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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당칼럼]글로벌 경제 불황,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입력 2016.12.18 05:02 수정 2016.12.18 05:04        데스크 기자

<호호당의 세상읽기>사나워지고 거칠어져가는 글로벌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건물들이 높게 들어서 있다. ⓒ데일리안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건물들이 높게 들어서 있다. ⓒ데일리안

2008년 미국 금융위기는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통해 일단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위기에서 벗어났다면 글로벌 경제는 또 다시 예전과 같은 좋은 시절로 돌아가야 할 것이 아닌가? 설령 예전만큼은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쯤이면 어느 정도 활력을 회복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지금의 상황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2008년 이후 지금까지 글로벌 경제는 무려 만 7년 이상에 걸쳐 성장률 저하와 교역 감소, 높은 실업률로 인한 장기 불황을 겪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차 좋아지리라는 전망도 현재로선 그다지 감지되지 않는다.

지금의 모든 문제는 하나로 귀결이 된다. 신규 투자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지극히 저렴한 마당이니 여기저기에서 새로운 투자가 왕성하게 이루어질 법도 하건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금리가 저렴하다는 것은 투자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서 투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 된다. 이는 거꾸로 말해서 지금의 상황은 마땅히 투자할 대상이나 투자처가 잘 보이지가 않기 때문이라 봐야 할 것이다.

투자란 것은 기본적으로 금리부담을 제하고 남을 것이 있다고 판단될 때 이루어진다. 가령 투자이익이 5%로 예상되는데 금리가 3%라 하면 2%의 수익이 예상된다, 이럴 때 투자가 이루어진다.

투자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로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장차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이다. 지금 투자수익률이 5% 정도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가 지금은 3%이지만 장차 5%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면 그 투자는 보류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글로벌 전체적으로 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당연히 이 두 가지 경우가 모두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투자란 것은 기본적으로 장기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전 미국 연준(Fed)의 기준금리는 대략 4% 수준이었다. 지금에 비하면 대단히 높은 수준이었음에도 글로벌 경제는 왕성하게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를 했음에도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글로벌 경제에 도대체 어떤 변화가 생겨났기에 이처럼 삽시간에 변한 것일까?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미 벌써 7년 이상이나 세월이 흘렀다면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경제를 심리만으로 설명하기엔 역시 미흡한 점이 있다.

또 하나의 설명은 금융 위기 이전 글로벌 경기가 장기간에 걸쳐 줄곧 좋았던 상황이라 미래를 낙관한 투자자들의 선제 투자 내지는 과잉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로선 당분간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지금은 과잉투자에 대한 조정 기간으로서의 글로벌 불황이라는 것이다. 이게 훨씬 더 개연성이 높은 설명이라 본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철강 분야를 살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2000년의 경우 글로벌 철강 생산은 8억 5000만 톤이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랐다. 특히 맹렬히 성장하고 있던 당시 중국의 경우 장차 수요가 지속적으로 많아질 것으로 보고 생산량을 급속히 늘려왔다.

2000년 중국의 철강 생산은 1억 3000만 톤이 채 되지 않았지만 2015년이 되자 무려 8억 2000만 톤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 사이에 6.3배나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글로벌 전체적으로 철강의 과잉공급 상태가 만들어졌다. 2000년 글로벌 생산은 8억 5000만 톤이었는데 중국의 급속한 생산증가 때문에 2014년엔 16억 7000만 톤으로 거의 2배나 늘어난 셈이고 그 바람에 글로벌 전체적으로 공급과잉이 되었다.

과잉 상태가 되었다면 장차 수요가 더 많아져서 해결되든지 그게 아니라면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아시다시피 수요는 늘어나기는커녕 심지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감축이 정답이다. 그러나 각 나라의 모든 철강업체가 신사적으로 감축에 합의하긴 어려우니 결과는 치킨 게임이고 보호무역과 덤핑 판정 등의 일이 일어나고 있다.

결국 지금의 문제는 미래를 낙관한 과잉투자가 있었다는 것으로 귀결이 난다. 흔히 하는 말로 글로벌 경제가 '오버'를 했던 셈이다.

