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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영장청구] 정의에 양보하고, 정치에 휘둘리고....경제는 봉인가


입력 2017.01.17 12:26 수정 2017.01.17 17:17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 삼성 합병 찬성자들도 공범으로 내몬 특검...여론재판식 '정치쇼' 비난

명확한 청탁증거없이 '도주·인멸' 우려없는 이재용만 구속?...법원의 현명한 판단 기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대치동 박영수특별검사 사무실에 피의자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삼성 합병 찬성자들도 공범으로 내몬 특검...여론재판식 '정치쇼' 비난
명확한 청탁증거없이 '도주·인멸' 우려없는 이재용만 구속?...법원의 현명한 판단 기대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했던 수많은 증권사와 주주들은 바보입니까? 정치적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지금에 와서 공범인양 죄인취급 받는 것 같아 기분 나쁩니다.”

한 증권사 애들리스트는 최근 최순실게이트로 인한 삼물산 합병 논란에 대해 “합병에 따른 미래 기업가치를 따져보지도 않고 찬성했겠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유는 삼성이 국민연금에 대한 합병승인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뇌물을 공여했다는 논리다.

특검의 주장대로라면, 당시 합병에 찬성했던 21개 증권사와 기관투자가들, 소액주주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까지 포함해 전부 삼성의 뇌물공여죄에 가담한 공범인 셈이다. 특검은 이 모든 사람들을 뇌물공여의 공범죄로 잡아넣을 것인가. 이는 위에 언급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분통을 터트린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물산 합병 이후 대통령 독대..."승마협회 지원안한다"질타
당시 합병에 찬성했던 수많은 투자가들과 주주들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미래가치와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에 더 큰 방점을 뒀다. 국민연금 역시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한 미래가치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15조원 등 삼성그룹 계열사에 총 23조원을 투자하고 있던 터라 합병성태로 이한 기금 포트폴리오 영향도 고려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당시 삼성이 해외투기자본인 엘리엇에 공격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수많은 주주들과 언론들은 대한민국의 대표기업인 삼성이 외국의 투기자본에 흔들려서는 안된다는데 공감하며 찬성했던 측면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기업이 합병승인을 위해 주주설득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남의 집 불구경하듯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직무유기 아닌가.

게다가 삼성물산 합병은 이 부회장과 박대통령의 독대 이전에 성사됐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결정된 시기는 2015년 5월 26일로, 이후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에 반대하면서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같은해 7월 10일 두 회사 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어 합병에 찬성키로 결정했고, 7월 17일 양사 주주총회에선 합병안이 통과했다. 당시 삼성 측에서는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삼성이 최씨 일가 지원이 갑자기 나선 것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을 독대한 이후다.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는 7월 25일 이뤄졌다. 이는 국민연금이 찬성을 결정한지 15일후, 양사 주총에서 합병인 승인된지 8일 후 였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에게 “삼성이 승마협회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삼성이 합병승인을 조건으로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그리고 대한승마협회를 통한 정유라씨 지원에 나섰다면, 대통령이 독대자리에서 이 부회장을 질책할 이유가 없지 않았겠는가.

이강미 산업부장. 이강미 산업부장.
법은 공정해야 한다. 죄가 있다면 처벌해야 한다. 물론 삼성도 잘못한 것이 있다면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여론에 밀려 돈 뜯긴 기업에게 죄를 묻는다면, 억울한 일이다. 삼성 역시 정권의 강요에 의해 돈을 뜯긴 피해자다. 그런데도 굳이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한다면 대한민국의 법치는 죽은 것이다.

재계와 학계는 정치권과 특검이 본질을 벗어나 ‘여론재판식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번 최순실게이트는 경제논리에서 벗어난 정치논리, 권력자들의 임의적인 판단에 의해 경제가 휘둘린 것이 그 본질이고, 권력지상주의에 빠진 정치권이 기업 돈을 자기 돈 인양 가져다 쓴 사건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벌이란 이유로 구속?....과도한 기업때리기
이규철 특검보는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보다는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처벌과 개혁의 대상은 기업과 기업인이 아니라 돈을 요구한 정권이고,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도 모른척한 정치권인 것이다.

그런데 특검은 명확한 청탁증거도 없이, 뇌물수수자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은채 권력 앞에 상대적으로 약자이자 돈 뜯긴 기업인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수차례 압수수색과 조사로 더이상 증거를 인멸할 자료도, 출금조치로 도주의 우려가 없는데도 말이다. 이것으로 특검의 존재감을 과시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특검이 여론재판식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졌다.

이제 공은 법원으로 넘어갔다. 특검이 띄운 ‘이재용 영장청구’란 ‘에드벌룬’ 처리문제를 두고 법원의 고민도 깊을 것이다.

정권의 압박에 못이겨 돈 뜯긴 기업과 기업인에게 재벌이란 이유로 주홍글씨를 새길 것인가. 그렇다면 대선정국에 들어선 정치권과 여론에 편승한 포퓰리즘이자, 과도한 기업때리기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작년 연말 전 세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미국의 차기 대통령 선거다. 당시 힐러리의 대승을 낙관했던 수많은 여론조사를 뒤엎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샤이트럼프’ 세력으로 인해 트럼프가 대승을 거뒀다. 이처럼 촛불민심만이 대한민국의 전체 민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삼성=재벌개혁’의 목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삼성 합병을 찬성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비롯해 ‘샤이삼성’존재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된다.

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중요한 때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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