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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룰루랄라’ 월드컵 48개국..승부담합 구조?


입력 2017.01.12 00:02 수정 2017.01.13 10:20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참가국 확대로 대륙별 출전권 늘어나..아시아 최대 9장

조별리그 최종전 승부조작 가능 구조..히혼의 수치 기억

시진핑(64)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 기치 아래 최근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대형 스타들을 슈퍼리그로 불러들이고 있는 중국 축구계는 이번 결정을 매우 환영하고 있다. ⓒ 데일리안DB 시진핑(64)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 기치 아래 최근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대형 스타들을 슈퍼리그로 불러들이고 있는 중국 축구계는 이번 결정을 매우 환영하고 있다. ⓒ 데일리안DB

국제축구연맹(FIFA)이 월드컵 참가국을 48개국으로 확대 재편한다.

FIFA는 11일(한국시각) 스위스 취리히서 열린 평의회에서 월드컵 본선 48개국 출전 확대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998 프랑스월드컵 때부터 시행된 4개국 8개 조의 32강 체제는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만 적용된다. 개편된 48강 체제는 2026 월드컵(개최지 미정)부터 적용된다. FIFA는 대륙별 쿼터 조정에 관한 의견을 모아 오는 5월 확대안을 최종확정할 예정이다.

FIFA 인판티노 회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였던 ‘월드컵 48개국’ 체제에서의 본선은 16개 그룹(조별 3개국)으로 나뉜 3개 국가가 각각 조별 리그를 치른 뒤 각조 상위 2개 팀만 32강에 진출해 토너먼트로 붙는다.

FIFA는 “월드컵에 더 많은 나라가 참가해 축구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대변화”라고 주장한다. 아르헨티나 디에고 마라도나는 “환상적인 아이디어”라고까지 극찬했다. 가장 큰 수혜는 중국이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진핑(64) 국가주석의 ‘축구 굴기’ 기치 아래 최근 천문학적인 금액을 들여 대형 스타들을 슈퍼리그로 불러들이고 있는 중국 축구계는 이번 결정을 매우 환영하고 있다. 참가국이 늘어난다면 아시아쿼터(월드컵 출전권)는 기존 4.5장에서 최대 9장까지 늘어나 숙원인 월드컵 진출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기 때문.

2002 한일월드컵 외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변화다. FIFA 랭킹은 82위지만 중국 대표팀은 아시아에서 10위권 내외에 걸쳐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도 A조 꼴찌(2무3패)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보면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변화다.

개편안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축구를 위한 것이 아닌, 중국을 의식한 변화라는 비판도 내놓는다.

막대한 자본과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월드컵 본선에 나온다면 중계권료와 스폰서 규모가 더 커져 FIFA가 상당한 이익을 취할 것이라는 계산을 깔고 꺼낸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인판티노 회장은 “돈이 아닌 축구를 위한 결정이다”라고 반박했지만 의심의 시선은 여전히 날카롭다.

“지역예선의 극적인 승부가 급감하고 월드컵에서 ‘10-0’ 스코어가 나올 수 있다”며 질적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승부담합이다. 현재 월드컵의 조별리그는 32개팀이 8개조(한 조 4개팀)로 나뉘어 치르는데 세 차례씩 맞붙어 순위를 가린다. 마지막 경기는 담합, 즉 승부(순위) 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같은 시각 동시에 킥오프한다.

FIFA 주장대로 이번 조치는 저변확대라는 긍정적 영향도 분명히 있다. ⓒ 게티이미지 FIFA 주장대로 이번 조치는 저변확대라는 긍정적 영향도 분명히 있다. ⓒ 게티이미지

하지만 48개국으로 확대되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두 팀이 먼저 조별리그를 마친 나머지 한 팀을 떨어뜨리기 위해 담합을 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다.

2026년 월드컵부터 시행하기로 한 48개국 체제에서는 3개팀이 한 조에 묶여 두 경기씩 가진 뒤 상위 2개팀이 32강 토너먼트에 오르게 된다. 결과를 알고 들어온 두 팀이 최종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토너먼트에 올라갈 수 있는 만큼, 담합(승부조작)을 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있다.

그런 흑역사도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있다. 32년 전 가장 수치스러운 월드컵 역사의 하나로 남아있는 ‘히혼의 수치’ 사건이다. 1982 스페인월드컵(16장→24장)에서 알제리는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서독을 2-1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두 번째 경기에서 오스트리아에 패한 알제리는 최종전에서 칠레를 꺾고 2승1패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당시는 지금의 조별리그 최종전 동시 킥오프와 달리 하루의 차이를 두고 열렸다. 서독-오스트리아전이 알제리-칠레전 하루 뒤 열린 것이다. 알제리는 오스트리아가 서독을 누르거나 서독이 오스트리아를 3골차 이상으로 이기면 상위 라운드에 진출하는 매우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담합이 일어났다 서독이 전반 10분 흐루베쉬의 선제골로 앞서나간 서독, 그리고 상대 오스트리아는 자기진영에서 볼을 돌리며 시간을 보냈다. 서독이 승리하면 오스트리아와 함께 2라운드에 올라갈 수 있었다. 보다 못한 서독 관중은 경기장으로 난입하기까지 했다.

결국, 서독이 1-0으로 이겼다. 서독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알제리 모두 2승1패가 됐다. 하지만 골득실에서 밀린 알제리가 조별리그에서 밀려나는 아픔을 겪었다. 이 경기 후 국제축구연맹은 조별리그 최종전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열기로 했다. 월드컵에서 가장 추악한 역사로 기억되는 경기다.

FIFA 주장대로 이번 조치는 저변확대라는 긍정적 영향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최종예선의 짜릿한 드라마, 김이 샌 조별리그 최종전, 담합을 부를 수 있는 구조에 대한 깊은 논의와 방지책을 내놓지 못한다면 세계축구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길 수 있다. 월드컵이 특별했던 것은 치열한 경쟁과 높은 수준의 축구 그 자체에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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