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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후폭풍' 자동차 업계, '트럼프 리스크' 누가 막아주나


입력 2016.12.11 09:00 수정 2016.12.11 10:10        박영국 기자

한미FTA 재협상시 타격…트럼프와 '정상회담 담판' 힘들어

경기도 평택항에서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경기도 평택항에서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탄핵정국 돌입으로 자동차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정부의 외교·통상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을 경우 수출과 해외 사업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현재의 탄핵정국으로는 보호무역주의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대처해 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후보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파기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여 왔던 만큼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실제 정책으로 이행될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큰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 새 정부가 실제로 한미FTA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기존보다 우리나라에 불리한 조건을 내세울 가능성이 큰 만큼 외교·통상 라인보다는 정상회담을 통한 큰 틀에서의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트럼프 당선자와의 관계 정립이 중요한데, 그의 임기 초기부터 우리나라는 대통령이 직무 정지를 당한 상태라 어려움이 크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수행한다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임기 수개월 짜리 임시직인 대통령 권한대행을 정상회담 파트너로 인정해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달 APEC 정상회의에도 대리로 참석했다가 박대만 받고 돌아온 바 있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한반도 주변 4강 정상들은 각각 개별 양자회담에 나섰지만, 황 총리는 페루의 알베르토 비스카라 제1부통령만 만났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해도 외교적 영향력이 월등히 높아지길 기대하긴 힘들다. 우리나라는 당분간 대미 외교에서 무방비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한미 FTA 재협상으로 국산 자동차의 미국 수출 무관세 혜택이 사라질 경우 가장 큰 타격은 미국 판매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차가 입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3분기까지 미국에서 각각 58만8000대와 49만2000대를 판매했다. 전체 대비 비중은 각각 16.4% 및 22.5%에 달한다.

이 중 상당부분은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 등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물량이지만 제네시스 등 고급차는 한국에서 생산된 물량을 수출한다.

특히 기아차는 북미 국가들간 무역협정인 NAFTA에도 영향을 받는다. 기아차는 올해 연산 40만대 규모 멕시코공장을 준공, 가동했다. 멕시코를 생산기지로 택한 것은 현지 수요에 대응할 뿐 아니라 미국 등 다른 북미 국가로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기아차는 당초 멕시코공장 생산량의 20%만 멕시코 현지에서 판매하고 나머지 80%는 미국 등 다른 지역에 수출할 예정이었지만,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멕시코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에 최고 35% 관세부과가 이뤄질 경우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국내 생산량의 70% 이상을 수출하는 한국지엠 역시 대미 수출관세 부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지엠은 글로벌 GM의 중소형 차량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으며, 미국으로도 상당 물량을 수출하고 있지만, 대미 수출조건이 악화될 경우 GM 본사가 한국지엠보다 생산 단가가 낮은 중국 공장으로 물량을 이전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한국지엠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국내에 들여오는 미국산 자동차 수입관세 혜택이 줄어들 경우에도 영향을 받는다. 임팔라, 카마로, 볼트 등을 미국으로부터 수입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닛산 로그의 미국 수출물량을 수탁생산하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차원의 생산물량 배정에 따라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물량은 올해만 11만대 규모다.

하지만 트럼프의 공언대로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져 미국향 자동차 수출 조건이 불리해진다면 닛산으로서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로그 생산을 맡길 이유 중 하나가 사라진다.

자동차 부품 업계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자동차 기업 혹은 미국 내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부품업체들에게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이 쳐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이 시점에 새 미국 대통령과 담판을 지을 파트너가 없으니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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