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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층간소음 최소화' 건축음향 전문가를 아시나요


입력 2016.12.20 07:33 수정 2018.01.11 00:14        박민 기자

[인터뷰]아파트에 '사운드 디자인' 첫 도입한 이병권 대림산업 연구원

"호텔처럼 층간소음 줄이기 위해 천장 마감재 없애는 디자인 개발"

대림산업 기술개발원 스마트·에코팀 이병권 책임연구원. 대림산업 기술개발원 스마트·에코팀 이병권 책임연구원.

“소리는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어요. 좋은 소리로 일컫는 ‘음향’이 있고 나쁜 소리, 즉 원치 않는 소리인 ‘소음’이 있습니다. 이처럼 건물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연구하는게 제 분야입니다. 건축음향(아크텍처럴 어쿠스틱·architectural acoustic)이라고도 합니다. 콘서트홀에서 듣는 것처럼 음향은 더 좋게 들리게 만들고, 층간소음처럼 나쁜소리는 최대한 억제하는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거죠. 이런 기술개발을 통해 궁긍적으로 아파트를 살아있게끔 하고 싶거든요.”

최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대림산업 기술개발원에서 만난 이병권(38) 책임연구원은 대림산업의 건축음향 기술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타 건설사들보다 선제적으로 이 분야를 연구해 왔으며, 이를 통해 대림의 특화설계인 ‘오렌지로비’ ,‘고차음 3중 경량벽체(세대간 벽)’, ‘1등급 바닥충격음 완충재’ 등을 개발해 실제 단지에 적용해 왔다. 최근에는 건설사 최초로 아파트 세대내에 ‘사운드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병권 연구원은 “어떤 아파트나 세대 내 도어락이나 인터폰, 동출입구 로비폰 등은 벨소리나, 알림음이나 버튼음이 다 비슷하잖아요. 그걸 바꿔보고 싶었어요. 보통 프리미엄 차량들은 제조사에 따라 엔진음도 다 다르잖아요. 그것처럼 다른 아파트들과는 차별화를 두고 싶더라고요. ‘e편한세상’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를 세대내에 입히고 싶어서 사운드 디자인 개발을 하게 된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건설사 최초 아파트에 '사운드 디자인' 도입

사운드 디자인이란 제품이나 기기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브랜드 및 제품 특성에 맞게 선별, 제작하고 이를 재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림산업은 우선 1단계로 동출입구 로비폰, 도어락 알림음, 엘리베이터 버튼음 등의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된 음향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달 분양을 앞두고 있는 ‘e편한세상 춘천 한숲시티’에 첫 적용하고 향후 분양단지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2단계로 디자인 영역도 사물의 소리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이 연구원은 말했다. “1단계는 스피커에서 나는 기기음이 위주였지만 향후에는 현관문이나 방문 등이 닫힐때 나는 사물의 소리에 대해서도 사운드를 디자인할 계획입니다. 고급세단과 경차를 비교해봐도 차문이 닫힐 때 느낌과 소리가 다르잖아요. 그것처럼 ‘e편한세상’ 아파트 현관문에 들어설 때 마치 호텔에 들어온 것처럼 중후하고 안정감 있게 닫히는 그런 소리들을 말이죠.”

지난 2003년 대림산업에 입사한 이병권 연구원은 기술개발원 내 스마트·에코팀에서 건물의 소음 및 진동에 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1980년에 업계 최초로 설립된 기술개발원은 현재 5개 분야 △건축 △토목 △특수교량 △환경에너지 △스마트·에코 분야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총원 75명으로 석사 출신 43명, 박사 출신 19명, 기술사 9명 등으로 구성된 대림의 씽크탱크로 불리는 곳이다.

이 연구원은 “소리는 마치 당구공처럼 움직임이 똑같아요. 무엇인가에 부딪혀서 나오는 입사각과 반사각이 늘 일정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를 세세하게 계산한 설계가 필요해요. 대림이 특화설계한 ‘오렌지로비’도 이를 잘 대변하는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1층 엘리베이터 대기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서 조금만 대화하면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가 크잖아요. 그럼 그게 옆 집에 고스란히 전달되는데 그러한 소음을 피해 아파트 공동 현관과 1층 세대 입구를 분리한 것도 소리를 고려한 설계가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대림산업 기술개발원 사무실 전경.ⓒ데일리안 박민 기자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 대림산업 기술개발원 사무실 전경.ⓒ데일리안 박민 기자

음향 개발이 층간소음 연구기술로 이어져

대림산업은 보통의 건설사들이 주로 하는 소음차단 기술뿐 아니라 소리를 더 좋게 들리게 하는 음향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겉모습은 일반방과 비슷하지만 고차음(소리차단), 고방진(진동차단)의 성능을 가진 음향실에 준하는 방을 연구개발한 바 있다. 다만 실제 시장에서 원하는 수요가 많지 않아 결국 상용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때 그 연구기술이 현재의 층간소음 세대간 소음 등을 줄이는 기술개발의 기반이 됐다.

