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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개헌, 건곤일척의 승부수…그 결말은?


입력 2016.12.04 11:38 수정 2016.12.04 11:41        데스크 (desk@dailian.co.kr)

<호호당의 세상읽기>이탈리아 국민투표, 살 떨리는 일대 정치공방전

마테오 렌지 이탈리아 총리. ⓒ게티이미지코리아 마테오 렌지 이탈리아 총리. ⓒ게티이미지코리아

12월 4일 이탈리아에선 국민투표가 실시된다. 간단히 말하면 상원 의석을 줄이겠다는 내용의 개헌에 관한 투표이다.

현재까지의 여론조사에선 부결 가능성이 높다고 하지만 모르는 일이다.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모든 언론이 클린턴 당선을 확정적으로 예측했다가 틀리는 바람에 개망신을 당했듯이 섣불리 단정하긴 어렵다. 지켜봐야 할 일이다.

부결될 경우 유로존 공통의 통화인 '유로'에 대한 弔鐘(조종)이 울리는 격이라고 내다보는 시각도 많다.

모두들 대통령 퇴임 문제에 눈이 쏠려있는 사이에 장차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오늘은 이탈리아 개헌투표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한다.

유로존이란 유로를 사용하는 지역으로서 EU의 28개 회원국 중에서 가운데 19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핵심이다. 유로존에 가입한 나라의 경우 통화정책은 유럽중앙은행(ECB)이 맡고 재정정책만 각국이 담당하고 있다.

2009년 그리스 경제위기 이후 끊임없이 유로의 구조적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와중에 핵심 3개국의 하나인 이탈리아에서 이번 투표가 부결될 경우 즉각적으로 유로존 전체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지극히 크다는 관측이다. 그런 면에서 파운드라는 고유의 통화를 사용하고 있는 영국이 탈퇴한 브렉시트와는 사안의 엄중성이 전혀 다르다.

이탈리아의 젊은 총리 렌지는 이번 투표가 부결될 경우 사임할 것을 밝히고 있다. 정치적 운명을 이번 투표에 내걸었다.

이탈리아의 정치 체제에 대해 먼저 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는 상원과 하원이 정확하게 동등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바람에 법안 하나를 통과시키려면 수시로 상원이 하원이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상하원 간에 완벽한 의견일치를 보아야 하기에 법안 통과는 몇 년이 걸릴 때도 있다.

이처럼 상당히 특이한 이탈리아만의 정치 체제는 20세기 초중반 무솔리니가 이끌던 파시스트 독재체제가 더 이상 등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제2차 대전 이후에 마련되었다. 하지만 오늘에 이르러 현 체제는 법안 통과는 상원의 농간과 처리 지연으로 인해 폐단이 더 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원은 전국구 비례 득표로 선출하고 상원은 지역구 투표로 선출되는 구조이며 여타 역시 우리와는 다른 면이 많다. (이탈리아는 의원내각제 국가지만 대통령도 있다. 물론 권력은 총리가 우월하다.)

이런 구조에서 이번 개헌안의 핵심 내용은 315석인 상원 의석수를 100석으로 줄임과 동시에 그 중 5석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95석은 지방자치체에서 추천하는 방식으로 선출하자는 것이다. 이는 지역구 직선제로 뽑는 상원제를 사실상 없애자는 것이니 기존 헌법에 대한 엄청난 변화라고 하겠다.

또 하나의 주요 내용은 지방자치정부의 의사결정 권한을 상당 부분 회수해서 중앙정부로 집중시키자는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는 20개의 지방자치정부가 있다.)

렌지 총리는 이와 같은 헌법 개혁을 통해 보다 강력한 중앙정부를 만들고 이를 통해 현재 수렁에 빠져 허덕이는 경제를 살려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개헌 투표가 가결되어도 혁명적인 변화라 하겠지만 부결될 경우에도 정말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되도 문제 안 되도 문제인 이번 투표이다.

총리가 사임할 경우 결국 조기 총선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구성될 것이고, 그럴 경우 대중인기에 영합하는 극좌나 극우의 정치세력이 새로운 정권을 구성할 가능성이 지극히 높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정치 불안으로 인해 반체제 세력까지 날뛰게 될 것이고 그럴 경우 그동안 유로 사용 이후 이탈리아 경제가 부진해진 탓에 유로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 부결될 경우의 우려로서 현재 렌지 총리가 추진 중인 부실은행 정상화 작업, 즉 그간의 경기 부진으로 인해 엄청난 부실자산을 안게 된 주요 은행들의 자본금 확충 작업이 물거품으로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정부 부채가 GDP의 133%로서 유로존 국가 중에서 두 번째로 많으며, 은행 부실자산 규모 또한 엄청나서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근 4백조 원에 달하고 있다. 그렇기에 부실해진 8개 대형 은행들의 정상화 작업이 지연될 경우 자칫 이탈리아 발 금융위기가 발발해서 전체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어 놓을 가능성도 대단히 높다. 물론 유로 체제 전체가 와해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담은 개헌 투표이다보니 그간에 찬반 양론 또한 실로 엄청나고 대단하다. 왜 그런지에 대해 며칠 사이 시간을 내어 구글에 들어가 이런저런 기사들을 열심히 읽어보았다. (미디어에 실린 기사를 읽을 땐 국내외를 막론하고 반드시 두루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떤 미디어든 간에 정치와 연관되어 있기에 그로 인한 편향성을 걸러낼 필요가 있다.)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기본적으로 이탈리아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라 하겠다. 북쪽과 남쪽의 문화적 역사적 정서적 차이가 대단히 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북쪽은 밀라노나 피렌체 베네치아 등등 중세 시절 도기국가로 발전되어 오는 과정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자본주의가 상당히 일찍 정착된 지역이다. 오늘날에도 북쪽 도시들의 산업 경쟁력은 대단히 막강하다.

