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시간 : 2017년 02월 20일 12:04:39
대형출판사 '각자도생', 출판계 줄도산 불러
기업화한 대규모 중고서점의 시장진입 규제했어야
대형 온라인 서점 및 대형출판사, 상생의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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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1-0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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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화평론가(codessss@hanmail.net)
▲ 송인서적 첫 화면ⓒ송인서적 홈피

최근 송인 서적의 부도에 관해 여러 원인이 제기 되고 있다. 어음 결제 등 전근대적인 경영시스템을 지적하기도 하고, 출판 전체의 산업적 낙후성을 말하기도 한다. 아울러 이번 부도의 가장 결정적인 원인으로 도서정가제를 들기도 한다.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정말 그럴까.

예컨대, 도서 정가제로 납품 할인율이 10%으로 균일하게 묶은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납품은 도서관이나 학교 같은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데, 이런 납품을 하려는 이들은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이전에는 '최저가' 그러니까 가장 저렴한 곳이 낙찰되었다. 그러나 이제 할인율이 고정되어 버려서 당연히 입찰 방식은 최저가일 수 없었다. 할인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공공납품 '추첨제'로 바뀌면서 입찰 위한 '유령서점' 등장
그렇기 때문에 '추첨제'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때 문제가 생겼다. 유령 서점들이 등장했다. 서점은 등록제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서점으로 등록을 하면 입찰에 참여할 수가 있다. 주유소나 문방구가 서점을 등록하고 입찰에 참여하였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이들은 전문적인 서점 경력이나 노하우가 없어도 입찰을 배정받아 책을 공급하겠다고 했다. 정작 그들이 입찰을 따내자 달리 행동했다. 송인 서적과 같은 도매상에서 책을 받고는 공공기관에서 받은 납품 대금을 주지 않고 잠적해버리는 일이 생겨났다. 당연히 송인 서적은 그러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 그런 사기행각에 피해를 당한 액수가 상당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또한 도서 정가제 때문에 책을 구매하지 않은 행태가 강화되었다는 지적이 있다. 여기에서 사지 않는다는 것은 필요해도 다른 통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해진다. 그 다른 통로는 대표적으로 '중고서점'을 들 수가 있다. 하지만, 단순히 동네 책방 수준이 아니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대규모 기업화하고 있는 중고서점의 등장은 기존 서점을 위협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도서 정가제가 동네 서점을 살려내고 있다는 지적은 근시안적이고, 결국 송인서적과 같은 중간 도매상의 부담으로 가중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진짜 책을 제값주고 사려는 이들이 많을수록 동네 서점은 살아날 수도 있다.

기업화한 대규모 중고서점의 시장진입 규제했어야
그런데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은 도서 정가제 자체의 문제 이전에 부대적으로 함께 시행했어야 할 정책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하나는 인터넷 서점의 중고서점 진출을 규제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2의 책시장으로 헌책방은 소규모로 묵인 하는 것이었지 이것을 대규모 사업화하는 것은 도서 시장을 교란하기 때문에 조율을 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도서할인을 막자 그것을 책 가격의 인상으로 여긴 구매심리는 중고서점으로 이동했다. 여기에는 전체 생태계를 염두하지 않는 각자도생의 합리화 심리가 존재했다. 대형 중고서점은 기존 헌책방과 출판사 그리고 서점을 뒤흔들었다. 또한 독자들의 책에 대한 인식을 상품으로 고착화했으며 모럴헤저드를 조장했다. 그들은 도서정가제에 원인을 돌릴 뿐이었다.

납품입찰 자격요건 검증장치 뒀어야
또한 납품 입찰의 경우, 입찰의 자격 요건을 면밀하게 규정하는 노력이 필요했다. 예컨대 응찰자는 서점을 어느 정도 운영했어야 한다. 이는 자격 요건의 제한을 통해서 진입 장벽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대상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했다.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잠적하는 이들 때문에 피해를 고스란히 보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송인서적을 넘어 수많은 출판사들이다. 이 출판사들은 대개 작은 출판사 영세한 기업들이다. 상대적으로 큰 출판사들은 피해가 없다고 자부하고 있다. 선진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홍보할지도 모르겠다.

