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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책임감·무게감 털어버리고 싶어"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 맡아 스크린 컴백
"뼛속까지 나쁜 악역, 설득당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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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6-12-1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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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sjboo71@dailian.co.kr)
▲ 배우 이병헌은 영화 '마스터'에서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 역을 맡았다.ⓒCJ엔터테인먼트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 맡아 스크린 컴백
"뼛속까지 나쁜 악역, 설득당해야 했다"


배우 이병헌(46)은 지난해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로 각종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그만큼 안상구 캐릭터는 큰 사랑을 받았고 안상구를 연기한 이병헌은 오래 잊지 못할 연기를 펼쳤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배우 활동을 한 이병헌이 이번엔 희대의 사기꾼으로 돌아왔다. 21일 개봉을 앞둔 영화 '마스터'(감독 조의석)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와 희대의 사기범, 그리고 그의 브레인 등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물이다.

1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이병헌에게 '내부자들'로 받은 많은 상을 언급하자 "배우 생활을 하면서 가장 큰 선물이자 보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짜릿한 기쁨의 순간인 상은 무게감과 부담감, 책임감을 동반한다

이병헌은 "올해는 '내부자들'로 보냈다"고 웃은 뒤 "(상을 많이 받아서 생기는) 부담감, 책임감, 무게감에 짓눌리고 싶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병헌이 극 중 맡은 진현필은 화려한 언변, 사람을 현혹하는 재능, 정관계를 넘나드는 인맥을 무기로 수만 명을 상대로 사기를 친다. 돈과 권력을 쥔 그는 사회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수가 틀리기라도 하면 살벌한 짓을 저지른다.

이번에도 이병헌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다. 사기꾼 캐릭터를 능수능란하게 연기해 얄미울 정도다. 이병헌은 강동원, 김우빈 사이에서 극의 중심을 잡는다.

▲ 영화 '마스터'에서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 역을 맡은 이병헌은 "악역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CJ엔터테인먼트

뼛속까지 '나쁜 놈'을 연기한 그는 "기상천외한 인물을 따라가는 맛이 있는 캐릭터"라며 "'내부자들' 속 안상구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한 반면 진현필은 사기를 치려고 일부러 변화를 주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상대방에 따라 변하는 인물이죠. 일반 사람들 앞에서는 모든 걸 다해줄 것 같은 '신' 같은 사람이지만 식구들 앞에선 무섭고, 또 어떤 사람들에서는 착하고요. 상황과 상대에 따라 바뀌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는 또 "'광해, 왕의 된 남자'와 '내부자들'하면 떠오르는 명장면이 있다. 이번 '마스터'는 그런 장면이 없다고 해도 진현필이 계속 변해가는 모습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는 영화"라고 관전 포인트를 소개했다.

이병헌은 '내부자들' 안상구를 '여우 같은 곰'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진현필을 한마디로 요약해달라는 질문이 날아왔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이내 '메두사 같은 뱀'이라는 답을 들려줬다.

이병헌은 제작보고회 당시 "명분이 없는 악역이라 캐릭터에 설득당하려고 노력했고 억지로라도 이해하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죠. 생각의 구조가 상식적이지 않은 캐릭터예요. 사람은 누구나 잘못을 하면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할 방법을 연기하는데 진현필도 그래요.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은...글쎄요. 하는 건지 안 하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는 인물이죠."

배우는 악역을 살아있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병헌 스스로가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진현필이 악역이라도 빛나는 건 그의 캐릭터 이해력과 출중한 연기력 덕이다. "진현필은 야비하고 몹쓸 인간인데 몇몇 장면을 통해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 영화 '마스터'에서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 역을 맡은 이병헌은 "진현필이 계속 변하는 모습을 따라가면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CJ엔터테인먼트

스스로를 '신'이라고 생각한 진현필도 막판에 가선 감정의 흔들림을 보인다. 배우는 "승승장구하던 그에게도 위기는 닥칠 수 있고 끝까지 센 척하지만 막다른 골목에서 떨리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병헌은 캐릭터를 위해 흰머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다들 잘 어울린다고 했어요. '웃픈'(웃기고+슬프다) 상황이지요. 허허."

팔색조 캐릭터 때문에 의상에도 신경 썼다. 화려하면서도 후줄근하고, 또 이국적인 분위기를 내는 의상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필리핀 영어도 맛깔스럽게 구사했다. 그는 "제 아이디어로 그렇게 했는데 너무 제 자랑만 하는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후배가 필리핀에서 일할 때 필리핀 영어를 하더라고요. 진현필이 필리핀에서 사기를 치면 필리핀 영어를 구사할 듯했죠. 그래야 친근감을 주고 호감을 사니까. 진현필은 변신의 귀재이니깐 '필리핀 영어, 이쯤이야'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함께 호흡 맞춘 필리핀 배우들에게 발음과 억양을 점검받으며 필리핀식 영어를 소화했습니다."