'오버'하던 글로벌 경제 때문에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인지 혹은 별개의 문제인지는 현 시점에서 그 인과관계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어쨌든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그 이전까지의 흐름이 결국 '오버'였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따라서 금융위기 이전에 발생했던 과잉투자로 인해 생겨난 글로벌 스케일의 거품들을 감축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 오늘날 글로벌 경제의 실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시점부터의 흐름을 거품에 속한다고 보아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대두된다.

이에 대해 나 호호당은 1995년이 그 시점이었다고 판단한다. 그렇기에 그로부터 6년이 흘러 2001년 미국 경제가 급격히 어려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라 본다. (6년의 기간은 사물의 모순이 드러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글로벌 경제의 거품을 촉진했던 요인은 중국 경제의 급속한 성장이었다.

중국 경제는 2001년 WTO 가입을 계기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연출했고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 전체에 엄청나고도 막대한 假需要(가수요)를 촉발시켰다. 중국에 투자된 자본이 막대한 이윤과 함께 되돌아왔고 그리하여 더 많은 투자가 중국으로 재유입된 것은 물론이고 나머지 글로벌 경제 전체에 걸쳐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저렴한 공산품은 글로벌 경제에 대해 인플레이션을 억지하는 효과를 낳았고 여기에 2001년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하 조치로 인해 쉬운 대출(easy credit) 풍조가 만연했고 그로 인해 글로벌 경제 전체에 막대하고도 과다한 돈이 공급되었다.

오늘날의 글로벌 장기 불황은 결국 미국 연준의 부적절한 금리 운용과 중국의 폭발적인 성장이 불러일으킨 가수요와 과다 투자 때문이었다는 것이 나 호호당의 생각이다.

사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등은 2000년대 내내 이미 과다 부채와 유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지만 미국과 중국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화려한 거품 경기에 가려져 있었다고 봐야 하겠다.

그랬던 것이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모든 실상이 드러났다. 유동성 위기라 할 수 있는 금융위기 자체는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인해 어렵지 않게 극복이 되었지만 사실 그 이전에 생겨난 문제점들은 그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금융위기 이후 경기를 부양하는 과정에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겨났다. 바로 지나치게 오랫동안 이어진 양적완화가 그것이었다. 양적완화는 경제의 구조조정과 과잉생산에 대한 감축 조정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그만 둔 것은 2014년 말이었고 유로존의 경우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역시 수년 전부터 경기가 어려워지자 막대한 통화를 공급함으로써 인위적인 경기부양을 하고 있으며 우리 또한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가계부채를 엄청나게 늘려놓았으며 좀비기업들을 연명해가고 있다.

이처럼 장기에 걸쳐 지속된 양적완화 혹은 과다한 통화공급은 엄청난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미 정리되었어야 할 여러 문제점들이 지금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전체에 걸쳐 이미 정리되었어야 할 좀비기업들이 여전히 남아서 경제 전체의 효율성과 새로운 혁신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바람에 이상한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명목상의 숫자 즉 GDP는 여전히 플러스 (+)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오늘날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정책과 중앙정부의 재정정책으로 인한 억지 경기부양 때문이며 그 바람에 적어도 수치상으로 드러나는 디플레이션은 존재하지 않는다.(고전적 의미의 디플레이션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은 대단한 불황이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이며 그로 인한 부담과 피해는 주로 경제적 약자들과 청년층에게 전가되고 있다. 청년 백수현상은 '헬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란 얘기이다.

지금 상황의 본질은 글로벌 치킨 게임이라 하겠다. 서로마다 양적완화를 통해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견뎌보겠다는 것이니 그렇다.

그런데 좀처럼 상대가 무너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점점 더 사나워지고 거칠어져가고 있다. 나라 간에 계층 간에 세대 간에 싸움 또한 점점 더 거칠고 드세게 벌어지고 있다. 어떤 면에서 이 싸움은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기에 호호당 생각하기로 이 싸움은 내년부터 본격화되어 장차 한 10년 정도 이어져야만 대충 윤곽이 드러나고 또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왜 내년부터 본격화된다고 하는가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하긴 그렇지만 일단 이제 금리인상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라 답하겠다. 며칠 전 애매모호 화법의 옐런이 연준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다. 뿐만 아니라 내년엔 무려 3차례나 금리인상이 가능할 수 있다고 강경한 발언까지 했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www.hohodang.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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