이 연구원은 “아파트 세대 내에서 악기를 연주한다든지 영화를 크게 틀어놓고 보고 싶어하는 수요가 있을꺼라 생각하고, 음향실 같은 방을 연구개발한적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바닥과 천장은 고방진 제품으로, 벽체도 고차음 제품을 계속 연구개발하면서 실제 구현에 성공했죠. 그 기술이 현재 아파트 층간소음 차단을 위해 쓰이는 고차음, 고방진 제품의 기반이 됐습니다.”라며 당시를 회자했다.

실제 대림의 ‘고방진 바닥충격음 완충재’는 지난 2007년에 건설사 최초로 1등급 층간소음 특허기술을 받을 정도로 성능이 우수한 편이다. 이후에도 계속 기술보완이 이뤄져 현재 12차 버전을 쓰고 있다. 또한 고방진 바닥 완충재를 개발하며 바닥 시공 방식도 종전 ‘습식’에서 ‘반건식’으로 바뀐 일대 획을 그었다.

바닥 시공은 물의 사용여부에 따라 습식, 반건식, 완전건식 등으로 나뉜다. 대림은 60mm의 고성능 완충재를 사용하고 그 위에 마감 몰타르를 덧씌우는 기법으로 물의 사용을 기존 2번에서 1번으로 줄여 ‘반건식’이라는 용어를 업계 최초로 만든 바 있다. 특히 대림은 내년부터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완전건식’ 연구개발을 착수해 2018년 안으로 개발할 계획을 갖고있다.

이 연구원은 “바닥시공의 완전건식은 물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아서 시공기간도 줄어들고 일정한 품질을 생산해 내는 장점이 있거든요. 쉽게 설명하자면 노트북을 생산할 때 건식화방식로 만들었으니까 똑같은 제품이 빨리 생산되는 것이지, 만약 도자기 빚듯 생산하면 모양이 제각각 다르고 시간도 훨씬 많이 소요됐을 겁니다. 바닥 시공도 마찬가지에요. 향후 몇년 안에 모든 건설사들이 건식 시공을 개발해 표준화되고 좀 더 품질 좋은 시공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층간소음 줄이기 위해 천장 마감재 없앤다

대림은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아예 천장 마감재를 없애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중이다. 이는 마치 천정고가 높은 카페에서 밖으로 노출된 콘크리트처럼 천장에 석고보드의 마감재를 사용하지 않는 디자인이다. 현재 바닥 콘크리스 슬래브 아래에 경량철골을 대고 천장 석고보드 면을 시공하는데, 이때 이 사이에는 약 200mm의 공간이 생겨난다. 이 공간이 소음의 울림통 역할을 하며 소음을 더 증폭시키고 있지만 인테리어 측면상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연구원은 “호텔에 가면 방문에서 침실 안쪽까지는 천정고가 낮지만 상대적으로 침실쪽은 천정고가 확 높게 올라간 것을 본 적 있을 것입니다. 그게 바로 천장을 없앤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면 상상이 될겁니다. 보통 아이들이 거실에서 뛰니까 거실의 천장면을 없애고, 스프링클러만 측면으로 둘러서 설치하고, 나머지 시스템에어컨이나 배관 등은 주방쪽으로 빼는 것이지요. 그럼 소음도 기존보다 약 2db정도 낮아지고, 종전 2300~2400mm의 천정고도 2700mm정도로 확 높아져 개방감도 극대화될 장점이 있을 것입니다.”라고 자부했다.

이러한 독창적인 연구개발이 가능한 건 대림만의 협업시스템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연구 따로, 기술 개발 따로, 현장 따로 움직이는게 아니라 최초 연구과정에서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 개발하는 시스템”이라면서 “현재 자동차에서 사용되는 여러 기술들을 아파트에도 담기 위해 기술개발원, 건축설계팀. 현장CM팀, 디자인 팀이 함께 논의하며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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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 기자 (myparkmi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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