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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노동개혁 실패’는 역사적 과오다


입력 2017.01.16 07:00 수정 2017.01.16 14:25        조태진 기자 (tjjo77@dailian.co.kr)

실업자 100만명 시대…실업률 4%대에 대졸 비중 50%

이해관계 반영된 노사정대타협 틀 벗어나야

노동개혁 실패는 유례없는 청년실업자들 양산하는 현재 우리에게 지워지지 않을 역사적 과오나 다름없다. 지난해 여의도에서 열린 양대노총 총파업 투쟁결의대회. ⓒ데일리안 노동개혁 실패는 유례없는 청년실업자들 양산하는 현재 우리에게 지워지지 않을 역사적 과오나 다름없다. 지난해 여의도에서 열린 양대노총 총파업 투쟁결의대회. ⓒ데일리안

일자리 이야기는 늘 조심스럽다. 장기 불황으로 시장경제 근간이 흔들릴 정도임에도 그렇다. 밥그릇 문제를 짚는 것 자체로 노동계의 반발어린 시선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시대적 요구에 따라 노동시장이 바뀌어야 한다는 접근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뜨악한 논리’로 치부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편하다고 피하는 것은 능사가 아닐 것이다. 성숙된 자본주의 체제를 갖추고 있는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한국처럼 노동시장이 정체 심지어 역주행하는 사례를 찾기 어려우니 말이다. 민감한 문제라고 해서 앞으로 몇 년을 멈칫하면 후대에 씻지 못할 역사적 과오를 남길 수도 있다.

실업자 100만명 시대…나아질 기미가 없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는 IMF외환위기 이후 최대인 4% 이상의 실업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아르바이트생 등 집계에서 빠진 청년실업자를 감안한 체감 실업률은 20%를 넘어섰다는 주장도 나온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러시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경제를 떠받쳐주어야 할 후발주자 10명 가운데 2명이 놀고 있는 셈이다. ‘고학력 백수’ 비율도 가히 역대급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실업자 가운데 대졸 이상 비중은 무려 45.1%에 달했다.

심각한 경제위기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경고음은 커지고 있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이 화두로 제시한 ‘세계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경영인들이 생각하고 있는 실업의 위험도는 76.8점으로 세계 평균치(36.6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회원국 131개국 중 네 번째로 리스크가 크다.

한국에서 사업하는 국내외 최고경영자(CEO)들은 경직된 노동시장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GM의 파국’을 겪은 미국, ‘통일 후폭풍’에 휩쓸렸던 독일, ‘잃어버린 10년’에 허우적거린 일본이 반등의 실마리로 찾은 노동개혁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직무유기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IMF외환위기 조기졸업에 치중한 나머지 노동시장 개혁 등 경제 체질 선진화를 위한 구조적인 완성도를 높이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토로했던 한 경제원로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금융권 성과연봉제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과 궤를 같이하며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 지난해 잠실종합경기장에서 열린 금융노조 총파업 결의대회. ⓒ데일리안 금융권 성과연봉제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과 궤를 같이하며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 지난해 잠실종합경기장에서 열린 금융노조 총파업 결의대회. ⓒ데일리안

대타협 카드만 고집…탄핵 정국 탓은 핑계
물론 손을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지리한 공방끝에 노사정대타협의 장이 어렵사리 마련됐다. 하지만 각자 이해가 반영된 ‘절반짜리 노동개혁안’은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고, 한국노총은 지난해 파기를 선언하면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 20대 국회에서도 개혁법안은 통과가 요원해 보인다.

방식과 추진력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노동개혁 대상인 기업 경영인과 노동자가 직접 협상 주체로 나선 것은 ‘언 발에 오줌누기’식 고민없는 접근이다. 성공한 노동개혁으로 꼽히는 독일의 하르츠개혁과 지난해 초 결실을 맺은 프랑스의 노동개혁안도 노동계 인사 참여 없이 이뤄졌음을 상기해야 한다.

개혁법안이 노동비용을 늘리고 파견 가능 업무도 제한해 시장 유연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파업 중 대체 근로가 허용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우리나라 만큼 경직된 노동시장을 보유했던 일본도 지난 2003년 일찌감치 제조업 파견을 허용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를 탓하는 것도 부끄러운 행태다. 금융권 성과연봉제도 탄핵 정국과 궤를 같이하며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과감히 메스를 대야한다. 곪은 상처에 땜질식 처방을 한다고 치유될 수 있겠는가.

조태진 기자 (tjjo7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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