'마스터'는 영화가 끝난 후 나오는 쿠키 영상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 영상은 이병헌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진현필이 망가지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했어요. 원래는 오달수 씨랑 티격태격하다가 카메라가 다가오는 장면으로 끝나는 거였는데 제가 생각한 대사를 넣고 극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병헌은 어떤 역할이든 맞춤옷을 입은 듯 매끈하게 연기한다. 이병헌에게 '연기력'을 논하는 건 이젠 의미 없는 일이다.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단 그의 연기 비결이 궁금해졌다. "촬영장에서 캐릭터를 놓치지 않아요. 머릿속에 넣어서 항상 생각하곤 하죠. 너무 무겁거나 진지하게 하는 건 아니고 재밌어서 할 뿐이에요."

▲ 영화 '마스터'에 출연한 이병헌은 "'내부자들'로 많은 상을 받았다"며 "상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CJ엔터테인먼트

그러면서 그는 "내가 다른 배우들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상황에 들어가다 보면 캐릭터에 빠지는 게 쉬울 때도, 어려울 때도 있어요. '마스터'나 '내부자들'은 현대물이라 비교적 쉬웠는데 '악마를 보았다'나 지금 촬영 중인 '남한산성'은 좀 힘들죠. 무거운 분위기가 상황을 생각하고 촬영장에 갑니다. 몰입한 캐릭터로부터 빠져나오는 건 쉬운 편이에요. 근데 '내부자들' 찍고 나서는 사투리가 계속 나오더라고요. 하하."

후배 강동원, 김우빈과의 호흡도 화제였다.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이라는 톱스타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스터'는 연말 기대작으로 꼽힌다. 그는 "강동원, 김우빈을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봤는데 캐스팅 얘기가 들렸을 때 기대했다"고 말했다. "자기 맡은 부분만 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두 배우는 그렇지 않았어요. 순발력도 좋고 융통성도 있고요. 현장에서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대사를 바꿔도 잘 맞춰주더라고요. 동원 씨는 등장 자체만으로 여자 스태프들이 행복해했고 우빈 씨는 재롱둥이였죠. 저는 아재고요(웃음)."

영화의 상영시간은 총 143분으로 다소 길다. 이병헌은 "나도 걱정이 되는 부분"이라며 "무대 인사할 때 관객들에게 미리 얘기해야겠다"고 웃었다.

극 초반 진현필은 많은 사람 앞에 나서며 유려한 말로 그들을 속인다. 실제 이병헌은 어떤 성격일까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어렸을 적 저는 교탁 앞에 서는 것도 두려워했던 아이였지요. 앞에 나가서 말도 잘 못 해서 혼자 자책하고 앞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농담 던지기를 선호했죠. 시상식 무대에 설 때 제 안에서는 전쟁이 납니다. '내부자들'에서 친해진 조승우 씨에게 대단하다고 했어요. 무대 위에서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죠."

▲ 배우 이병헌은 영화 '마스터'에서 희대의 사기꾼 진현필 역을 맡아 강동원, 김우빈과 호흡했다.ⓒCJ엔터테인먼트

이병헌은 조승우와의 친분 덕에 조승우가 출연한 뮤지컬을 섭렵했다. 좋아하지 않았던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조승우 때문이다. "승우 씨는 저한테 '형, 카메라 앞에서 안 떨려?' 그랬어요. 서로 반대 성향인 거죠. 배우들끼리도 서로 익숙한 곳이 따로 있는 듯해요."

이병헌은 '지.아이.조 2'(2013), '레드: 더 레전드'(2013),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 '미스 컨덕트'(2016), '매그니피센트 7'(2016) 등을 거쳐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월 열린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한국인 배우로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 무대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두 편의 할리우드 작품 시나리오를 보고 있는데 출연 확정은 안 했다"며 "시나리오를 고르는 입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이뤄져서 좋다. 많은 작품 중에 고르는 건 아니지만 시나리오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입지에 올라섰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다"고 했다.

'매그니피센트7'은 미국에선 큰 호응을 얻은 것과 달린 국내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는 "'황야의 7인'이라는 제목으로 했으면 더 좋았을 뻔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마스터' 속 진현필은 돈의 신이 되고 싶은 캐릭터다. 2조라는 큰돈을 갖고서도 또 사기를 치려고 한다. 실제 2조가 생기다면 배우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글쎄요. 너무 큰 돈이라 상상해본 적도 없어요. 제 꿈을 이루는 데 쓰겠지만 여러 방법으로 나누지 않을까요?"[데일리안 = 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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