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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L' 여성이 남성을 성추행하는 다른 원인이 있다?


입력 2016.12.13 22:45 수정 2016.12.13 22:48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인권 차원에서 나이우선 문화 바로잡아야

tvN 'SNL코리아 시즌8'이 이세영 성희롱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SNL 공식 페이스북 캡처 tvN 'SNL코리아 시즌8'이 이세영 성희롱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 SNL 공식 페이스북 캡처

최근 tvN 'SNL코리아 8’ 녹화장에서 방송 예능인 이세영이 B1A4 멤버들의 성기 부분을 추행했다는 논란은 가뜩이나 성차별과 희롱에 민감한 때에 파장을 일으켰다. 방송 예능인 이세영 본인은 사과문을 올리기도 하고, 모 시상식의 수상도 포기한다고 발표했지만 성추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번 사례는 그간 잘 지적되지 않았던 여성이 남성에게 가하는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례를 앞에 놓고 세간에는 표면적인 비판이 많았다. 예컨대 '남성은 비판되고 여성은 비판의 무풍지대인가, 여성이 많은 집단에서는 남성이 당한다, 여권 신장이 이런 사태를 더 불러일으킨다.' 등등... 그러나 이는 대부분 단선적인 주장들에 해당한다.

영국의 한 국제 저널에 발표된 논문이 회자되기도 했다. 가부장적인 문화와 분위기에 익숙한 여성들은 그런 남성들과 같은 행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외에 생각할 점이 있다. 한국적인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나이, 연장자 중심주의다. 최근 문화예술계에서 봇물터지듯 나온 남성들의 성추행이나 폭행들은 나이 어린 여성들에게 행해진 것이었다. 방송가에 있던 사례들도 마찬가지였다. 우선 몇 몇 사례를 살필 수 있다.

2013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방영된 KBS '맘마미아'에서 진행자 이영자가 제국의 아이들 멤버이자,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임시완의 엉덩이를 주물러 논란이 되었다. 뒷주머니에 손을 넣어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니 당연히 임시완은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이 때 이영자는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시완 씬 좀 배워야 돼요. 이런 거 처음이죠?" 행위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지각이 없었고 오히려 가르치는 태도였다. 만약 남성이 여성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며, ‘좀 배워야 돼요, 이런 거 처음이죠?’라고 말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때 방송 내용은 그래픽으로 살짝 가린 채 방송되었다. 그 문제점을 인식한 것인데 인식했다면, 아예 편집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2014년 8월 7일,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에서도 여성출연자가 출연 남성을 성추행하는 일이 있었다. 무턱대고 입을 맞췄던 것이다. 이때 주제는 키스하는 법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것이 발단이었다. “얘, 내가 재밌는 거 보여줄게.”라는 배우 라미란의 말에 에릭남이 “네, 뭔데요?”라고 묻자, 라미란은 에릭남에 자신의 입을 맞춘다. 이에 놀란 에릭남은 “진짜 닿았어!!” 에릭남은 고함을 지르며 “엄마! 이러면 어떡해요!!”라고 항의했다. 만약 여성이 아닌 남성이 갑작스런 입맞춤을 시도했다면, 아예 방송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들의 나이를 한 번 볼 필요가 있다.

임시완은 1988년생이고, 이영자는 1968년생이다. 나이가 20년 차이 나는 상황이었다. 또한 라미란은 1975년생, 에릭남은 1988년생이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행동을 했던 방송예능인 이세영은 1989년이고, 추행 대상이었던 B1A4 멤버들의 출생년도는 91년생부터 93년생에 이른다. 역시 나이가 어린 이들을 추행한 셈이다. 나이가 어린 여성이나 동갑이 성추행을 행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앞에 든 사례들은 주로 육체적인 차원에서 성추행을 다루었는데, 말로 상대방에게 수치심을 주거나 희롱을 한 경우도 있었다. 2014년 11월 4일 SBS '매직아이'에서 출연자 곽정은은 가수 장기하에게 “‘이 남자는 침대에서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 라고 말했고 로이킴에게는 “어리고 순수하시다. 키스 실력이 궁금한 남자"라고 말했다. 이때 성희롱 발언을 한 곽정은은 1978년생, 장기하는 1982년생, 로이킴은 1993년생이었다. 곽정은보다 모두 나이가 어렸다.

이것을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사회적 활동이 활발한 가운데 경제적 지위가 높아졌으며 대중문화의 중심에 여성이 위치하게 되었기 때문일까. 아무리 무욕의 할머니가 어린이의 민감한 부분을 만져도 문제가 되는 것은 동의가 없기 때문이다. 앞의 사례들에서도 문제가 된 것은 동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늘 남성들의 성범죄가 그러하듯이 말이다.

아울러 여성들도 왜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것은 나이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나이가 많으며 아랫사람을 하대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언행을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나이가 어린 이들은 의사표현을 못하거나 주춤거릴 수밖에 없다.

나이 차이가 벌어지면 더욱 그러한 경향이 높아지는데, 이는 남녀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가부장적인 문화에 매우 쩔어있지 않아도 나이와 선후배 분별의 관념이 강할수록, 어린 상대를 향한 차별은 당연시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상대방의 인격권은 쉽게 무시된다. 그들이 겪게 될 수치심이나 모욕감, 상처는 중요하지 않게 된다.

대등한 인격적 존재로 권리를 가진 주체라는 생각을 한다면 있을 수 없는 행위들이다. 요컨대, 당사자들이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그런 행위를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어리기 때문에 무심히 행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무의식 혹은 의식 때문에 벌어지는 장유유서의 변종 행태인 것이다. 더구나 나이가 어린 이들의 주장이나 항변은 간단하게 무시되기 일쑤이다. 결국 앞에 든 사례들에서도 결국 당사자들은 그냥 넘어가게 되었고 방송후에 후폭풍이 불었을 뿐이다.

이러한 지적을 애써하는 이유는 이러한 문제가 성추행에만 한정되는 것이 다른 일상생활 문화나 조직 생활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자신의 의사 표현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러한 행동들을 수용하게 만드는 강제적으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남녀를 불문하고 성추행이나 폭력은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고 조직 구조에서는 권력적 지위가 개입하여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나이차 때문에 상대방의 인격을 무시하고 인권을 박탈하는 행위들에 관해서 볼 때 이러한 점 꼭 남녀를 구분 짓고 일어나는 점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나이에 관계없이 수평적 인권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혹여 사라질지 모르겠다. 나이가 아닌, 그 사람 자체를 존중하는 사회가 민주주의 중요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본질이기 때문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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