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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곡선이 예술인 '김연아 나무'를 보니...


입력 2016.12.04 09:20 수정 2016.12.04 10:03        데스크 (desk@dailian.co.kr)

<어느 퇴직부부의 신나는 전국여행-여뎗째날>

기청산식물원~이명박 대통령 생가~경주 양동마을

김연아 선수처럼 허리가 굽었다고 ‘김연아 나무’라고 불리는 기청산식물원에 있는 소나무.ⓒ조남대 김연아 선수처럼 허리가 굽었다고 ‘김연아 나무’라고 불리는 기청산식물원에 있는 소나무.ⓒ조남대
기청산식물원에 있는 ‘풍향수 그늘아래’ 카페.ⓒ조남대 기청산식물원에 있는 ‘풍향수 그늘아래’ 카페.ⓒ조남대

전날 저녁에 먹고 남은 밥과 고추로 부침개를 만들어 아침을 먹고 10시경 펜션을 떠나 기청산식물원에 들렀다. 서울대 농대 임업과 교수 출신인 이삼우 씨가 2만5천 평에 각종 식물을 심어 조성한 개인식물원으로 거의 40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으로 너무 멋있게 꾸며놓았다. 오랜만에 여유를 갖고 관람을 하니 편안하고 행복하다. 각종 희귀식물들을 구경하면서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 삼아 많은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식물원은 관람코스를 상세히 표시해 놓아 구경하기가 편했다. 낙우송이라는 나무는 물을 좋아해서 뿌리가 물에 잠기면 호흡이 곤란하여 호흡근을 솟구쳐서 숨을 쉬기 위해 뿌리를 위로 내민다. 또 나무가 김연아 허리처럼 굽었다고 해서 ‘김연아 나무’라고 불리는 나무도 있다. 무궁화도 2200종이나 되는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꽃들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을 마치고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데도 그림같이 아름답고 시원한 그늘 밑에 있는 ‘풍향수 그늘 아래’ 라 이름 붙여진 카페에서 냉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갖고 휴식을 취하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것 같다. 한참을 쉬며 열기를 식히다.

이명박 생가 마을에 있는 경주이씨 입향조를 추모하는 재실인 ‘이상재’.ⓒ조남대 이명박 생가 마을에 있는 경주이씨 입향조를 추모하는 재실인 ‘이상재’.ⓒ조남대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분 사진과 함께.ⓒ조남대 기념관에 전시되어 있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분 사진과 함께.ⓒ조남대

다음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생가 마을을 방문했다. 이 대통령 생가는 생각보다 조그만 집으로서 벽돌과 슬레이트로 지어서 볼품은 없었으나 풍수적으로 터가 아주 길지라는 느낌이 든다. 생가가 있는 덕실마을은 효 마을로 전통이 있는 마을이란다. 유적으로는 경주 이 씨 입향조를 추모하는 ‘이상재’와 ‘담화정’이 있는데 이곳에는 당대 선비들이 기거하면서 공부하던 곳으로 그들의 학문 수준이 매우 높아 주변 마을을 영도하는 위치에 있었단다. 기념관은 깔끔하게 지어져 있으나, 주차장을 만들고 건물을 단장하고 있는 등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아닌 탓인지 아니면 벌써 관광객들로부터 관심이 멀어졌는지 관람객은 우리밖에 없다.

3시 반 정도에 경주 양동마을에 도착하여 주차장에서 아침에 준비해 온 고추된장부침개로 점심을 갈음하고 해설사와 함께 관람하였다. 조선 중기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양동마을은 한때는 3천여 명이 살 정도로 번성한 마을이었으나 6·25를 거치면서 많이 파괴되어 현재는 300여 명만 거주하고 있는 실정이란다. 양동마을은 2012년 안동의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양동마을 양반가옥.ⓒ조남대 양동마을 양반가옥.ⓒ조남대
양동마을 입구에 있는 초등학도 기와집으로 멋있게 지어져있다.ⓒ조남대 양동마을 입구에 있는 초등학도 기와집으로 멋있게 지어져있다.ⓒ조남대

하회마을은 강 옆 평지에 조성된 데 비해 양동마을은 산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어 마을 풍경이 운치가 있어 보였다. 해설사와 동행하면서 설명을 듣고 난 후 부터는 자유롭게 마을을 돌아다니며 견학을 하였다. 마을을 관람하는 도중 중요민속문화재 제75호로 지정된 상춘헌 고택 주인을 만나 집으로 초대받아 사랑방에 앉아 1시간 정도 고택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들었다. 상춘헌은 집이 ‘ㅁ’자 모양으로 앉혀지고 가운데 마당이 있는 전형적인 양반집으로 그 당시 권세 있는 양반인데도 아름드리 둥근 기둥은 2개밖에 없을 정도로 둥근 기둥은 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본다.

자신은 고향이 전라도인데 포항제철에 다니다 이곳에 사는 무남독녀와 결혼한 후 장인, 장모가 모두 돌아가셔서 이 집 주인이 되었단다. 외지에서 온 관계로 양반 집안의 풍속이나 전통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상춘헌 고택에 대해서는 자부심이 대단한 것 같다. 또한 여타 집과는 다르게 비탈진 지형에 정원을 자연스럽게 조성한 것이 특이하고, ‘ㅁ’ 형태로 된 사방 중 한쪽 전부가 추수 후 벼를 저장해 두는 뒤주라니 그 당시의 부을 짐작할 만하다.

그러나 옛날에 재산이 많아 하인을 부릴 때는 높은 위치에 있는 집에서 마을이 내려다보여 전망이 좋을지 몰라도 현재는 경사가 심한 곳이라 차도 들어갈 수 없어 모든 짐을 들어 올리려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 문화재라 마음대로 수리도 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 사람은 풍류도 좋지만 시대와 환경에 순응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려오는 도중 마을 입구에 있는 초등학교도 마을과 잘 어울리게 기와집으로 지어졌다. 그러나 지금 기와집에 사는 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동네에 있는 초가집은 그 당시 상민들이 거주하였던 가옥으로 자신들의 조상이 양반이 아니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 부끄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을이 나지막한 언덕을 따라 잘 배치되어 있을 뿐 아니라 관리도 잘 되어 있어 보기 좋았다. 넓은 지역에 가옥들이 분포되어 있어 다 돌아보지는 못하고 관심 있는 곳만 둘러보았다.

관람을 마치고 6시경에 포항 처형 댁에 도착하여 저녁을 먹은 다음 조카들과 사촌 처남 내외가 우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 조카는 이모부 내외가 왔다니까 포항의 명물인 대개를 푸짐하게 사와서 11시까지 함께 술을 마시며 놀다가 잠을 청했으나 저녁식사 후 커피를 마신 데다 날씨가 더워 잠이 오지 않아 새벽 2시까지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글/조남대 전쟁과 평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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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조남대 씨는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현재 경기대 정치외교학 박사과정중에 있으며 정년퇴직한 부인과 함께 일상에서 탈출, 55일간의 전국여행을 끝마치고 '부부가 함께 떠나는 전국 자동차여행'(북랩출판사 간)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펴내서 독자들로 부터 아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여정의 하루 하루를 데일리안에 재편집해 연재를 시작하는데 내용안에 부부애가 듬뿍 담겨있어 평소에 '닭살' 돋는 것을 못참는 독자는 조심하시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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