현금에서 배제된 작은 출판사들은 휴지조각이 된 어음만큼 돈을 토해내야 한다
그러나 송인 서적의 부도를 일으킨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요인은 바로 대형출판사들의 각자도생방식이다. 이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전체의 공존을 생각하지 않은 행태들을 말한다. 중간 도매상의 재정 흐름은 그만그만하다. 그러나 누군가 현금을 요구하면 유동성 흐름에 이상이 생긴다. 대형 출판사들은 다른 작은 출판사와 달리 언제나 현금만 요구하고, 중간 도매상의 상황을 봐주지 않는다. 중간 도매상은 빠져나간 현금을 벌충하기 위해 작은 출판사들에게 어음 발행을 남발했다. 물론 대형 출판사처럼 현금만 달라고 요구한들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것이 이미 오래 관행이 되었다. 그러나 경영자들도 잘못이다. 강자에게는 한없이 약했기 때문에 결국 시스템이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구조에서는 억울하면 대형 출판사, 베스트셀러가 많은 출판사가 되어야 한다. 결국 갈수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출판사들은 현금을 다 받아 넣었기 때문에 중간 도매상이 부도가 나도 손해 본 것이 없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큰 출판사들이 가져간 현금에서 배제된 작은 출판사들은 휴지조각이 된 어음 대신에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어음 액수에 해당하는 돈을 토해내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돈이 잘 들어오는 대형 출판사에 저자들은 몰려간다.

무엇보다 이런 중간 도매상이 무너지면 영업 노하우나 네트워크가 끊어진다. 작은 출판사들은 유통시킬 수 있는 마땅한 창구를 찾지 못한다. 특히, 지역 서점들의 경우 책을 공급받지 못한다. 이는 매출액이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책을 찾는 이들에게 원활하게 닿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직접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유통과 보관의 일원화를 했던 작은 서점들의 경우에는 당장에 책을 보관하는 것도 마땅치 않은 심각한 상황이다.

대형 온라인 서점이든 대형출판사이든 공동체적인 상생의지 중요
트렌드 분석가들은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대세인 듯이 말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트렌드이기 때문에 비판적 관점을 거세하기 일쑤이다. 그러나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각자 살기 위해서 행하는 무조건적인 태도가 다른 이들을 불행으로 빠뜨릴 수 있음을 외면했다. 트렌드 분석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면 그뿐이라는 생각은 출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도처에 있다. 그것이 만연해도 옳은 것은 아니다. 대형출판사가 현금만 챙기는 행위, 납품 입찰에서 대금을 가로채는 행위, 중고책방을 산업적으로 벌이는 행위 등은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하고 전체 공동체의 공존과 공생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대형 온라인 서점이든 대형출판사이든 같이 살아갈수 있는 공동체적인 상생의지가 중요하다. 각자도생의 시대라고 합리화할 일이 아니다.

삼성이 정유라에게 지불한 100억원 가운데 50억원을 가지면, 송인 서적이 살아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누군가에는 푼돈일 수 있는 돈이 출판업계에서는 수없이 많은 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소중한 돈이 된다. 이런 사회적 행위를 통해서 과오를 씻어낼 수 있다면 골든타인에 적기이다. 블랙리스트와 최순실 게이트에 정신이 없는 문화체육관광부에게 바랄 것이 더 없는 상황이니 더욱 그러하다. 만약 정책적 조치를 하려면 어음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부터 구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지금 당장보다 송인 서적의 부도는 2-3차의 부정적 효과를 낳게 할 것이니 다시 송인서적을 재건하고 경영진과 시스템을 교체하고 노하우와 네트워크 역량을 살리는 것이 출판 시장뿐만 아니라 문화 융성을 일으키는 초석일 것이다. 앞으로는 작은 출판사들이 같이 연대하여 유통망을 구축하는 노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점은 1인 출판사 시대와 맞물려 정부에서 경주해야 할 정책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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