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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to YOU-인터뷰] 이종오 이사장 “중산층 ‘흔들’에 민주주의 위기”


입력 2017.01.04 05:22 수정 2017.01.09 13:28        이선민 기자

"중산층, 자유민주주의로 도약하는 발받침"

누구나 노력하면 가능한 계층이동 유연성 복원

이종오 경제4대포럼 이사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종오 경제4대포럼 이사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종오 경제사회포럼 이사장 “중산층 ‘흔들’에 민주주의 위기”

한국은 1997년 IMF를 겪은 이후 꾸준히 중산층의 몰락을 경고 받았다. 이 가운데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대도시 229개 중 203개가 중산층 감소를 겪었다(미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센터)는 발표 등이 나오며 한국의 중산층 위기가 다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데일리안’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을 지낸 이종오 경제사회포럼 이사장을 만나 ‘대한민국 중산층의 안녕’에 대해 물었다.

트럼프·브렉시트…국수주의, 보수우경화의 상징

2017년을 맞이한 우리가 중산층의 붕괴를 다시 생각해보는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세계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전환기에 들어섰다”며 “금년의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이 상징하는 것은 전 세계가 보수·우경화되고 반세계화 추세가 강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세계화의 원인을 “세계화·정보화 시대에 미국과 유럽 두 대륙에서 사회적으로 양극화가 발생하고 중산층이 축소하고, 그러다보니 좌우 급진 정당이 늘어나고 온건파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한국에서도 그 중산층이 줄어들고 급진 정당이 힘을 얻는 현상이 빠르게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한국의 경제상황을 지적하며 앞으로 대우조선 등 대기업이 구조조정이나 청산작업에 들어가면 한국은 여태 우리가 경험해보지도 못한 대량 실업과 사회불안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에서 우리는 AI(조류인플루엔자) 정도도 컨트롤 할 사람이 없을 만큼 정치적 리더십이 완전히 부재하다”고 우려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영업자의 비율이 OECD 평균의 2배에 달하는 30%에 육박한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나라는 그리스, 터키, 멕시코뿐이다. 영국, 독일 등 대다수 선진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10% 수준, 덴마크 캐나다 미국은 한 자릿수 비율이다. 이렇게 병적인 경제상황에 기업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문제는 산업사회가 해체되는 속도가 정보사회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빨라 일어나는 일”이라며 “그 과도기 속에서 일부 남미 국가는 처참한 상황이다. 다만 한국은 아직까지는 괜찮으니 걱정은 괜찮을 때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산층, 자유민주주의로 도약하는 발받침

이 교수가 보는 중산층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기둥이다. 초기 산업사회에는 부르주아를 대변하는 정당과 프롤레타리아를 대변하는 정당이 격렬히 대립했다. 하지만 사회의 구성원이 튼튼하게 존재할 때 자유민주주의도 튼튼하게 유지된다. 빈곤한 다수와 부유한 소수의 양극화 사회에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그는 “소비가 늘어나면 일상생활에서 많은 자유를 요구하게 된다. 70년대에는 사적인 영역도 사회와 학교가 통제했지만, 산업화가 완성되면서 중산층이 팽창했다. 개인들은 자유주의적이고 개인주의적으로 변했다”며 “개인이 전체주의를 거부하고 문화적인 자유주의를 이루는 것. 이것이 결국 자유민주주의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화와 경제화에 성공한 권위주의적인 박정희·전두환 정부는 고도성장하는 사회와 함께 팽창한 중산층에 의해 민주사회의 뒤로 퇴장해야 했다”며 “역설적이지만 재미나게도 권위주의 정부의 고도성장 정책이 성공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산층의 위기…산업화, 민주화 했으면 복지 해야

