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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위해선 헌법 개정해야 하나?


입력 2016.12.23 18:24 수정 2016.12.23 21:18        이슬기 기자

선거법 개정…헌법에 명시적 '금지' 문구 없기 때문

중론은 헌법 개정…현행 '상대다수대표제' 기본틀 변경

내년도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 '결선투표제 도입'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내년도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 '결선투표제 도입'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조기대선과 4당 체제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통령 결선투표제'가 여의도 선거판의 화두로 다시 떠올랐다. 일단 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해선 여야 대선 후보 및 정파 간 이견이 거의 없다. 문제는 '언제 도입하느냐' 여부인데, 이는 곧 헌법 개정 혹은 선거법 개정 문제로 수렴된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는 1차 투표에서 1등을 한 후보가 과반의 유효표를 받지 못할 경우, 1·2등(규정상 '복수'이지만 보통 2위까지)이 다시 2차로 투표를 치러 최다득표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1차 투표에서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군소 후보의 정책 및 공약도 충분히 고려해 소신 투표를 할 수 있고, 2차 투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후보 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최근처럼 국회 안팎의 현안으로 정계개편이 현실화된 상황에선 군소 후보군을 중심으로 결선투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단 한 번의 투표로 지지율 1위 후보와 겨뤄야 하는 기존의 방식보다는 2차전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제3·제4지대와의 연합설이 회자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지난 22일 공개석상에서 결선투표제 도입 이슈를 띄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현행 헌법 제67조에는 △대통령은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에 의하여 선출 △최고득표자가 2인 이상일 때 국회의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가 당선 △대통령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 불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즉, 투표는 1차로 종결되며 이 때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자가 선출되는 방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최다득표자가 과반의 표를 얻지 못할 경우에 대한 조항 자체가 전혀 없다. 결선투표제를 시행하기 위해선 관련 조항을 ‘신설’해야 하므로 헌법 개정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제67조 5항에 따르면, 대통령의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정치권은 물론 학계의 이견이 갈리는 곳도 이 지점이다. 헌법에 관련 조항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 이는 헌법을 개정해야 할 사항이다. 헌법 제128조에 따라, 개헌을 하려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며, 국회가 의결한 뒤 30일 이내 국민투표에 붙인다. 이때 국회의원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 및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은 뒤, 즉시 공포한다.

반면 제67조 5항에 방점을 찍을 경우엔 법률 개정, 즉 공직선거법 개정만으로 실현이 가능케 된다. 헌법에 결선투표를 금지한 명시적 문구가 없기 때문에, 국회의 합의에 따라 법률을 고치면 될 일이라는 논리다. 선거법 개정은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통과될 수 있는 사안이다.

현재 국민의당은 이러한 논리에 따라 2017년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했는데, 대표적으로 김종철 연세대 교수 등의 해석에 근거를 두고 있다. 김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헌법에 대선 결선투표를 금지한다는 명시적인 조항이 없다. 선거법 개정을 통한 결선투표도 하나의 방편으로 검토해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국민의당은 헌법 개정 사항이 아니라는 명확한 법적 근거 대신, 지난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안했던 선례를 근거로 전면에 내걸고 "참여정부가 이미 주장했던 내용"이라는 논리에 무게를 싣고 있다.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23일 ‘법률 개정만으로 가능하다는 주장은 헌법 67조 5항에 따른 것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종철 교수 등 여러 헌법학자들에게 들은 내용을 논평으로 소개한 것”이라며 “2007년 7월에 노무현 대통령이 결선투표제를 제안할 때, 청와대에서 법적 검토를 해서 메시지를 던졌다. 그 때 이건 개헌 사항이 아니니 법 개정부터 하자고 했다”고 답했다.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의원총회 후 브리핑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7월 제헌절 경축사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안했지만, 당시 개헌이 무산되었다"면서 "그런데 결선투표제는 개헌사항 아니란 것이 당시 다수 헌법학자 견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헌법에 반영되지 않은 내용을 새로 추가하기 위해선 개헌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와 정가의 중론이다. 특히 헌법의 기본 정신은 과반 득표 여부와 상관없이 1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상대다수대표제’ 논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데 방점이 찍힌다. 상대 후보보다 단 한 표만 더 받아도 당선된다는 것이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헌법 규정상 복수 후보의 득표수가 똑같을 때는 국회에서 결정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과반이 안될 경우'에 결선 투표를 한다는 것은 엄격히 해석해서 허용이 안된다. 또 결선투표에 대한 관련 규정 자체가 헌법에 없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상대다수대표제'에 따라 "결선투표제로 바꾸려면 기본 틀 자체가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헌법 개정으로 봐야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결선투표제를 실시하는 외국에는 ‘결선투표제로 뽑는다’는 내용이 헌법에 적혀있다. 우리는 헌법에 그러한 제도가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결선투표를 안 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대표제 형식은 ‘상대다수대표제’이기 때문에 노태우 전 대통령도 불과 몇 만 표 더 받고 대통령으로 인정받았다. 법 적용에 일관성이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결선투표제는 ‘상대다수대표제’와 선거 정신 자체가 다르다. 과반 이상을 얻는 사람이 당선되는 ‘절대다수대표제가 되는 것”이라며 “각 나라마다 몇 프로 이상을 받아야 1차 투표에서 당선이 인정되는지 명시적으로 헌법에 규정돼있다. 67조 5항은 부수적인 부분을 고칠 때 법 개정으로 가능하다는 것이지, 이렇게 선거 정신 자체가 다른 제도를 시행하는 문제는 당연히 헌법 개정을 거쳐야 하는 문제라는 게 다수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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