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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 피해자가 보낸 '청원서'에 북한 응답은...?


입력 2016.12.08 00:21 수정 2016.12.08 00:22        하윤아 기자

NK워치 2013년부터 300건 청원서 유엔 제출

북, "청원서는 모략 책동"…본질 흐려

NK워치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 김정은과 반인도범죄자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데일리안 NK워치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북한 김정은과 반인도범죄자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데일리안

NK워치 2013년부터 300건 청원서 유엔 제출…김정은 ICC 제소 나서
총 15건에 답변한 북, "청원서는 모략 책동" 주장 일관해 본질 흐려


"할아버지가 6·25때 월남했다는 이유로 관리소에 끌려들어가 28년간 보위부의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살았습니다. 저처럼 죄 없이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 북한 주민들이 하루빨리 자유의 삶을 되찾길 바랍니다."(김혜숙, 평양 출신)

"러시아에 벌목공으로 파견됐는데, 해뜨기 전부터 밤 10시까지 영하 30도에서 쉬지 않고 일하며 현지 벌목공들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돈을 받았습니다. 북한 해외 노동자들이 기본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김승철, 함흥 출신)


국내 북한인권단체가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인도범죄의 최고 책임자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기 위해 직접 나선다.

NK워치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은 7일 서울 중구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유린의 가장 극심한 형태인 반인도범죄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북한에서는 지금도 수많은 주민들이 정권에 의해 인권을 침해당하며 고통 받고 있다"며 "반인도범죄의 책임자로 김정은을 조사, 처벌해줄 것을 요청하는 고소장을 ICC에 직접 방문해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NK워치는 국내 입국한 탈북민을 지속적으로 인터뷰하며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제구금·고문 등의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해왔으며, 지난 2013년부터는 인권 피해자를 대신해 300건에 달하는 청원서를 유엔에 제출해왔다.

지금까지 NK워치가 유엔 각 실무그룹과 특별보고관에게 제출한 청원서는 총 335명(298건)으로, △강제구금 95명(72건) △강제실종 97건(83건) △여성폭력 19명(19건) △현대판노예제도 17명(17건) △장애인 권리 1명(1건) △고문 106명(106건) 등이다.

이 중 북한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받은 청원서는 △강제구금 1명(1건) △강제실종 24명(14건) 등 총 25명(15건)이며, 북한 측은 "청원서의 내용은 거짓이자 불순한 모략이며, 이러한 주장을 통해 정권을 음해하는 세력들에 대해 유엔이 엄중하게 처벌해줄 것을 요구한다"라는 내용의 답변을 일관되게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김정은 집권 이후의 인권 피해사례와 이에 대한 청원서 제출은 △강제구금 1명(1건) △강제실종 2명(2건) △여성폭력 1명(1건) △고문 16명(16건) 등 총 20명(2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NK워치는 이 같은 청원서를 바탕으로 한변과 함께 오는 9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ICC를 직접 방문해 김정은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을 제출할 방침이다.

김정은의 제소를 위해서는 ICC 설립을 채택한 '로마규정'의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로마규정은 범죄가 당사국의 영토 내에서 발생한 경우, 범죄혐의자가 당사국 국적자인 경우에 사건을 ICC에 회부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로마규정에 비준하지 않아 ICC가 북한 인권 문제에 개입할 근거가 없는 상태다.

다만, 로마규정은 유엔 안보리가 ICC 회부를 결정하면 제소가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국내외 북한인권단체들은 지속적인 청원운동을 통해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문제를 ICC 회부하고 최고 책임자를 처벌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인권문제의 ICC 회부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사실상 안보리를 통한 ICC 제소는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

이에 NK워치와 한변은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3조를 토대로, 북한 내 인권문제는 곧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인권 문제라는 논리를 내세워 안보리를 거치지 않고 직접 김정은을 제소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안명철 NK워치 대표는 "유엔총회가 북한 반인도범죄 책임자를 ICC에 세워야 한다고 결의하고 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중국과 러시아가 있어 회부가 안돼 현재까지 김정은을 제소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유엔 안보리를 통하지 않고 김정은을 직접 제소해 처벌받도록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북한 정권으로부터 인권 침해를 당한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례를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 박명심 씨는 "어머니가 한국 드라마가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팔았다는 이유로 보위부에 끌려가 모진 학대와 구타를 당했다"며 "저뿐만 아니라 지금도 많은 북한 주민들이 북한 정권에게 가혹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기 때문에 ICC가 꼭 김정은을 처벌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 두만강 인근에서 탈북민에게 길 안내를 하며 생계를 유지해오다 보위부에 붙잡힌 김수철 씨(가명)는 "북한에서는 인신매매라는 죄목으로 저를 고문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짐승보다 못한 곳에서 인권유린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김정은에 대한 ICC 차원의 조사와 처벌을 호소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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