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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뚝이들’ 오브레임·헌트,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입력 2017.01.17 00:06 수정 2017.01.19 05:49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치명적 약점과 숱한 위기 극복하고 당당히 생존

3월 5일 UFC 209 옥타곤에서 '귀감 매치'

UFC 헤비급 오브레임(오른쪽). ⓒ 게티이미지 UFC 헤비급 오브레임(오른쪽). ⓒ 게티이미지

UFC 209에는 빅매치들이 즐비하다.

오는 3월 5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서 열릴 'UFC 209' 옥타곤에서는 올해 최고의 빅매치 중 하나로 꼽히는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28·러시아)와 ‘엘쿠쿠이(El Cucuy)’ 토니 퍼거슨(35·미국)의 라이트급 매치가 펼쳐진다.

현재 UFC 라이트급 챔피언은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지만 실질적 최강자는 누르마고메도프와 퍼거슨 둘 중 하나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UFC 팬들은 맥그리거가 이들과 한 차례씩 싸우길 바랐지만 영악한 맥그리거는 돌연 휴식기에 돌입했고, 결국 누르마고메도프와 퍼거슨이 괴수 매치를 벌이게 됐다.

지난 1차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한 타이론 우들리(35·미국)와 스티븐 톰슨(33·미국)의 웰터급 타이틀전 역시 UFC 209에서 펼쳐진다. 두 매치 만큼이나 국내 팬들이 유독 관심을 기울이는 한판승부가 있다. 알리스타 오브레임(37·네덜란드)과 마크 헌트(43·뉴질랜드)의 격돌이다.

오브레임과 헌트는 오랜 시간 격투무대서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인 헤비급 베테랑들이다. 기량은 물론 상품성까지 겸비해 UFC 팬들은 물론 동료들에게도 존경을 받고 있다. 비슷한 시기 활약했던 대다수 파이터들이 은퇴했거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과 달리 둘은 UFC 헤비급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오브레임과 헌트가 위대한 노장으로 불리는 배경에는 끊임없는 도전의 역사가 있다. 둘은 프라이드, K-1, UFC에서 고르게 존재감을 뽐낸 공통점이 있다. 한 단체에서 생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려 3개의 메이저 대회 팬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켰다.

외모, 파이팅 스타일, 장단점 등을 살펴보면 사뭇 다르지만 커리어는 은근히 닮아있다. 프라이드에서는 캐릭터만 선명했을 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K-1에서의 깜짝 우승, 그리고 부침은 있지만 UFC 상위권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을 보면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더 놀라운 것은 오브레임과 헌트 모두 여러 차례 오뚝이처럼 일어섰다는 점이다. 퇴물 혹은 은퇴 압박을 받으면서도 다시 일어났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스포츠계 오랜 격언이 가장 잘 들어맞는 파이터들이다.

오브레임은 프라이드에서 라이트헤비급으로 뛰던 시절 장단점이 너무도 분명히 갈렸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신체조건에 타격과 그래플링의 균형이 잡힌 테크니션이었지만, 체력과 내구성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고비를 넘지 못했다. 하지만 몸 개조 이후 헤비급에서 뛰게 되면서 완전히 바뀌었다.

힘이 붙자 단발성 공격만으로도 상대를 무너뜨렸고, 예전처럼 큰 것을 허용해도 쉽게 뒤집히지 않았다. 다른 단체에서 보여준 포스가 무시무시해 UFC 입성 전부터 헤비급 판도를 뒤흔들 최강의 복병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힘과 근성이 남다른 UFC 헤비급 파이터들은 또 달랐다. 벤 로스웰, 트레비스 브라운 등 강한 맷집과 파워를 가진 선수들은 오브레임의 약점을 또 도드라지게 했다. UFC 헤비급은 신체능력이 남다른 괴물들이 득시글하다. 내구성 문제를 다시 드러낸 오브레임은 더 이상은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았다. 타고난 맷집의 약점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압박형에서 아웃파이팅으로 패턴에 변화를 주며 다시금 도전했다.

대성공이었다. 오브레임은 스테판 스트루브, 로이 넬슨,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 안드레이 알롭스키 등 만만치 않은 상대들을 연파하며 챔피언 타이틀전까지 치고 나갔다. 기량이 절정에 달한 데다 내구성까지 남다른 스티페 미오치치의 벽은 넘지 못했지만 약점을 딛고 재기에 나섰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UFC 헤비급 마크 헌트(왼쪽). ⓒ 게티이미지 UFC 헤비급 마크 헌트(왼쪽). ⓒ 게티이미지

헌트 역시 도저히 힘들 것 같은 벽을 연달아 깨고 UFC 헤비급에서 살아남은 파이터다.

피터 아츠, 제롬 르 밴너, 에롤 짐머맨, 스테판 레코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정통 타격가 출신들이 종목을 바꿔 MMA에 적응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플링 보완이 어려워 하위권 선수들에게도 발목 잡히기 일쑤다.

헌트 역시 마찬가지다. UFC 진출 전까지 헌트는 넘어지면 끝인 그저 그런 타격가였다. 그래플링에 대한 이해도도 높지 않았고, 가장 성공한 타격가 출신 중 하나인 미르코 크로캅 같은 현란한 스텝과 테이크다운 방어 능력도 갖추지 못했다.

그런 헌트가 UFC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그의 팬들 역시 “타격가 유형의 파이터와 화끈한 경기만 보여줘도 만족한다”고 했다. 기대가 크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라운드의 절실함을 느낀 헌트는 뒤늦게 배운 레슬링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뤄냈다. 테이크다운 방어를 넘어 클린치 싸움으로 상대를 압박할 정도였다. 헌트 같은 케이스는 MMA 전체를 들춰봐도 찾기 어려운 사례다.

오브레임과 헌트는 한 차례 붙은 바 있다. 2008년 일본무대 ´드림(DREAM)´에서 만났는데 당시에는 헌트가 그라운드에 무지했던 상태라 오브레임이 손쉽게 서브미션으로 잡아냈다.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헌트는 더 이상 오브레임의 그래플링에 겁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됐다. 그라운드를 걱정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타격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술의 다양성에서는 오블레임이 앞서지만, 헌트에게는 최고 수준의 내구력이 있다.

치명적인 단점을 극복해가며 오랜 세월 MMA무대에서 생존해온 오브레임과 헌트. 그야말로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둘의 대결은 승패를 떠나 후배 파이터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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