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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제3지대 주도" …'빅텐트' 기둥 누가 세울까


입력 2017.01.18 00:05 수정 2017.01.17 23:45        이슬기 기자

박지원, 김종인, 손학규 등 비문세력 주도설 나돌아

"빅텐트 아닌 1~2인용 텐트 모인 난민촌" 회의론도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박 대통령을 범죄사실 전반에 상당한 공모관계임을 밝히며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인지해 입건 했음을 밝힌 지난 11월 20일 야권의 대선주자 6인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따른 정국 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비상시국 정치회의'에서 함께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부겸 더민주 의원,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박 대통령을 범죄사실 전반에 상당한 공모관계임을 밝히며 박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인지해 입건 했음을 밝힌 지난 11월 20일 야권의 대선주자 6인을 포함한 주요 인사들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따른 정국 수습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비상시국 정치회의'에서 함께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김부겸 더민주 의원,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천정배 전 국민의당 대표.(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누가 여의도 '빅 텐트'의 기둥을 세울까.

조기 대선 현실화와 '문재인 대세론'의 영향으로 이른바 '빅 텐트'로 불리는 제3지대가 확장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정가에선 제3지대의 기둥 역할을 자처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대선판의 무게추가 야권으로 쏠린 만큼, 문재인 전 대표를 제외한 '비문 세력' 내에서 주도권을 거머쥐려는 거물급 인사들의 움직임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깃발을 든 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다. 지난 15일 전당대회에서 박지원체제를 구축한 그는 이날 당선과 동시에 "국민의당이 빅 텐트이고 플랫폼"이라고 선언했다. 또 "모든 대선 후보에게 활짝 문이 열려있는 당을 만들겠다"며 "국민의당으로 합리적 개혁세력이 총집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이미 당내 대표적인 대선 후보인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있지만, 사실상 안 전 대표만으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친문 진영을 제외한 전 야권이 한 텐트 안에 모여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셈이다. 당 내부 결속부터 다지자는 '선(先) 자강론' 역시, '후(後) 연대'라는 최종 목표의 전제 조건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영환 최고위원이 "아직 잉크도 안 말랐는데 선거가 끝나자마자 바로 빅 텐트론으로 전환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반기를 들었고, 안 전 대표 측에서도 편치 않은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대선 정국에서 제3지대 구심점 역할을 하겠다는 박 대표의 의지는 상당히 완고한 상황이다.

또한 박 대표가 최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향해 "실패한 정권 사람들과 같이 다니는 것이 상당히 실망스럽다"며 견제구를 날리고는 있지만, 정가에선 반 총장의 ‘바른정당 입당 후 국민의당과 연대' 시나리오가 계속해서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박 대표로서는 언제라도 반 총장과의 연대에 문을 열어둘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화려한 행보'가 눈길을 끈다. 최근엔 본인 출마설까지 거론됐을 정도다. 김 전 위원장이 조만간 민주당을 탈당하고 직접 출마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김 전 대표 본인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말하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 말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고, 당내 김종인 계로 분류되는 현직 의원 대부분도 탈당 합류 의사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김종인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와는 이미 등을 돌렸고, 탈당을 고민하는 것도 맞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김 전 대표는 그간 문 전 대표를 제외한 여야 잠룡들과 적극 회동하며 대선 정국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실제 그는 최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촛불 집회와 관련해서 일관성이 없는 반면, 이재명 시장은 촛불 시위 초기에서부터 일관성을 보였다”고 공개적으로 호평했다.

반 총장에 대해서도 “임기단축 개헌을 약속하면 충분히 재집권이 가능하다”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연대설에는 “자꾸 그 사람과 결부시키지 말라”라며 거리를 유지하는 등 주도권 잡기에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여기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제3지대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는 중이다. 지난 11일엔 김한길 전 의원과 만나 빅 텐트론과 관련한 논의를 한 사실이 뒤늦게 보도됐다. 또한 최근 반 전 총장 측 인사들이 김 전 대표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전 대표 역시 제3지대 주도권 잡기에 뛰어들기 위해 정계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다수 인사들이 빅 텐트의 기둥을 자처하고는 있지만, 제3지대가 얼마나 힘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야권에서 문 전 대표의 기세가 워낙 막강한 데다 ‘문재인 대 비문재인’ 구도가 형성되면, 오히려 문 전 대표 측이 ‘정치적 이합집산’이라는 공세의 명분을 얻게 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들 간 정치적 노선이 워낙 달라 결국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비주류 그룹으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서 제3지대가 아니라 지금은 정치적 난민촌이다"라며 "말은 빅 텐트라고 하는데 사실상 1~2인용 텐트에 너도나도 다 모여 있는 모양새 아닌가. 텐트도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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