반면 남부 이탈리아는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외부 세력의 침입과 압제에 시달려온 지역으로서 여전히 농사와 어업, 그리고 관광 등에 의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피아'로 대변되는 것처럼 지역별로 토호들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기에 어떤 면에서 전 근대적인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동시에 남과 북 모두 이탈리아에서의 비즈니스는 기본적으로 대대로 이어져온 패밀리 중심의 구조로 되어있다. 그런 까닭에 우리처럼 학교 마친 다음에 공채를 통해 직장에 들어가는 방식이 아니라 연줄과 추천을 통해 사회에 진출하는 구조라 하겠다. 이탈리아에서 빽 없고 줄 없으면 참으로 서럽다.

이런 구조에서 이번의 개혁 개헌에 반대하는 이유를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중앙정부로 힘이 집중될 경우 비즈니스 역시 힘 있는 대기업 위주가 될 것이니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지역 별로 고만고만한 기업들과 또 그를 뒷받침하는 지역의 사실상 土豪(토호)라 할 수 있는 정치 세력들이 힘을 잃게 될 경우 거기에 의지해서 먹고 살아온 기존의 방식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염려도 크다. 다시 말해서 전체보다는 자신이 속한 지역의 생존이 더 중요한 것이 이탈리아의 상황인 셈이다.

현재 이탈리아의 실업률 특히 청년실업률은 엄청나다. 대물림해온 가업이 없는 청년들은 정말이지 갈 곳이 없다. 게다가 해고나 회사 정리가 너무나도 어려워서 기존의 고임금 직장인들을 정리할 수가 없기에 더욱 그렇다.

정치세력과 결탁된 귀족노조의 문제, 지역의 토호와 연계된 지역주의, 세대 간의 빈부 차이로 인한 갈등으로 난마처럼 얽혀있는 이탈리아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줄곧 침체 일로를 걷고 있다.

그렇기에 개헌안을 반대하는 쪽의 논리, 즉 렌지 총리가 개헌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를 내팽개치고 독재 정권을 수립하려 한다는 비난, 또 지명을 통해 상원을 선출될 경우 모조리 아부꾼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 또는 비난 역시 일리가 있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연줄과 권력을 통해 치밀하고도 촘촘히 엮어진 거대한 그물망과도 같은 이탈리아라 하겠다. 그러니 이번 렌지 총리의 개헌안은 이와 같은 오래된 기존의 구조를 혁파해보자는 내용이라 하겠다. 그렇게 해야만 내일이 보이지 않는 이탈리아 경제를 도탄에서 살려낼 수 있다는 건곤일척의 승부수라 하겠다.

찬성하는 쪽의 말도 일리가 있고 반대쪽의 말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전체 파이를 다시 살려내고 키워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가 희생되어야 한다면 그 또한 선뜻 찬동하기 어려울 것이니 말이다.

이에 대해 나 호호당의 생각을 말해볼까 한다.

이탈리아는 여러 백년에 걸쳐 얽혀온 먹이사슬 구조로 되어있다. 이에 설령 이번 개헌이 통과되느냐도 문제지만 된다 해도 소기의 성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데드락에 봉착해서 탄력을 잃은 이탈리아 경제인 까닭이다. 물론 부결될 경우 결국 전 국민 모두가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은 물론이다.

사실 이 또한 하나의 전 국민적 내전이고 전쟁이다. 총칼을 들지 않을 뿐 본질은 전쟁으로서의 정치인 것이다. 정치는 말로 싸우는 場(장)이고 말 중에서도 비난과 선동은 정치의 기본 무기라 하겠다.

이런 경우 과거의 역사를 살펴볼 것 같으면 대부분 오랜 시간에 걸쳐 상호간에 물고 뜯어가면서 많은 피해와 희생이 수반된다. 승부가 쉽게 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에 시간의 경과와 더불어 치열한 싸움 끝에 서서히 한 쪽은 약해질 것이며 반대로 유리한 쪽도 지치게 되면서 일종의 타협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짧으면 10년, 길면 30년 정도 즉 한 세대가 폐기되어 퇴장될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추산해본다.

2008년 글로벌 경제가 붕괴된 이래 도처에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이탈리아 국민투표 역시 그 일환이라 하겠다. 어쩌면 2차 대전 이후 이탈리아에 찾아왔던 긴 '번영의 시대'가 이제 영원히 막을 내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만치 않은 내용을 압축해 쓰다 보니 독자들께서 이해하기에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다. 양해를 부탁드린다.

글/김태규 명리학자 www.hohodang.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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