 토목공사가 위주였는데 올해는 숙련된 기능공의 손길이 직접 닿는 마감공사 등이 많아 이를 수행할 인력이 충분할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이는 2년전인 지난 2015년 사상 최대 수준인 51만가구가 공급됐고, 다음해인 2016년도 이에 못지 않게 49만 가구가 공급된 데서 비롯된다.(부동산114집계) 최근 5년간 한해 평균 공급물량(27만가구)보다 각각 20만 가구 넘게 많다. 이같은 공급 과잉 탓에 올해와 내년은 ‘입주폭탄’이라는 말이 끊임없이 들리는 지경인데 이처럼 일시에 몰린 건설현장에 공사를 수행할 숙련공들이 충분할지 의문스럽다는 말이다.

올해 입주를 앞둔 단지의 경우 전체 공정률의 65%가 넘는 골조공사(철근과 콘트리트로 아파트 뼈대를 세우는 작업)를 끝내고 내부 마감재 공사 및 인테리어 등의 작업이 한창이다. 전기·설비를 비롯해 배관, 벽 방음제, 타일, 천정 덕트작업 등 숙련공들의 직접적인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다. 만약 인력 수급이 충분치 않아 공사경험이 별로 없는 미숙한 노동자로 대처될 경우 공사품질은 저하되고, 공사기간 역시 늘어나 결국 날림공사로 이어질 것은 눈에 선하다.

실제 과거 노태우 정권(1988~1993년)때도 공급 과잉이 대거 부실공사로 이어진 바 있다. 당시 주택난 해소를 위해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및 중동)를 지정하고 5년간 200만호를 건설하기로 했다. 연간 40만가구씩 짓는 규모다. 일시에 몰린 과다한 건설현장 탓에 골재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대로 정제하지 않은 모래를 가져와 사용해 부실공사의 문제가 됐다. 또한 공사량도 많아 콘크리트가 채 굳기도 전에 후속 공정을 진행하다보니 내부 철근 부식 등의 문제도 심각했다.

과거와 지금의 상황이 데자뷰처럼 겹치는건 왜 일까. 일시에 과도하게 몰린 공사현장이 제대로 작동될지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상황의 경우 내부마감 등을 수행할 기능공은 제한적인데 공사현장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결국 인력을 돌리기 위해 공기를 최단기간 단축해 진행하다 보면 날림공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건설사들도 원가 절감을 위해 이들보다 노동비가 저렴한 미숙련의 외국인 근로자들로 대체하는 현장을 늘리면서 점차 공사품질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데일리안 경제부 박민 기자. 데일리안 경제부 박민 기자.
여기에 공사를 감독하고 관리할 감리도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다. 감리 역시 넘쳐나는 건설현장 탓에 꼼꼼한 감리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특히 감독소홀로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감리자까지 그 책임 소지가 미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건설사들이 부실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에 적당히 마무리 짓고 덮으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건설사의 날림공사로 인해 피해는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입었지만 이제는 과거와 같지 않다. 입주민 카페 등 커뮤니티를 개설해 하자문제를 공론화하고, 심지어 건설사 본사까지 찾아와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건설사들도 이제 좀 더 양심적이고 책임있는 시공을 해야 할 것이다. 공사기간이 늘어나 이익이 줄어들지언정 장기적으로 시장의 신뢰를 받는 게 더욱 경쟁력을 쌓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최근 국정농단 혼란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기업들에게 요구하는 목소리와도 같은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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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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