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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사의 비밀준수 의무와 공익신고자의 한끗 차이


입력 2016.12.14 06:58 수정 2016.12.14 06:58        데스크 (desk@dailian.co.kr)

<류여해의 명명백백>어디까지가 공익을 위한 건지

대통령이 지켰어야 하는 법 우리 모두도 지켜야

청와대 전경.ⓒ연합뉴스 청와대 전경.ⓒ연합뉴스

이 글을 시작하면서 법과 도덕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법의 역할이 어디까지이며 법과 도덕 어떤 것이 더 우선순위에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개인의 보호와 공익 사이에서 무엇이 존중되어야 하는지까지 해결되지 않는 고민에 빠졌다. 법은 결국 철학과 연결이 되며 그것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풀리지 않을 숙제란 것도 깨닫게 되었다.

몇 년이 흘렀지만 채동욱이란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집에서 일을 하던 가정부의 증언으로 세상에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호위무사를 자청하던 후배검사들도 이제는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지만 세상에 모든 사람들은 채동욱과 그의 아들이란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사실이 무엇인지는 나도 모른다. 친자검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나 우리는 그저 떠다니는 이야기처럼 언젠가 채동욱의 이야기라며 기억할 것이다. 그와 그 가족에 관한 배려는 전혀 없이 방송에서는 모든 게 공개되었고 개인의 사생활 또는 인권 등에 대한 배려는 없었지만 국민들의 알권리라는 이름 뒤로 모든 게 용서되었다.

세월호라는 아픈 사건도 떠오른다. 며칠을 울면서 구조만을 간절히 바라던 날들 속에는 국민들의 공적이 한 명 있었다. 유병언. 그는 도주했고 몇 명인지 알 수 없는 경찰병력이 그를 뒤쫓았다. 산을 뒤지고 포위하고 도망가는 자를 뒤쫓는 경찰을 바라보면서 국민들은 왜 핸드폰 위치추적이 안되는지 답답해했다. 그뿐만 아니라 위치추적이 되도록 제도화하자고 여기저기 원성이 나왔다. 가족이 실종이 되어서 핸드폰을 위치추적하려고 해도 우리 법은 개인정보보호법 그리고 인권 등의 이유로 생각보다 위치추적이 쉽지가 않다.

유병언과 그의 가족들은 그렇게 또다시 기억속에서 잊혀져 갔다. 누구도 그뒤로 유섬나가 한국에 왔다는 기사를 보지를 못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크다. 그 당시에 위치추적만 되었다면.... 법은 언제나 그렇게 답답하리만큼 냉정했다.

청와대 조리장의 증언이 나왔다. 미용사의 증언도 나왔다. 이제 또 어떤 이가 자신만이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할지 모른다. 세상엔 나만 아는 은밀한 이야기는 맹점이 있다. 누구도 그 이야기가 진실인지 여부를 가려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미용사의 헝크러진 듯한 머리모양을 주문했다는 이야기도, 조리장의 김밥을 싸달란 이야기도 참 들으면 헛웃음만 나온다. 하지만 은밀하고 재밌다. 자꾸 더 그런 이야기를 찾아 다닌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옳은가라는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국민의 알권리와 청와대 조리장의 "촛불 민심 보고 고백할 용기 냈다"는 말에 모두가 박수를 보낼 뿐이다.

그는 지난 6월 청와대 근무 마지막 날 박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지 못한 사실을 소개하며 “대통령이 머리와 메이크업을 못했다. 수고했다는 말만 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식사와 관련해 “당일 낮 12시와 오후 6시에 각각 점심과 저녁식사가 들어갔다. 평소처럼 무게를 재 1인분이 관저로 들어갔고, 대통령 혼자 1시간 동안 다 비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평소처럼 점심 저녁 식사를 모두 관저에서 혼자 했다는 의미다.

그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대통령은 당일 7시간동안 어떤 곳도 가지 않고 그곳에 있었으며 그동안의 루머는 거짓임이 밝혀졌다. 그러나 씁쓸하다. 대통령이 혼자 밥을 거의 먹는다는 것을 국민들이 알게 되었으며 화장을 하지 않으면 나가지를 않고 또 다른 이의 증언에 따르면 TV를 좋아하고 드라마를 좋아한다고 한다.

대통령의 혈액이 외부로 나갔다고 국가의 기밀이라고 언론에서는 목소리를 높였었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라는 거대했던 울타리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침해 또는 인권 등의 그토록 범죄인 앞에 많이 붙던 수식어는 이미 사라졌다.

이제 대통령직에서 곧 탄핵될 대한민국 공적의 자리에 있을 뿐인 것이다. 지금 나오고 있는 수사결과를 보면 참담하다. 믿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실망스럽다. 외신의 보도를 보면 부끄럽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제 우리가 이미 바닥에 던졌다. 법의 결과를 기다려 보는 인내심도 없었다. 법치주의 대한민국에서 갑자기 “국민의 외침이 이러하니 이렇게 해야한다!”라는 촛불민심이라는 이야기만 계속하여 나온다.

법적인 절차에 따라 탄핵은 국회를 넘어서 이제 헌법재판소로 갔다. 우리는 지금 자유를 원하는 투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맘껏 자유를 누리며 우리의 의사를 표현했다. 헌법재판소와 특검이 제대로 수사하고 결정해 주기를 이제 기다여야 한다.

법치는 우리 모두의 정해진 법률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한다. 믿었던 사람이라도 그의 전화기에 녹음이 내게 불리해질 수 있고 나와 함께 했던 사람이 공익이란 이름으로 나의 모든 것을 세상에 알릴 수도 있다.

조리장이 이야기한 내용은 궁금 거리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세상에 나오지 않아야할 이야기 일수도 있다. 국격이란 이미 땅에 떨어졌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서글픔이 몰려온다. 청와대는 특수한 곳이다.

국가공무원법에는 공무원은 재직 중 물론이며 직무상 알게된 비밀을 엄수해야한다. 퇴직 후에는 징계할 수 없으니 형사책임도 물을 수 있다.

청와대조리장은 별정직공무원일텐데 그렇다면 비밀준수에 관한 서약을 하지 않은 것일까?
그렇다면, 청와대조리장이 공익신고자일까?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1조 (목적) 이 법은 공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신고한 사람 등을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국민생활의 안정과 투명하고 깨끗한 사회풍토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공무원의 비밀준수의무와 공익신고자보호법은 어떤 게 우선인 것일까. 충돌이 될 때 법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란 말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대통령이 혼자 밥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공익을 위한 행위로 보기 적당할까.

미국은 대통령이 다른 나라를 방문한 뒤에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면 그 그릇까지 수거를 한다고 한다. 바로 보안 때문이다. 청와대에서 근무한 사람이 돌아서서 언론에 그 내부를 항상 이야기 한다면 이제 아마도 서약을 받게 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싶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어디까지가 법이고 어디까지가 도덕의 선일까? 공익을 위한 비밀의 공표는 어디까지이며 알권리와 개인의 사생활보호에 관한 선은 어디까지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디까지 우리가 몰랐던 청와대의 이야기가 흘러나올까. 집에서 일을 도와주던 가사도우미가 집안의 일을 세상에 알리고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조리장이 대통령의 식사를 알리고 머리를 매만지던 사람이 세상을 향해 다 알리고 있다.

요즘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사회를 넘어서서 서로가 비밀을 터트려야 되는 사회로 흘러가고 있어서 겁이 난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

글/류여해 수원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형사법박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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