이와 함께 이 교수는 현 정부의 패착도 언급했다. “21세기 한국 시민의 의식은 되돌릴 수 없게 다양화·자유화 됐다”고 말하며 “박근혜 정부가 7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폈다. 강력한 지도자가 국가의 목표를 위해 경제성장을 이끌어가는 분위기를 풍긴 것이 실수였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그를 잇고 있는 정치 세력들이 탈산업화 시대, 세계화 시대, 정보화 시대에 맞는 리더십이나 정치문화, 사회의 전망을 보여주는가 하는 질문에도 의문을 표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리더가 없다’ ‘지지할 정당이 없다’고 한탄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중산층이 몰락하는 시대의 해결책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마치 공식과 같이 산업사회와 민주사회를 이루었으면 이제는 복지사회로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이 걸어간 길을 한국이 예외적으로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60·70년대에는 밝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좀 참자는 말이 설득력 있었고, 80·90년대까지 우리 국민들은 고생하며 자식에 투자하는 삶을 살았다. 이제 2020년대를 앞두고 국민들은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됐다.

이 교수는 “나라는 부강해졌다고 하는데 삶의 질이 제자리걸음이면 저항이 일어난다”며 “현재 힘겹게 살고 있는 국민이 불안해 하는 미래에 대해 답하지 못하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 민주주의가 흔들린다”고 우려했다.

노동시장, 부동산, 공공예산 개혁 필수

“중산층이 정치적·사회적으로 중심이 되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 중산층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중산층 안정을 위해서는 소득과 자산의 안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부가 △일자리 △부동산 △공공부문 등 3가지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자리 개혁에 있어서는 유럽 사례를 언급하며 ‘뉴 노멀(경기 침체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이 여의치 않으니 유럽은 일자리 나누기 정책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일자리 수를 늘렸다”며 “이로 인한 부작용은 복지정책과 재분배로 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한국 사회는 계급 관계가 재생성되고 사회가 계층 이동의 유연성을 상실하고 있다”며 “획일적으로 분배해서는 안 되지만, 누구나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사회는 만들어져야한다. 그를 위해서는 교육이나 생활기반시설의 공공화가 필요하다. 다시 계급사회로 봉건사회로 역행하려는 조짐을 막기 위한 수단은 복지사회로의 전환”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정책은 싱가포르를 예로 들었다. 싱가포르는 주택보급률이 110%가 넘는 도시국가로 국민의 82% 이상이 정부가 공급한 아파트에 거주해 내 집 마련 걱정이 없다. 싱가포르 주택개발청의 목표는 싱가포르 국민 누구나 구입할 수 있는 가격의 집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권위주의적인 정책이긴 하지만, 싱가포르 정부는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그 소유를 대가로 불로소득을 얻는 것은 방지한다”며 “우리나라 역대 정부 중 부동산 안정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정부가 없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제는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이 문제의 해결이 사회의 양극화 완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공공부문의 개혁 여지가 무궁무진하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 정부와 공공단체가 합리적으로 운영한다면……. 자의적인 해석이지만, 예산을 30%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예산낭비가 엄청나다. 국민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공공부문에는 불필요한 낭비가 무한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부처에 장관, 차관의 차 그리고 공공이 함께 쓰는 차 등 업무용 몇대를 제외하고는 기사 딸린 승용차도 다 없애도 된다고 본다”고 일갈하며 “정말로 공공기관을 개혁하고 합리적으로 예산을 사용한다면 ‘증세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일침했다.

노·사·정 불신 타파 위해 지도집단의 개선 필요

노동시장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와 기업 그리고 정부가 합의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원인으로 이 교수는 ‘불신’을 꼽았다. 그러면서 최근 최순실 게이트를 언급했다.

그는 “최순실 사태를 보자. 대기업들이 정유라라는 사람 한 명을 위해 몇 백억을 움직였다. 일평생을 넘어 자자손손 만져도 보지 못할 금액을. 분노하지 않겠느냐”며 “이것이 한국 재벌의 도덕성이나 공정성에 치명적인 불신을 만들었다. 동시에 기업에서도 노조에 대한 불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뿌리깊은 불신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도적 집단이 개혁과 합리화의 물꼬를 터 나가고. 위에서부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해법을 내놨다.

끝으로 이 교수는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에게 조금 뒤질지 몰라도 사회의 발랄성이나 문화의 다이나믹함은 부족하지 않다”며 “국회나 노사가 싸움만한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우리 고유의 굉장한 장점인 열정에 의해 무슨 일을 내도 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보자”고 당부했다.

이선민 기자 (yeats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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